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慈悲)와 봉사(奉仕)
자비(慈悲)와 봉사(奉仕)
  • 경남일보
  • 승인 2013.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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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사람이 살다보면 병이 따르고, 불안이 수반되고 위험이 따르기도 한다. 고뇌가 붙어 다니기도 하고, 죄악이 동반되기도 한다. 또한 우리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거짓과 탐욕, 교만과 나태, 이기심이니 하는 정신악(精神惡)과 싸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싸워서 이기려면 힘이 필요하며, 힘이 없이는 악에 승리할 수가 없다. 종교는 하나의 힘이기 때문에 그래서 종교가 필요하다. 신앙은 하나의 힘이기 때문에 올바른 신앙을 가진 사람은 신앙을 못 가진 사람보다 훨씬 강하지만 또한 강해야만 한다.

종교란 어두운 방에 불을 켜면 방안이 훤하게 밝아지듯이 우리의 마음속에 신앙의 불이 켜지면 우리의 마음 전체가 밝아진다는 점이다. 내 속에 힘이 있고 빛이 있다. 마음이 곧 부처요, 우리의 정신 속에 신성(神性)이 깃들인다 했다. 석가는 “스스로를 등불로 삼고 스스로를 의지하라”고 하였고, 성경은 “네 마음속에 하늘나라가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마음속에서 오는 종교는 하나의 놀라운 힘이며, 우리에게 안심입명(安心立命)을 주는 정신적 지주(支柱)이다. 기둥이 없으면 무너지듯이 정신적 지주를 잃을 때 우리의 생활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종교란 모름지기 인생의 근본적인 가르침이 아닐까 한다. 종교는 인간이 바르게 살고, 행복하게 살고, 보람 있게 살려는 성실한 노력이다. 그러나 때로는 교만과 시기, 아집과 편견, 탐욕과 이기심을 버려야 함에도 버리지 못하고 살아간다. 이런 요소들이 우리로 하여금 진리를 보는 눈을 흐리게 하고, 영원을 사모(思慕)하는 마음을 혼탁하게 하고, 옳은 길을 걸어가려는 정열과 용기를 방해하기도 한다. 그래서 종교는 우리의 의식혁명(意識革命)이요, 정신의 변혁(變革), 즉 마음가짐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기도 한다. 이를테면 인생의 안심입명처(安心立命處)를 제공하는 것이 종교의 목표다.

어쩌면 불타를 인류의 최고의 윤리적 천재의 한사람이라고 본 것도 불타가 일체의 생명에 대한 자비의 윤리를 강조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윤리는 이론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본다. 즉 종교란 궁극적으로 보면 기독교나 불교나 자비(慈悲)를 핵심원리(核心原理)로 하되 악을 멀리하고 선을 행하며 봉사하는 정신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진리에 봉사하고 신불(神佛)에 봉사하고 사람에게 봉사해야 한다. 봉사는 기독교의 개념이지만, 불교에서는 보시(布施)라고 한다.

예컨대 주는 마음을 배우되, 삶의 아름다움까지 주는데 노력해야 한다. 위대한 사람일수록 남에게 많은 것을 준다. 남에게 주려면 먼저 넓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 자아의 완성이 없이는 투철한 봉사나 보시는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종교인은 최고의 자기완성, 자아 확립을 위하여 부단히 수양하고 단련하고 노력해야 한다. 나의 수도(修道)가 중생을 위하는 길이요, 중생에 봉사하는 것이 나의 자아 완성과 혼연일체(渾然一體)가 되어야 한다. 참회의 옷을 입고 감사와 봉사로서 인생을 바르고 보람 있게 살아 보자고 애쓰는 구도자(求道者), 이것이 진정한 종교인의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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