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다문화 '희망'을 말하다 <1>
대한민국 다문화 '희망'을 말하다 <1>
  • 이은수
  • 승인 2013.09.1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주민과 함께 만드는 다이나믹 코리아
▲다문화의 천국 미국 뉴욕 맨하탄 거리.
 
 
 
대한민국에 ‘다문화’가 대두된지도 20년이 되어간다. 이주민 150만시대를 맞았고, 2030년이면 300만명이 될 것이라고 한다. 신유목민시대. 국경을 넘나드는 사람들이 다이나믹 코리아를 만들고 있는 가운데, 각종 지원시책이 추진되며 다문화 담론이 전국에 넘쳐나고 있다. 이제 다문화를 빼놓고 한국의 미래를 논하기 어렵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이를 보는 시각은 긍정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다문화는 어디쯤 와 있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해답을 찾기 위해 본보는 경남을 시작으로 충남·경기도, 그리고 미국 뉴욕 현지 취재를 다녀왔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전문가토론회를 개최한 내용 등을 지면에 소개한다. /편집자 주


한여름 무더위 맹위가 떨치던 지난 8월 대한민국 다문화의 새희망을 찾아 한달 남짓 전국을 다녔다. 또한 우리나라의 다문화를 보다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13시간여에 걸쳐 논스톱행 비행기를 타고 지구 반대편 뉴욕으로 날아갔다. 안산 국경없는 마을은 코리안드림을 꿈꾸는 이주민들로 넘쳐났다. 그리고 이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지원센터와 글로벌다문화센터 등이 문을 열어 활발한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또한 일선학교 교사들은 봉사단을 꾸려 다문화가정 2세들이 꿈을 펼칠수 있도록 헌신하며 다문화의 희망을 쏘아올리고 있다. 전세계의 이민자가 어울려 세계를 움직이며 새로운 미래를 창조해가는 뉴욕의 맨하탄 거리는 톨레랑스(관용)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하며 우리사회의 미래를 가늠하게 한다.


◇다문화 1번지로 떠오르는 국경없는 마을 ‘안산 다문화 마을 특구’=지난 8월 15일 광복절. ‘안산 다문화 마을 특구’는 휴일을 맞아 중국·베트남·우즈벡·인도 등 외국인들로 넘쳐났다. 국경없는 마을로 더 잘알려진 이 곳은 안산공단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형성됐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중소기업의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며 산업현장의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다문화거리에서 인도·네팔 음식점부터 베트남 칼국수집, 양꼬치 맛집까지 거리에 즐비한 각국의 음식점들을 접하며 탄성이 절로 난다. 중국이나 인도식당의 메뉴판은 책으로 착각할 정도로 음식목록이 빼곡히 적혀있다. 노릇 노릇 맛있께 익은 양꼬치에 칭다오 맥주 한잔을 곁들인 일행은 가끔씩 이곳을 찾아 이국생활의 애환을 달랜다고 했다. 국경없는 마을에서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모두가 주인공이다.

7월 말 현재 다문화마을 특구내 외국인은 1만1996명으로 전체 거주자의 70%를 넘어섰다. 외국인들이 직접 운영하는 외국계 업소는 무려 349개소나 된다. 이처럼 이주민이 늘면서 생활민원도 폭증해 안산시가 전국 최초로 설립한 ‘외국인주민센터’에는 연간 2만여명이 필요한 정보를 얻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체불임금 해결·근로조건 향상· 출입국 업무 간소화 등을 바라고 있다.


◇문화적 차이 극복하고 내일의 꿈을 키워가는 2세들=지난 2일 오전 어느 여고의 전교생 조회시간. 한 학생이 높은 단상에 올라갔다. 그는 중국에 살다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한국에 들어와 언어의 장벽에 부딪혀 막막했던 상황과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 놀림과 괴롬힘을 받았던 사연을 소개하면서, 이를 극복한 사례를 담담하게 전했다. 700여명의 학생들은 유창한 솜씨로 한국어와 중국어를 번갈아 전하는 내용을 진지하게 경정했다. 발표가 끝나자 친구들은 잘했다며 격려했고, 여학생은 친구들과 얼싸 안았다. 이날 스피치는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를 앞두고 학교장의 특별 배려로 이뤄졌다고 한다. 여학생은 해맑은 미소로 외사경찰관이 되어 사회적 약자를 돕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국내거주 외국인이 늘면서 이민자 자녀는 이민자 자녀는 올해 19만명을 넘어섰다.

안산의 한 초등학교는 이민자를 부모로 둔 학생이 전체(408명)의 절반(58%)을 넘어서며, 글로벌 교육의 시험장이 되고 있다. 이 학교는 다문화가정 자녀들만을 따로 떼내어 교육하지 않고 통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모두 함께하는 어울림교육, 이중언어 및 특기적성교육은 소기의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별도의 준비없이 중도입국한 학생들은 이국땅에서 곧 바로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방학중에 몇명의 아동들이 해외에서 또 전학을 왔다. 교사들은 한국어가 서툰 학생들에게 특별반을 편성해 맞춤형 지도를 하고 있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 다문화의 천국 뉴욕=뉴욕 메디슨 스퀘어 가든 앞. 가만히 서 있어도 세계의 인종이 몰려든다. 이 곳에서는 건물도 사람도 패션도 다 제 각각이다. 사실 뉴욕은 매력적인 동시에 정신없이 바쁘고 냉정한 도시라 실리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이방인을 선뜻 두팔 벌려 환영하는 관광지와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기브 앤 테이크(give&take)의 냄새를 제거하고 함께 어울리는 광장이 있다. 바로 뉴욕인터내셔널 센터다. 이곳에는 세계 곳곳에서 온 이민자에게 영어와 이곳의 문화를 소개하며 정착을 돕고 있다. 뉴욕에 관한 전천후 만남의 광장이라고 부를 만하다. 고작 건물 한 층의 절반가량을 사용하고 있는 어지간한 사설 어학원보다 작은 규모지만 이곳의 내부 규모는 유엔본부만큼이나 방대하다. 실질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열 명 남짓한 극소수 스태프를 제외하면 2000여명의 회원과 10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ICNY의 주인공이다. 어떻게 이 곳에 오게 되었는지, 이 도시에서 가장 기쁜 것은 어떤 점이며, 반대로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인터내셔널 센터 한쪽에선 늘 낯선 언어를 통해 소통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자원봉사자들의 섬김을 통해 외국인들은 뉴요커가 돼가고, 아메리칸 드림을 꿈꾼다.

◇내국인의 뿌리깊은 불신 해소가 다문화 성공의 관건=한달 여간 국내·외를 다니면서 슈바이처같은 의사가 되기 위해 러시아에서 건너 온 학생, 능통한 중국어 실력을 자랑하며 외교관을 꿈꾸는 초등학생, 바쁜 시간을 쪼개 봉사동아리 활동을 하는 교사들, 아동센터의 사회복지사, 해맑은 웃음의 요리교실 이민자, 휴일도 잊고 센터에서 묵묵히 일하는 전문가들, 이름도 없이 꾸준한 봉사활동을 하는 결혼여성이민자들,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향상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주민 목사 등을 만났다. 또한 미국사회 이민자의 정착을 돕는 자상한 퇴직자들, 뉴욕체험을 통해 청소년들의 꿈을 키워주는 선교사, 이민사회를 이끄는 한국계 정치지도자들을 만났다.

이들은 한결같이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문화에 대한 불편한 이중잣대를 버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사람들이 다문화에 대한 불신이 유독 심한 것은 순혈주의의 우월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국내교육 과정의 큰 역할을 했다. 다문화정책의 전도사인 동아대 이학춘 국제전문대학원장은 늦었지만 지나치게 보수화 돼 있는 우리나라 보통사람들에 대한 다문화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이민자를 받아들여 세계의 중심국가가 된 것은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풍토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다문화사회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주여성과 자녀를 우리들에게 동화시키려 강요할 게 아니라 다문화를 포용할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 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주여성 남편과 근로자의 사업주만 교육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학교에서 공동체 교육을 받는 것 처럼 주류를 이루고 있는 성인들이 다문화에 대한 이해교육을 받고 차별하지 않을 때 다문화사회로 가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을 것이리고 전문가는 조언한다. 더불어 제도적 장치도 강화해야 하고, 이민정책을 총괄할 이민국을 신설하는 한편 ‘인종차별금지법’ 같은 강력한 법 제정을 통해 차별적인 요소를 줄여 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존 윌모스 UN 인구처장은 “한국 정부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인구 고령화를 해결하려면 결국 한국도 ‘이민자의 나라(Country of immigration)’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