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종 바꿀 과수원 잡초 뿌리까지 없애야
수종 바꿀 과수원 잡초 뿌리까지 없애야
  • 경남일보
  • 승인 2013.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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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제초제 살포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벼가 익으며 황금들판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태풍과 폭우 피해가 없었던 해라 화려한 황금 빛깔만큼 풍년이 예상된다. 병충해가 덜한 올해 들녘은 예년에 보기 드문 아름다운 빛깔을 뽐낼 것이다. 벌써 등장하기 시작한 허수아비 무리가 풍년가를 부르고 있다. 때로는 피사리를 하지 않은 벼논이 아름다운 그림에 낙서 같아 아쉬움으로 남는다.

익숙한 듯 보이지만 해보면 잘 안 되는 일이 농사일이다. 또한 남이 하는 것을 보면 쉬워 보이지만 직접 해보면 힘들고 고된 일이 농사일이다. 무슨 농사가 쉽다고 해서 막상 시작해보면 쉬운 농사는 없다. 벼농사도 기계가 다 해준다고 시작해보면 자잘한 일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마지막에는 지쳐 피 정도는 뽑지 않아도 수확에 지장이 없다며 그만두기 일쑤다.

농사일은 서두르지 말고 쉬엄쉬엄 여유를 갖고 하는 것이라고 수도 없이 들었다. 직장생활과 다르게 시작과 끝나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서 여유롭게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일을 하다보면 여유를 찾지 못하고 허둥대는 경우가 많았다. 경험이 없어 시행착오를 겪는 경우가 잦아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기도 했다.

때맞춰 내린 가을비가 김장 무 배추 성장에 큰 도움이 되었다. 씨앗을 파종한 무는 솎아 반찬거리로 만들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자랐다. 며칠 남지 않은 추석에 솎아 뽑으면 더 좋은 나물거리가 될 것 같다. 모종을 사다 심은 배추는 넓게 잎을 펼쳐 제자리를 완전히 잡았다. 해충이 뜯어먹어 몇 번 보식을 하기도 했지만 벌레를 이길 만큼 자랐다. 이제 수시로 나오는 잡초만 제거해주면 스스로 자랄 것이다.

지금이 추석을 앞두고 한창 배 수확을 해야 할 땐데 손을 놓고 있다. 개화기 냉해피해로 꽃이 얼어 열매가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상기온은 더 자주 나타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내년에는 수종을 바꾸기로 했다. 특히 저지대인 우리 과수원은 되풀이 되는 냉해피해를 자주 입어 왔었다.

종류와 품종을 잘못 선택하는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하여 전문가의 조언을 여러 번 구했다. 일의 효율을 기하기 위하여 이곳저곳에 흩어져 섞여있는 과수원의 품종을 구분하여 집단화하기로 했다. 우선 추석이 지나면 수종을 바꾸어야 할 곳부터 작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나무를 다시 심어야 할 곳에 먼저 풀을 제거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초제를 뿌렸다. 특히 띠는 지금 죽이지 않으면 뿌리가 남아 흙을 파고 뒤엎어도 다시 되살아난다며 제초제 이름을 알려주며 지금 뿌리라고 했다. 밑거름으로 쓸 퇴비도 준비하라고 일러 친구가 주문한 퇴비를 당겨쓰기로 하고 주문을 마쳤다. 땅을 고를 때 미리 퇴비를 땅속 깊이 묻어두면 어린 묘목이 빨리 활착을 한다고 한다.

녹차는 항균작용이 강하기 때문에 균제로 만들어 쓸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활동하는 ‘비화학적 병해충 방제 연구회’ 회원들의 주문을 받아보니 600kg이 넘었다. 녹차 주산지인 하동에 문의를 하니 마침 지금이 녹차 밭을 정리하는 시기라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수소문 끝에 연결된 담당자의 말로는 내일이 작업 마지막 날이라며 한 집 물량을 가져 갈 것을 권했다. 다소 바쁜 시기였지만 시간이 허락하는 회원과 함께 하동으로 가서 한집 물량인 740kg을 싣고 왔다. 기계로 채취하는 것이라 채집망에 든 채 수송하여 저온냉장고 보관을 하고 일부는 탄화기에 바로 넣는 작업을 시작했다.

녹차는 탄화를 처음 해보는 것이라 탄화시간을 예측할 수 없어 수시로 확인해가며 시간을 조절했다. 탄화기가 보관된 작업실 환경이 열악하여 옷과 몸에 냄새가 배고 공기가 탁해 애를 먹기도 했지만 새로운 것을 시험해보는 호기심으로 견딜 수 있었다. 탄화물 양도 다른 원료에 비해 적지 않아 이번에 작업한 것만으로도 2~3년은 사용할 수 있을 정도는 얻었다.

지난주에 우려했던 멧돼지가 나타나 밭을 뒤엎어 놓았다. 다행이 지인들이 주말농장으로 고구마를 심어 수확을 마친 곳이었다. 멧돼지는 파내고 남은 고구마 냄새를 막고 찾아 온 것이다. 가족이 무리지어 움직이는 멧돼지의 습성이 한 번 찾아오면 온 밭을 뒤집어 못쓰게 만들어 버린다. 가을이 되면서 먹이 활동이 활발해진 멧돼지가 인가 가까이까지 접근해 오면 예상되는 피해를 막을 방법을 찾아야겠다.

/정찬효 시민기자
빈땅 제초제 살포
초보농사꾼이 빈땅에 제초제를 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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