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자살과 부모교육
청소년자살과 부모교육
  • 경남일보
  • 승인 2013.09.1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정혜 (객원논설위원, 경상대학교 교육연구원장)
우리나라 아동·청소년 자살률 증가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국 중 2위로 나타나 충격을 주었다. 한국건강증진재단이 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맞이해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를 분석한 결과, 10세에서 19세 인구 10만 명당 자살지수가 지난 2001년 3.19명에서 지난 2011년 5.58명으로 57.2%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같은 기간 20세에서 64세 성인의 자살률이 인구 10만 명당 16.96명에서 33.58명으로 50.5% 늘어난 것보다 더 높은 비율이다. 즉 우리나라는 최근 10년간 성인 자살률과 청소년 자살률이 모두 증가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청소년 자살률이 성인 자살률 증가보다 더 높게 나타나 청소년 자살률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을 다른 나라와 비교해볼 때 OECD 회원국의 청소년층 자살률이 감소하는 추세인데 비해 우리나라 청소년층 자살률은 급증 추세여서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OECD 31개국의 아동·청소년(10~24세) 자살률 통계를 보면 인구 10만 명당 2000년 7.7명에서 2010년 6.5명으로 감소했는데, 이 기간 우리나라의 같은 연령대 자살률은 6.4명에서 9.4명으로 47%나 급증했다. 따라서 10년 만에 OECD국가 중에서 자살률 순위가 18위에서 6위로 껑충 뛰어올랐으며, 이러한 증가속도는 칠레(53% 증가)에 이어 두 번째 순위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지정한 ‘세계 자살예방의 날’은 자살을 예방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전 세계가 함께 노력하자는 의미에서 만들어졌다. 이는 좋은 취지에서 생긴 것이지만 사실은 그만큼 세계적으로 자살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8년째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씻지 못하고 있다. 2010년 기준으로 하루평균 43.6명, 즉 33분에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버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시사점 중의 하나는 미래사회의 주인공인 우리나라 아동·청소년의 자살률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청소년(13~19세)의 자살충동 이유가 성적 및 진학문제(39.2%)가 주된 요인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러한 결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자살률이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과 그 자살의 주된 이유가 성적과 진학문제라는 점이다.

이는 최근 우리사회가 성적 위주의 사회로 치달으면서 청소년들에게 성적 외에는 설 자리를 주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실례로 경기도의 한 고등학생이 자살충동을 느껴 죽으려다 ‘자살예방센터’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굳었던 마음이 풀어져 자살충동을 멈췄다고 고백했다. 이처럼 청소년들이 자살충동의 마음을 누군가에게 털어놓는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사안이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이 자살충동이 일어날 만큼 자신의 답답한 마음을 과연 누구에게 털어놓아야 할 것인가. 바로 부모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살충동을 느끼는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부모보다는 친구 또는 ‘자살예방센터’에 전화를 걸어 자살의사를 밝히면서 구조를 요청하곤 한다. 사실 자살을 하는 청소년들은 대부분의 경우 자살하려는 시도를 주변에서 알지 못하고 말려주지 않아서 실수로 결국 죽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자살예방센터’의 위기상담 전화가 필요한 것이다. 전화로 통화하는 순간 극단적인 자살충동을 정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 자살에는 학교나 지역사회의 책임도 있지만 일차적인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 자녀가 고통으로 자살을 시도하려는 충동을 가지고 있으면서 부모에게 그것을 의논할 수 없다면 부모가 부모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부모가 부모역할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을 때 학교와 지역사회도 함께 건강해질 수 있다. 모든 문제청소년 뒤에는 문제부모가 있으므로 문제청소년을 탓하기에 앞서 부모문제에 대한 자각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청소년 자살률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그런 자녀의 마음을 알아주고 이해할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즉 자녀와 의사소통이 되고, 자녀의 아픔을 함께 공감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부모를 대상으로 한 부모교육이 선행돼야 하겠다.

최정혜 (객원논설위원, 경상대학교 교육연구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