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피우기 좋은 진주
바람 피우기 좋은 진주
  • 경남일보
  • 승인 2013.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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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진 (경상대 EU연구소장, 건축학과 교수)
지난 휴일에 야외활동을 하려고 무심코 집을 나섰다가 맑은 날씨를 보고 순간적으로 움칠하였다. 이전 같으면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에 파란 하늘을 보면 가슴이 확 뚫리는 시원함과 감동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여름 더위에 얼마나 지쳤던지 ‘자라등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시원한 가을 하늘을 보고도 무의식 중에 가슴을 쓸어내렸던 것이다. 올 여름 더위는 과도한 전력소모와 원자력 전력의 부실 및 부패운영으로 국가적 위기사태까지 초래하기도 했다. 절전을 위한 범국민적 전면 전쟁이 선포되었고 필자가 근무하는 연구실도 그야말로 찜통을 방불케 했다. 심지어 쓰러지는 폭염환자의 수가 전년에 비해 50%이상 증가했고, 국민들은 언제 이 더위가 지나갈까 애타게 기다리며 지쳐 갔다.

사실 이러한 이상기온 현상은 산업공해, 자동차의 배기가스, 도시인구의 과밀화 등이 만들어낸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더위가 한창이던 8월에 도쿄에서 온 대학교수 한 사람이 마중 나간 필자에게 시원한 한국으로 피신 와서 다행이라고 할 정도로 일본은 더 더웠다. 세계 각국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이러한 지구온난화 현상 등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세우고 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휴가를 가거나 단지 바람이 잘 통하고 단열이 잘 되는 시원한 친환경 집을 짓거나 리모델링해 살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는 경비가 많이 들어 현실적으로는 냉방기를 사서 폭염을 피하는 것이 최고의 상책이다. 하지만 이런 냉방기기의 가동은 건물 외부로 열을 방출하여 도시공간을 더욱더 데우게 되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이에 더하여 건축물의 과밀화와 콘크리트 표면이 공기 순환을 어렵게 하여 도시 내에서 발생한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된다. 이를 이른바 ‘열섬현상’이라 부르는데 현대 도시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환경문제 중 하나이다.

도심에서 발생한 열을 쫓아내는 방법에는 시원한 바람을 가져다주는 ‘바람길’을 조성하는 방법이 제일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적인 바람은 일반적으로 열의 차이에 의해 대기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방향으로 만들어진다. 대기 중에 생긴 바람의 움직임은 지표면에서는 구릉, 산, 하천, 건축물의 영향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진주시 같은 분지형 도시는 산이나 구릉지가 사방으로 둘러싸여 있어 바람길이 막히게 된다. 이로써 도심에 더운 공기와 차량 배출가스가 정체되어 폭염과 공기오염이 훨씬 더 심화된다.

세계적인 기계 및 자동차 도시인 독일의 슈투트가르트도 도심이 분지 속에 가라앉아 있다. 시는 이 때문에 발생하는 열섬현상을 해소하기 위하여 공기의 흐름을 반영한 토지이용, 주거단위, 녹지공원 및 공지, 건축물 등에 관한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였다. 이를 통해 도시에 흐르는 강, 구릉지, 건축물 등의 배치나 높이 등을 이용 혹은 조절하여 도시 내 바람의 통로를 확보했고, 한결 시원하고 쾌적한 도시를 만들게 되었다. 특히 오늘날에도 구릉지 및 산 위에서 도심으로의 찬 공기를 유도하기 위해 기존 녹지를 보존하고 새 녹지를 추가로 매입하여 확장하는 데 많은 예산과 행정력을 투입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현재 진주시 일각에서 일고 있는 도시 언저리 산지 및 구릉지 개발에 대한 주장은 타당성이 많이 결여되어 보인다. 분지 지형이 가지는 열섬현상을 해소하고, 이번 같은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도시 주변의 구릉지 및 산지의 숲을 보호하고 도심에 녹지를 확충하여 녹지축을 형성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진주는 분지이기는 하나 진양호나 도심을 관통하는 남강 등의 수공간이 있어 바람길 형성함에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진주의 토지이용계획, 도시계획 혹은 대형 건축물 배치 등에 있어 바람길을 배려하고 도입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봐야 할 때가 왔다.

내년 여름에 어김없이 찾아올 폭염과 전력난을 걱정하고 있지만 말고 바람 피우기 좋은 도시 진주에서 바람을 많이 만들어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 자녀에게도 에어컨보다는 쾌적한 도시환경을 가보로 물려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만진 (경상대 EU연구소장,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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