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윗날 민족심성
한가윗날 민족심성
  • 김순철
  • 승인 2013.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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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철 (지역자치부장)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조상 묘를 찾아 무성하게 자란 풀을 베며 성묘의 예를 갖추려는 후손들의 모습이 이 산 저 산에서 눈에 띈다. 이날만큼은 조상들도 한 해의 묵은 때를 말끔히 걷어내고 깨끗이 몸단장을 한다. 한때 산야에 산재한 묘소에는 잡풀로 우거져 볼썽사나운 몰골을 드러내곤 했다. 고향 선산 곳곳에 흩어진 산소는 잘 보살피지 않은 탓에 흉물스럽게 방치된 곳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벌초걱정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이 트였다. 벌초 대행서비스란 신종 업종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대행료를 내고 묘소 위치만 알려주면 말쑥하게 가꿔 준다. 벌초 전과 후의 모습을 보내와 사진으로나마 성묘도 가능케 해준다. 어찌 대행벌초뿐이랴. 명절 연휴에 맞춰 가족여행을 떠나는 풍속도 생겼다. 그렇다고 조상의 예를 저버리지는 않는다. 미리 성묘를 다녀온 후 휴양지에서 ‘현지차례’를 감행한다.

▶바람직한 변화도 있다. 예전에는 남성이 상전이었고, 여성은 제사음식 마련과 손님맞이 뒤치다꺼리로 온 종일 일만 하다 하루를 보내기 일쑤였다. 하지만 오늘날은 제수 구입부터 설거지까지 남녀 역할을 분담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제사음식을 장만한 후 온 가족이 찜질방 등에서 피로를 풀곤 한다. 추석 때가 되면 ‘명절 신드롬’이란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여성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추석이 성큼 다가왔다. 이맘때면 마음은 벌써 고향으로 달려간다. 서서히 민족 대이동이 시작된다. 조상의 음덕을 기리는 귀성행렬은 다름 아닌 ‘효도행렬’이다. 고향은 늘 그 자리에서 우리를 반겨 준다. 시대흐름에 따라 편리하게 바뀐 명절 신풍속도 속에서도 ‘조상 섬기기’의 마음은 변함없이 이어진다. 조상을 추모하고 근본에 보답하는 추원보본(追遠報本)의 민족 얼이 되살아난다. 이게 바로 우리의 민족 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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