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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한 메밀국수, 은은한 맛에 반하겠네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24> 강원도 고성 이야기
경남일보  |  young@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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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9.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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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만두와 전병.

 
 
 
지난여름은 온 세상을 태울 듯한 뜨거운 햇살로 유난히도 기승을 부리는 무더운 날씨였지만, 계절의 도래에는 어쩔 수 없이 그 힘을 잃어가며 서서히 물러서고, 푸른 하늘이 아름다운 가을에게 제자리를 양보하고 있는 시기이다. 이런 풍요롭고 아름다운 가을이 제일 먼저 찾아와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우리나라의 최북단 강원도 고성을 향하여 맛이 있는 여행은 먼 길을 달려갔다.

강 하구와 바다가 만나는 곳에 아름다운 석호인 송지호와 화진포호 등이 있는 고성은 한여름이면 호숫가에 해당화가 만발하여 그 아름다움을 더하는 곳이다. 특히 둘레가 16km에 이르는 동해안 최대의 자연호수인 화진포호는 넓은 갈대밭 위에 수천 마리의 철새가 날아들고, 울창한 송림으로 둘러싸여 주변경관이 빼어나 옛날부터 주변에 유명한 별장들이 많았던 곳으로 유명하다. 지금도 이승만 전 대통령 별장과 이기붕 전 부통령 별장이 남아있고, 화진포의 성이라고도 하는 북한 김일성 별장이 안보전시관으로 남아있다. 화진포의 성은 한때 외국인 선교사 셔우드 혼이 예배당으로 사용하였던 건물로 김일성은 1948년부터 1950년까지 처 김정숙, 아들 김정일, 딸 김경희 등 가족과 함께 하계휴양지로 찾았던 곳이기도 하다.

강원도 지방기념물 제10호인 화진포는 동해와 연접하여 자연풍광이 수려하고 포구에 기암괴석의 신비가 극치를 이루고 있으며 수심이 얕고 해저가 청아하여 주옥같은 백사장이 명사십리를 이루고 있어 아름답기 그지없다. 또 해안의 솔밭에서 나오는 자연수는 물맛이 좋기로 유명하여 상수도 시설이 필요 없을 정도이고, 수천 년 동안 조개껍질과 바위가 부셔져 만들어진 모나즈 성분의 모래는 밟으면 ‘뽀드득’하며 소리가 나면서 부드러운 감촉을 느낄 수 있다. 특히 화진포는 동해의 맑은 해수와 담수가 교차해 해수욕장으로도 최고이고,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가을동화’의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화진포는 슬픈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옛날 아주 오랜 옛날 이화진이라는 부자가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건봉사에서 스님 한 분이 탁발을 하러와 며느리를 시켜 좁쌀 한 홉을 내주니, 스님은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복 받으라는 축원을 하며 돌아갔다. 삼년이 지나 스님이 다시 탁발을 하러와 이번에는 좁쌀 한 숟가락을 내주니 역시 스님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돌아갔고, 또 삼년이 흘러 스님이 탁발을 하러오자 자신의 재산을 축내러오는 스님이 얄미워 이번에는 며느리를 시켜 마구간에서 쇠똥을 한 움큼을 내다 주니, 쇠똥을 자루에 넣은 스님은 이번에도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 착한 며느리는 마음이 아파 시아버지 몰래 광에서 쌀 두어 됫박을 퍼 스님을 따라 동구 밖까지 나가도 스님이 보이지 않아 발길을 돌려 집으로 향하려는데, 대궐 같던 집과 문전옥답은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엔 커다란 호수가 길을 막고 있었단다. 이에 며느리는 인생무상과 삶의 회의를 느껴 옆에 있는 나무에 목을 매어 자살을 하고 말았다는 슬픈 이야기다. 이후 사람들이 며느리를 기려 무덤과 기념비를 만들어 주었다고 하며, 이후 화진포 주변에는 해당화가 피어났고, 사람들은 이 꽃을 두고 착한 며느리가 죽어 환생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화진포전설 속 착한 며느리의 삶을 안타까워하며 쓴 입맛을 돋울 먹거리를 생각한다. 가까이에 화진포 메밀막국수집이 보인다. 곧장 달려가니 손님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어 대기표를 갖고 기다려야 한단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자리를 잡고 메밀막국수와 메밀만두, 메밀전병을 시켰다. 메밀막국수는 김칫국물 또는 육수에 말아 먹는 강원도의 향토음식이다. 반죽한 메밀가루반죽을 국수로 만들어 삶아 그릇에 담아 놓고, 차게 식힌 닭육수를 동치미 국물과 소금으로 간하여 부은 다음 찢어서 양념한 닭고기살, 채 썬 오이와 배추김치 동치미무 삶은 달걀 등을 올린 음식으로 새콤달콤하면서 시원한 맛이다. 메밀막국수에는 명태식해 보쌈 백김치의 삼합을 빼놓을 수 없다. 화진포 메밀막국수는 언뜻 보면 여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음식 같지만 은은한 메밀 향과 깊은 국물 맛은 아무나 흉내 낼 수 없고 메밀만두와 전병을 곁들이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으며 담백하면서 깔끔하다.

점심식사 후 화진포 팔경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 들었다. 제1경은 원당리 마을 앞 호수에 비친 반달 그림자와 누런 가을곡식, 단풍나무가 어우러진 풍광이 아름다운 ‘월안풍림’이고, 제2경은 화포리 찻골에서 저녁밥을 짓는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과 같다하는 ‘차동취연’이다. 제3경은 호수 주변 모래밭에 봄에 피는 빨간색 해당화의 모습이 영롱하다 해 ‘평사해당’, 제4경은 호수동편 장평 부근에 찾아오는 많은 기러기의 울음소리가 청명하다 하여 ‘장평낙안’이다. 제5경은 화진포 앞바다에 떠있는 금구도(광대토대왕의 수중능이라고도 함)의 모습이 한가로워 보인다고 해 ‘금구농파’, 제6경은 화진포 호수의 물이 바다로 흘려들면서 바닷물과 부딪치며 솟아오르는 물길 모습이 마치 용이 물을 차는 듯하다고 하는 ‘구용치수’다. 제7경은 풍암별장에서 보이는 돛단배가 한가로이 노니는 모습이 정겹다는 ‘풍암귀범’이고, 제8경은 모화정리(지금의 죽정1리) 호수변의 모래밭에 서 있는 아름다운 정자를 일컫는 ‘모화정각’이다. 이런 경치에 반하여 조선시대의 풍류시인인 김삿갓이 화진포에 머물면서 화진포 팔경을 시로 읊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화진포를 뒤로 하고 몇 차례의 검문을 거친 후 민통선 안에 있는 건봉사를 찾아간다. 건봉사는 한때 전국 4대사찰의 하나로 월정사와 더불어 전국 31개 사찰의 본산으로 승려 수만 700여 명을 헤아리는 큰 사찰이었다고 한다. 신라 법흥왕 7년 아도화상이 금강산 남쪽의 명당자리를 찾아내 ‘원각사’를 창건했고, 신라 말에 도선(道詵)이 중수한 뒤 절의 서쪽에 봉형(鳳形)의 돌이 있다고 하여 서봉사(西鳳寺)라 하였으며, 공민왕 7년 나옹(懶翁)화상이 중건하고 건봉사라 하였단다.

임진왜란 때에는 서산대사가 선조의 명을 받들어 팔도십육종도총섭 겸 의병대장의 직책을 맡게 되자, 그 제자인 사명대사가 이곳에서 6000여 명의 승병을 모아 왜적을 무찔렀지만, 6.25전쟁 때 불에 타 지금은 불이문과 옛 절터만 남아 있어 안타까움이 더했다.

다시 차를 달려 미시령을 넘어 울산바위를 바라보며 화암사로 향한다. 화암사는 금강산 최남단의 절로서 기록에 따르면 이절은 다섯 차례나 화재를 입었다고 전한다. 이절 남쪽에 있는 수바위와 북쪽에 코끼리모양의 바위가 있는데 바위의 맥이 서로 상충하는 자리에 절터가 있어 수바위가 뿜어내는 열기를 이겨내지 못하여 여러 차례 화재를 겪었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지금의 절은 창건 당시 위치에서 남쪽으로 100m쯤 떨어진 장소에 있다. 지금의 화암사는 고종 원년에도 화재로 소실되어 그해 9월에 수봉으로 이전, 건립돼 ‘수암사’라고 바뀌었다가 1912년에 화암사라고 개칭됐다. 특히 남쪽 300m지점에 위치한 왕관 모양의 수바위는 기우제를 지내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다시 화진포를 향하다가 왕곡마을에 잠시 들렸다.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오봉리에 위치한 왕곡마을은 14세기경인 고려 말 두문동 72현 중의 한 분인 양근 함씨 함부열이 이성계의 조선건국에 반대하여 낙향 은거했다고 한다. 이후 손자 함영근이 왕곡마을에 정착하면서 함씨 후손들이 대대로 생활하고 있다. 특히, 왕곡마을은 19세기 전후에 건립된 북방식 전통한옥과 초가집 군락이 원형을 유지한 채 잘 보존되어 있는 전통민속마을로 역사적 학술적 가치가 인정되어 중요민속자료 제235호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강원도 고성에 왔으니 향토음식으로 사시사철 즐겨 먹을 수 있는 음식인 오징어회를 빼놓을 수 없다. 오징어회를 먹기 위하여 공현진항을 거쳐 가진항으로 간다. 강원도 오징어는 지역에 따라 데쳐서 마늘을 곁들여 초장 된장 고추장 등에 찍어 먹거나, 물회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채로 썬 오징어를 회로 먹는 것을 즐긴다. 또 이곳에서 유명하다는 토종돼지고기도 맛보았다. 구워 맛을 보니 다른 지방의 돼지고기에 비해 기름기가 적어 담백하며 고소하고, 쫄깃쫄깃한 감자떡도 별미이다. 오징어회에 토종돼지고기와 감자떡의 맛에 반하여 행복한 마음으로 강원도 고성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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