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익선(少少益善)
소소익선(少少益善)
  • 경남일보
  • 승인 2013.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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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만 (환경부 차관)
한나라 유방(劉邦)이 천하통일 후 초왕 한신(韓信)과 군사 통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한신에게 자신이 통솔할 수 있는 군사의 수는 어떠한지를 물었고 한신은 이렇게 대답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多多益善).” 현재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자주 사용하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는 표현은 이에서 비롯된 것인데, 생활을 윤택하게 만드는 재산부터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까지, 우리는 되도록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다다익선이라는 말을 적용하기 어려운 것이 있다. 바로 ‘음식물 쓰레기’이다. 특히 지난 6월부터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從量制)’로 인해 다다익선이라는 말은 더욱 무색하게 되었다. ‘배출자 부담원칙’에 입각해 음식물 쓰레기를 많이 배출할수록 그에 상응하는 처리비를 부담하게 되므로 음식물 쓰레기의 생산은 곧 비용의 발생을 의미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2011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배출되는 하루 음식물 쓰레기량은 약 1만3500t 정도이며 약 70%는 일반가정과 소형 음식점에서 배출된다. 이러한 음식물 쓰레기는 온실가스 유발과 에너지 낭비, 악취, 수질·토양 등의 환경오염은 물론 식량자원의 낭비 및 처리비용 발생 등 연간 약 20조원의 경제적 손실까지 초래한다.

정부는 불청객인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 지난 2010년 범부처 합동으로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종합대책’을 마련하였는데, 종량제를 근간으로 한 경제적 인센티브제도 구축뿐만 아니라 간소한 식생활 전환 유도 등 다각적인 방법으로 정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또한 일부 지자체에서는 무선주파수 인식(RFID)이라는 기술을 도입하여 가구별 배출량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근거로 처리비를 부과하여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도록 노력하고 있다.

며칠 전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지나갔다. 예로부터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듯, 추석은 한 해 동안 농사 지었던 오곡이 결실을 맺고 햇과일이 풍성하여 어려웠던 시절 잠시나마 배고픔을 잊을 수 있던 기회로 여겨졌다. 이를 현대적으로 다르게 해석하면 곡식과 과일이 풍족하여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시기라고 볼 수도 있다. 제사상 준비나 손님맞이를 위해 평소보다 넉넉하게 상을 차리는 등 명절의 일상을 떠올리면 충분히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지금쯤이면 주부들의 골칫거리 중 하나가 명절을 보내고 남은 음식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문제일 것이다.

명절기간 동안의 넉넉한 상차림으로 인해 남은 음식이 그대로 음식물 쓰레기로 낭비되는 일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차례를 통해 모신 조상님들도 명절 때 마련한 음식이 음식물 쓰레기로 뒤바뀌어 자손들의 삶의 터전을 훼손하는 것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추석 명절 후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다다해악(多多害惡)’인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먼저 음식물 쓰레기의 발생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필요 이상의 화려한 상차림을 지양하고 손님을 대접할 때에도 예상한 인원수에 맞게 알맞은 양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다. 또한 명절기간 후 남은 음식은 다양한 가족음식으로 재탄생시키는 방법도 중요하다. 남은 잡채를 유부 주머니에 넣어 끓인 냄비요리나 남은 나물들을 김에 싸서 튀긴 김말이 요리 등 명절에 남은 음식을 활용한 방법들이 그것이다. 이러한 아이디어들은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홈페이지(www.zero-foodwaste.or.kr)를 방문하면 ‘그린레시피’ 라는 제목으로 게재되어 있다. 주부들의 재치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휘하여 만든 남은 음식의 화려한 재탄생은 생활의 지혜를 넘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앞서 언급한 고사(古史)는 음식물 쓰레기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각색이 필요할 것 같다. 누군가 당신이 배출할 수 있는 음식물 쓰레기의 양은 어떠한지를 물어본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라고. “적으면 적을수록 좋습니다(少少益善).” 이번 추석을 계기로 환경을 생각하는 소소익선을 몸소 실천해 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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