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 없는 ‘위원회공화국’
실속 없는 ‘위원회공화국’
  • 경남일보
  • 승인 2013.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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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섭 (객원논설위원, 사천포럼 대표)
새 정권의 출범이 반년을 넘어 섰다. 어느 정권이나 선거과정에서 국민을 상대로 수많은 공약을 한다. 늘 그래왔듯이 대통령들의 후보 시 공약에 대한 실천에서는 크게 달라진 것들이 없었다. 급박한 대선 상황에서 기본적인 검토도 없이 경쟁적으로 매일같이 공약을 남발했으니 정부인들 무슨 예산으로 그 많은 공약을 이행할 것이며, 여당인들 어떻게 그 모든 것들을 지킬 것인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대통령 후보 모두 각종 위원회를 만들어 자리 챙겨주기로 일관되는 ‘위원회공화국’만은 근절하겠다고 했다. 특히 대통령소속 자문위원회와 각 부처의 자문위원회다. 대통령자문기구 형식의 각종 위원회는 장·차관급 이상으로 대우하는 수십여 명의 위원을 위촉하여 임기동안 회의는 물론 뚜렷한 성과 없이 정부 예산만 축내는 것은 물론 각 부처의 옥상옥으로 군림하는 폐단도 늘 지적을 받아 왔다.

지난 6월 대통령 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출범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이것과 비슷한 ‘사회통합위원회’가 있었다. 한 해에 약 40여억 원 정도의 예산을 사용했다. 인적 구성도 대부분 정부의 각 부처로부터 파견된 인력이었다. 주된 업무추진은 전국과 지역 차원에서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이었다. 주된 내용을 보면 대학 시간강사 제도 개선, 근로빈곤층 사회보험료 지원, 선거제도와 다문화정책 등으로 사회통합을 위한 특별한 이슈는 없었다. 대부분 기존의 부처에서 충분히 정책적 대응이 가능한 사안들이다. 위원회의 결과물은 주제에 대한 연구보고서 작성에 그쳤다. 그 위원회의 대표적 업적으로 논하고 있는 대학 시간강사 처우개선 제도도 원래 올 3월부터 시행예정이었으나 시간강사들의 저항으로 일 년 간 유예된 상태이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함께 사회통합위원회는 해산되었고 대신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출범했다. 국민대통합을 내세워 대선을 승리로 이끌고 위원회가 출범은 했지만 국정원 사건으로 야당은 장외투쟁을 선택했고 국론분열이 심화되어 국민통합은 보이질 않는다. 여기에 이석기 의원 사건까지 터졌다. 출범한지 약 한 달 반이 지난 지금 국민대통합위원회의 실적은 위원회의 슬로건을 채택한 것이 전부이다. 향후 구체적인 로드맵도 보이질 않는다.

박근혜 정부의 지역발전 정책도 이전 정부와 다름없이 대통령 소속의 ‘지역발전위원회’와 ‘지방자치발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러한 위원회는 노무현 정부시절 제정한 신행정수도특별법,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지방분권특별법과 그 맥락을 같이한다. 지역발전위원회는 그 당시의 지역발전위원회와 다를 바가 없다. 위원회 출범의 근거가 되는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법’ 역시 이전의 ‘지방분권촉진에 관한 특별법’과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을 폐지하고 양 법률을 통합하여 제정한 법률에 불과하다.

2003년 노무현 정부시절 지역발전위원회의 주요 추진과제와 이번에 출범한 지역발전위원회의 6대 중점 추진방향을 보면 별로 진척된 것이 없다. 이명박 정부 초기에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법’을 제정, ‘지방행정개편추진위원회’를 발족해 강력하게 추진한 시·군 통합 등 지방행정체제개편의 성과는 잘 알고 있다. 통합 창원시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창원시는 지금 내부적으로도 진통을 겪고 있다. 정부의 구상대로 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지방분권까지 포함한 특별법이 만들어졌고 그 법을 근거로 이름만 바꿔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출범했다. 위원회마다 활동을 시작했는데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지난 8·28 전·월세 대책에서 전·월세난 해결을 앞세운 정부는 지자체와의 협의나 재정난은 염두에도 없이 취득세율을 영구히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등이 강력히 항의하자 한걸음 물러섰다. 또 박근혜 정부의 무상보육 공약에 지자체는 예산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급기야 서울시장과 정부, 여당이 서로 원색적인 비난전을 하고 있다. 국민대통합, 지역발전, 지방자치 등 대통령 소속위원회도 아무런 역할을 못하는데 다른 위원회들은 말할 것도 없다. 앞으로도 많은 위원회가 만들어질 것이다.

충분한 검증 없이 아무런 역할 없는 위원회의 남발은 지역이나 국가에 그 어떤 도움도 없음을 돌이켜보면 알 수 있다.

이원섭 (객원논설위원, 사천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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