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써본 자리공 탄화물, 벌레 잡아 주려나
처음 써본 자리공 탄화물, 벌레 잡아 주려나
  • 경남일보
  • 승인 2013.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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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채소밭 돌보기
추석을 전후로 맑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밤낮의 기온차가 심해졌다. 아직도 한낮 기온은 섭씨 30도를 웃돌아 한여름과 다름없이 뜨겁다. 뜨겁게 달구던 날씨도 해가 기울면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며 한기를 느낄 정도다. 한창 익어가는 곡식과 과일에게는 일교차가 심한 이런 날씨가 보약이라고 한다. 추분을 앞두고 일교차가 심해지자 아침에 안개 끼는 날이 많아졌다. 풀잎에 맺힌 아침이슬이 비라도 내린 것처럼 흠뻑 젖었다.

올해는 추석연휴가 길었다. 날씨까지 도와 고향나들이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기상재해가 없었던 해라 시골고향을 찾아 온 사람들도 즐거운 마음으로 다녀갈 수 있었다. 수확이 끝난 참깨와 고추는 고향의 정을 담아가는 꾸러미 속 필수 품목이다. 올해는 날씨가 도와 이들 농사가 잘된 덕분에 고향인심도 넉넉해져 챙겨주는 꾸러미가 커졌다. 인심은 쌀독에서 나온다는 말처럼 풍년이 들어야 나누는 정도 넉넉해진다.

추석을 쉬는 시골모습도 많이 달라졌다. 옛 터전을 지키고 살았던 어른들이 사라지면서 명절에 고향을 찾는 사람들도 많이 줄었다. 오히려 명절이면 살고 있는 시골집을 비우고 차례를 지내는 집을 찾아 도시로 나가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명절이 찾아와도 시골고향에서 같이 보냈던 친지와 친구들을 만나 옛정을 나누기도 어렵게 되었다. 그 옛날 그 시절 그 사람들이 그리워 찾아와도 만난다는 기약이 없으니 해가 갈수록 고향을 찾는 발길은 줄어든다.

추석은 농사철과 겹치는 때라 모처럼 고향을 찾아 온 친지들도 잠시나마 일손을 거들기도 한다. 금년에는 추석이 일러 본격적인 수확 철이 아니라서 크게 도울 일은 없었다. 그래도 논밭을 둘러보고 도울 일은 없는 가 찾아보기도 하면서 옛 추억에 젖기도 한다.

추석 차례상에 올릴 풋나물을 준비하기 위하여 무를 솎고 도라지를 캤다. 씨앗을 뿌린지 엊그제 같은데 솎아 먹을 만큼 자랐다. 배추는 모종을 사서 심었지만 무는 씨앗을 뿌렸던 터라 배게 난 곳은 때때로 솎아 주어야 한다. 이번에는 여린 무가 부드러워 나물거리로 쓰지만 더 자라면 김치로 담가 먹어야 할 것 같다.

고구마 밭에서 반찬거리로 쓸 고구마 줄기를 땄다. 줄기가 얼마나 무성하게 자랐는지 땅을 이중삼중으로 뒤덮었다. 줄기가 무성하면 뿌리가 잘 들지 않는다고 했는데 풍작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동안 따 먹은 고구마 줄기만 해도 값어치는 충분히 했다며 아내가 일러줬다.

도라지는 꽃이 지고 씨앗이 익을 무렵 낫으로 베어 종자를 받아 두었다. 그사이 밭을 매지 않아 잡초가 무성하게 덮어 도라지 밭인지 풀밭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였다. 낫으로 풀을 베어내자 대가 드러나며 캘 도라지를 찾을 수 있었다. 가장자리부터 괭이로 들어가며 파내자 굵은 뿌리가 많이 올라왔다.

도라지는 2~3년이 지나면 썩어 버리기 때문에 그 전에 파내야 한다. 그냥 내버려두면 오래된 도라지를 캘 수 있을 것 같지만 묵은 뿌리는 썩어 버리고 씨앗이 다시 발아하여 1~2년생 도라지만 수확이 가능하다고 한다. 도라지를 오래 키우기 위해서는 썩기 전에 캐 장소를 옮겨가며 심는다고 한다.

여름 내내 따 먹었던 가지가 잎이 마르고 잘 열리지 않아 뽑아 없애려고 하니 가을 가지가 더 맛있다며 줄기만 솎아주고 그냥 두란다. 손을 보는 김에 밑으로 처진 줄기는 잘라주고 잎을 솎아주었다. 여름 내내 까맣게 잘 열렸던 열매에 줄무늬가 나타나고 모양도 제멋대로인 것이 달리는 것을 보면서 식물도 세월에는 못이기는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추석을 쉬고 채소밭을 둘러보니 며칠사이 많이 자랐다. 쪽파는 밭을 뒤덮을 정도로 무성해졌고 배추도 속이 찰 준비를 마쳤다. 무는 벌레가 잎을 많이 갉아먹어 구멍이 뻥뻥 뚫었다. 그대로 두었다가는 잎을 갉아먹고 없애 버릴 것 같았다. 주변에서는 무와 배추밭에 농약을 뿌려야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일러준다.

무 잎을 뒤적여보니 새까만 벌레가 수도 없이 붙어 있는 것이 아닌가. 잡아 보려고 하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도 농약보다는 탄화물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식물탄화물 중에서 벌레에 기피효과가 있다는 자리공을 얻고, 가지고 있는 코스모스와 은행 탄화물을 섞어 뿌렸다. 처음 시도해보는 것이니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하다. 탄화물을 뿌린 후 막 싹이 돋기 시작하는 냉이를 비롯한 잡초를 호미로 긁어 자라지 못하게 막았다.

/정찬효·시민기자

채소밭 돌보기
초보농사꾼이 채소밭을 돌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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