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東醫寶鑑)
동의보감(東醫寶鑑)
  • 경남일보
  • 승인 2013.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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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해영 (경남문화관광연구원장, 경영학 박사)
사람의 타고난 수명은 본래 4만3200여일이고, 120살을 살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입과 코를 쓰지 않고 배꼽만으로 호흡해 어머니의 태 속에 있는 것과 같이 태식(胎息)을 하게 되면 노인이 젊어질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의 몸은 한 나라의 형상으로 가슴과 배는 궁실과 같고, 팔다리는 국경과 같으며, 뼈마디의 나뉨은 여러 관서와 같다. 경지에 이른 지인(至人)은 아직 생겨나지 않은 환난을 미리 막아내고, 병이 생기기 전에 다스리며, 일이 생기기 전에 고치고, 이미 잘못된 후에 그것을 구하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의성(醫聖) 허준(許浚)이 편찬한 동의보감에 기록돼 있는 내용이다.

동의보감은 당대의 명의 허준이 왕명을 받고 일생의 의료경험을 토대로 전해오는 의학서적을 인용해 편찬했다. 동의보감이 의서(醫書)로서 더 큰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은 편찬자가 당대의 명의라는 점과 명의의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서술됐다는 데 있다. 이와 같은 허준의 공력이 인정돼 동의보감은 ‘세계최초의 공중보건 안내서’라는 평가를 받았고 유네스코에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동의보감은 내경편, 외형편, 잡병편, 탕액편, 침구편으로 구성돼 있다. 내경편은 인체 내부에 관한 것을 서술했고, 외형편은 몸의 겉에서 관찰되는 부분들의 의학적 기능과 거기에 생기는 질병에 관해 서술했다. 잡병편은 각종 질병의 발생원인이나 증상 등을 서술했고, 탕액편은 약물의 채취와 가공, 약 달이는 법 등 약물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침구편은 침구의 실제와 침구운용에 가장 필수적인 내용을 선별해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동의보감은 먼저 인체의 구성원리를 서술했고 그 다음에 병의 예방과 진단 그리고 치료에 관해 서술하고 있다.

명의 허준이 동의보감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은 통즉불통(通則不通), 즉 ‘통하면 아프지 않고, 아프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통의 경계는 실로 무궁하다. 몸과 마음, 몸과 몸, 몸과 외부, 몸과 사회, 몸과 우주 등이다. 요컨대 통한다는 것은 건강하게 잘 산다는 뜻이고 이는 곧 웰빙과 힐링에 대한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사람의 몸을 다스리는 것은 한 나라를 다스리는 것과 같다’고 한 동의보감의 인체철학은 웰빙과 힐링의 근원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를 일깨워 준다. 그리고 동의보감의 기본원리를 확장해 나가면 ‘사람의 몸을 다스리듯이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는 논리가 가능해진다. 그러고 보면 동의보감은 의서의 단계를 넘어서 나라를 다스리는 치서(治書)로서의 가치도 발견할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 보감(寶鑑)의 의미는 ‘책을 열면 거울같이 빛나는 것이 만물을 밝게 비춘다’는 것을 뜻한다. 웰빙과 힐링의 시대에 동의보감이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지침서가 돼 만물을 밝게 비출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맹해영 (경남문화관광연구원장,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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