비정상의 정상화는 시대적 트랜드
비정상의 정상화는 시대적 트랜드
  • 경남일보
  • 승인 2013.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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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객원논설위원, 수필가)
언론은 연일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관련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국정원으로 인해 경색됐던 정국의 현안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내란음모라는 섬뜩한 메가톤급 뉴스에 온 나라가 경악하고 있다. RO라는 혁명용어가 인구에 회자되고 마침내 국회에서도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키는 상황에 이르렀다.

내란음모라는 사건에 대해 국민들은 사실이라면 경악의 수준을 넘어 있어서는 안될 심각한 국기문란이라는데 공감하고 있다. 속속 드러나고 있는 정황들이 이러한 우려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통진당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물론 진보세력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 국가안보 앞에선 여야가 없다는 인식을 재확인하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에선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아직도 안일하다는 감을 지울 수 없다. 모의수법이 너무 허술하다느니 대규모 요원을 한자리에 불러 모은 것은 예전의 행태와는 다르다는 지적들이 그것이다. 또한 총기구입과 사제폭탄 제조, 주요시설 폭파 등은 과연 실현이 가능하냐는 점에서 보면 내란음모라고 보기엔 석연찮다는 시각이다. 시대의 흐름을 망각한 채 1980년대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그 정도의 모의로는 우리나라를 어지럽히기 힘들다고 진단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들의 행태에 공감하지 않고 또 물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정예화된 소수가 큰일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이념화되고 세뇌되어 자신들이 추총하고 있는 집단이 종교화되어 있는 이들 앞에는 눈에 보이는 것이 없다. 그래서 그들은 격리되어 있는 사람처럼 행동하고 현실을 직시하지 못해 사고를 저지를 위험이 큰 것이다. 유치하고 전근대적인 행동강령이 신앙처럼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슬람 과격분자들의 자살테러는 이런 그들만의 신념이 가져온 가증스러운 행위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행위를 성전이라 부른다.

이번 내란음모사건을 계기로 우리는 우리사회의 안보상황을 다시 한 번 점검해봐야 한다. 국가 기간시설과 통신망이 과연 테러로부터 안전한가를 되짚어 보아야 한다. 아마도 마음만 먹으면, 계획적으로 접근하면 구멍이 뚫릴 곳이 한두 곳이 아닐 것이다. 이석기 사건에서 드러난 것만 해도 국가통신망과 주요 물류기지가 표적이 되고 있다. 미국의 9·11테러가 치밀하고 엄청난 계획에서 비롯되지 않은 지극히 단순한, 어찌 보면 유치한 범인들에 의한 참사였던 것을 알아야 한다. RO가 비단 이번에 드러난 것만 아니라 곳곳에 자리잡고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보면 국지적 테러는 항상 대비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이번 내란음모사건의 또 하나의 교훈은 그동안 우리는 말로만 안보를 외쳤지만 실제로는 허술한 안보체제를 유지해 왔다는 것이다. 어떻게 민혁당의 핵심요원이 2년 6월의 형을 5개월만 살고 감형되고 이어 사면복권이 되었는지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또한 그가 어떻게 2차례나 북한을 방문할 수 있었는지 보면 안보 불감증을 알 수 있다. 이석기 의원이 국회에 입성했을 때 그를 제대로 검증했더라면 국회의원이 내란음모에 연루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 표를 의식한 나머지 이념과 노선이 다른 집단끼리 야권연대를 하지 않았더라도 이석기라는 인물의 등장은 없었을 것이다. 햇볕정책이라는 미명 아래 안보를 소홀히 한데서 온 결과가 아닌지도 살펴볼 일이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비정상이 가져온 후유증이다. 당시에는 그냥 흘러갈 수 있는 조그마한 일일 수 있지만 세월이 흐르면 비정상의 결과는 눈덩이처럼 커져 큰 사회문제로 비화된다는 것을 이번 사건이 웅변으로 보여주고 있다. 언제 우리사회의 비정상이 영원히 묻힌 적이 있던가. 비켜 지나갈 뻔했던 전두환 추징금도 전액환수라는 정상의 코스를 밟고 있다. 비정상은 반드시 드러나게 돼 있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시대적 트렌드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내란음모사건은 물론 장기표류하고 있는 정국도 마찬가지이다. 정상을 되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치가 타협하는 예술이라 하지만 비정상적인 타협과 야합은 엉뚱한 부작용을 낳는다.

천만다행인 것은 이번 내란음모사건이 사전에 발각된 것과 그로 인해 우리의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이제는 햇볕정책을 재평가하고 남북관계의 새 지평을 여는 원칙, 남북관계 비정상화의 정상화도 지켜 나가야 한다.
변옥윤 (객원논설위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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