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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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3.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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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266)
<27>이주홍의 생가, 시비, 어린이 문학관(2) 
 
합천읍 금양리 이주홍 작가 생가터를 방문한 뒤 ‘생명의 숲’에 선 이주홍 시비를 향해 달렸다. 차중에서 박태일 교수가 쓴 ‘합천 지역시의 흐름’을 읽으며 우선 합천지역에서 난 문인들을 살폈다. 이주홍, 이성홍, 손풍산, 허민, 이강수, 박산운, 손동인, 심재언, 최재열, 이수정 등으로 그 계보가 이어졌다. 그중 이주홍의 동생 이성홍 자료발굴이 주목할 만했다. 거기다 필자에게는 전설 같은 인물로 허민이 있었는데 그가 합천 해인사에 들어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고, 손풍산, 손동인 두 시인은 진주권 활동 시인으로 산발적인 자료만 접했는데 합천 계열에 올려 놓고 보니까 자리가 분명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강수, 박산운, 최재열은 필자가 처음 대하는 이름이다. 심재언은 소설가로 자유문학 계열인데 필자는 이 작가를 1966년쯤이던가 만난 일이 있었다. 서울 어디 용산쯤 되는 뒷골목에 어떤 월간지 주간이 되어 책상 하나를 놓고 있었는데 필자는 시인 친구와 같이 시 한 편 발표해볼까 하여 방문했었다. 무슨 잡지인지는 떠오르지 않는데 잡지는 수명이 다해 기존 편집자들이 다 손을 놓은 뒤, 패자부활전으로 불씨를 살려보고자 애를 쓰는 시기였다.

제일 끝에 거명되어 있는 이수정은 혈압으로 일찍 돌아간 교사출신 아동문학가다. 이 시인은 삼가면 출신으로 현재 삼가 고향에 잠들어 있는데 시비는 그 무덤가에 10여년 전에 진주문인협회와 가족들이 공동으로 세워 놓았다. 1966년 새한신문 신춘문예와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로 데뷔했는데 한국일보에서는 박목월이 심사했다. 이 시인은 필자보다 한 십년여 연장자였지만 정서적 동지로 죽이 맞는 친구였다.

자료를 대충 훑다보니 손시인이 운전하는 제니시스가 ‘생명의 숲’ 입구 주차장에 들어섰다. 이 공원은 합천댐이 생기면서 황강의 늪지역이 늘어나 읍으로 들어오는 다리를 지난 왼쪽 지점부터 광활한 터에 조성되었다. 2004년 완공된 이 공원은 야외공연장, 건강지압보도,산책로, 어린이놀이동산, 바베큐장, 음수대,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이 있어 군민을 위한 휴식처가 되고 있다. 원내에는 합천 삼일운동기념탑이 세워졌고, 2006년 향파이주홍선생기념사업회(회장 김해석) 주관으로 이주홍 시비와 동상이 건립되어 탄생 백주년 마지막날 제막식을 가졌다.

동상은 벤치에 앉아 있는 좌상이다. 실제보다 큰 몸집으로 앉아 있어 도란 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없는 점이 아쉽지만 필자와는 35년여 세월을 사이에 두고 함께 앉게 되는 감격을 맛보게 되었다. 그 시점이 선생은 부산수산대학 정년이 되는 때이고 필자는 아직 교수가 되기 1, 2년 전쯤이었다. 그 무렵 선생은 음식점 같은 데 걸려 있는 서세옥의 그림을 자주 쳐다보았다. 진주의 박생광이나 부산의 화가와 서예가 이야기를 많이 했다. 선생은 예술 전반에 대해 두루 관심이 많았다. 당시 필자는 “이리 교양이 깊다니!”하고 문학 창작의 집중에 진로가 흐려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었다.

시비는 동시 두 편이 새겨져 있는데 시집을 펼쳐놓은 것처럼 양면을 활용했다. 오른쪽 면에는 동시 ‘대야실 강변은’이 왼쪽 면에는 동시‘해같이 달같이만’이 새겨졌다. 반대쪽 면은 시집 ‘풍경(風景)’ 표제가 새겨지고 다른 겉표지에는 약력이 새겨져 있다. 시비를 세우는 취지문 표석에는 “합천이 낳은 현대문학의 거장 향파 이주홍 선생께서 올해로 탄생 백주년이 되셨습니다. 선생께서 쌓으신 문학의 업적은 태산 같으며 오늘을 사는 후학들에게 지혜의 샘물이 되어 영원히 마르지 않을 것입니다. 선생의 문학적 큰 뜻을 세우고 캐면 캘수록 더욱 짙은 향기를 오래도록 간직하고자 선생의 시비를 우리 고장에 세워 기리고자 합니다. 2006년 12월 합천군수, 향파기념사업회 세우다 ”라 적었다.

대표작인 ‘해같이 달같이만’은 다음과 같았다. “어머니라는 이름은/ 누가 지어냈는지/ 모르겠어요/ 어..머..니..하고/ 불러보면/ 금시로 따스해 오는/ 내 마음// 아버지라는 이름은/ 누가 지어냈는지/ 모르겠어요/ 아.. 버.. 지., 하고/ 불러보면/ 오오--하고 들려오는 듯/ 목소리// 참말 이 세상에선/ 하나밖에 없는/ 이름들/ 바위도 오래되면/ 깎여지는데/ 해같이 달같이만 오랠/ 엄마 아빠의/ 이름” 선생은 가셨지만 아버지 어머니 이름 속에 애틋이 계시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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