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와 이벤트의 차이
축제와 이벤트의 차이
  • 경남일보
  • 승인 2013.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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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해영 (경남문화관광연구원장 경영학 박사)
축제의 계절 하면 봄과 가을이다. 인간은 봄에 씨를 뿌려 놓고 풍년을 기원하는 축제를 열었고, 가을에 추수에 감사함을 올리는 축제를 열었다. 이처럼 축제는 기원과 감사가 축제의 기본정신이다. 축제는 반드시 축제의 정신이 있어야 한다. 축제의 정신은 지역공동체 구성원의 생활에서 체화(體化)된 문화를 통해 표현된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축제의 탈을 쓴 이벤트가 난무하고 있다. 지역의 정체성을 대표해야 할 지역축제가 이벤트에 묻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심지어는 축제로 성장할 만한 지역의 산업자원이나 문화자원이 이벤트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축제와 이벤트를 구별하는 법은 간단하다. 첫째, 축제는 지역을 떠나서 열릴 수 없는 데 비해 이벤트는 지역에 구애받지 않는다. 축제는 지역 공동체 구성원의 생활에서 체화되고 정제된 결정체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가져갈 수가 없다. 그러나 이벤트는 축제에서 연행(演行)되는 엔터테인먼트한 속성만을 가져가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얼마든지 열릴 수 있다. 둘째, 축제는 인위적으로 합쳐지거나 분리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벤트는 합종연횡(合從連橫)이 가능하다. 축제는 지역공동체 구성원의 참여와 그들의 축제정신 발현이 필수적인 요소이므로 축제의 통합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이벤트는 여러 개의 이벤트가 통합돼 열게 되면 메가 이벤트로써 재미의 상승효과를 가져온다. 셋째, 축제는 지역공동체 구성원의 적극적인 기여에 의해 이뤄진다. 그러나 이벤트는 집행부나 기획자의 기여에 의해 이뤄진다. 축제의 역량은 지역 공동체 구성원인 사람이지만 이벤트의 역량은 자본이다.

지금 우리의 축제는 이벤트와 개념 구분이 되어 있지 않다. 축제가 무엇인지, 축제를 왜 여는지에 대한 목적의식이 부족하거나 없는 상태다. 현재의 우리 축제를 걱정하는 축제 연구자들은 많다. 그리고 그들의 연구성과도 상당히 축적돼 있다. 그러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연구자들의 쓴소리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우리는 우리의 축제를 세계적인 축제로 키워낼 만한 축제자원과 축제적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민족이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지역공동체가 중심이 돼 크고 작은 축제를 열었고 국태민안을 위해 천제(天祭)를 지내온 민족이다. 최근 우리는 축제를 통해 폭발적인 사회적 에너지를 경험한 바가 있다. 2002년 월드컵에서 ‘붉은 악마의 응원축제’는 세계를 놀라게 했다.

세계적으로 축제의 원형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는 나라 가운데 우리의 이웃인 일본이 있다. 일본에는 크고 작은 축제가 열리고 이를 ‘마쯔리’라고 한다. 그들은 마쯔리의 연행을 통해 사회적 에너지를 결집시키고 있다. 마쯔리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우리 축제의 본질과 닮아 있고 마쯔리의 기원이 어디인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다만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우리의 축제를 가장 먼저 단절시켰던 것은 축제에서 뿜어져 나오는 사회적 에너지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경남문화관광연구원장·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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