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銀 인수전쟁 본격화…시장원리 지켜지나
경남銀 인수전쟁 본격화…시장원리 지켜지나
  • 황용인
  • 승인 2013.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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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들 자금력 우위…노조·지자체 반발여론 부담
우리금융그룹 민영화 1단계인 경남은행의 새 주인이 누가 될지 금융권과 지역 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는 23일 예비입찰 마감을 앞두고 가장 큰 관건은 자금력이다. 인수·합병(M&A)의 승패는 얼마나 베팅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1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이는 인수대금을 마련하고, 인수 후 ‘승자의 저주’를 겪지 않을 만큼의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춰야 한다.

변수는 지역 여론의 향배다. 일반적인 금융회사 매각과 달리 경남은행은 지역 경제에서 갖는 영향력과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역감정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요소다.

◇기업은행 인수시 민영화 역행 약점

경남은행의 인수 후보는 주로 금융회사가 거론된다. ‘금산분리(산업자본과 금융회사의 분리)’ 원칙이 엄격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일단 자금력에서 우위에 선 쪽은 시중은행이다. 이 가운데 기업은행이 경남은행 인수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인수전 참여 의사가 가장 확실한 곳은 기업은행이다. 인수 대상은 경남은행으로 정했다.

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22일 “경남은행에 중소기업 고객이 많고, 미래에 대비한 수신기반 확충에도 요긴하다”며 “M&A 경험을 쌓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은행은 결정적인 약점이 있다. 정부가 지분 65.1%를 갖고 있어 기업은행이 경남은행을 인수하면 ‘도로 정부은행’이 된다. 민영화에 역행하는 셈이다.

이 관계자는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의사결정을 하겠다”며 “경남은행 인수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낮아지는 것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BS·DGB ‘지방금융 맹주’ 대결

BS금융지주, DGB금융지주는 ‘지방 금융권의 맹주’ 자리를 놓고 경남은행 인수전에서 한판 격돌할 태세다.

이들은 각각 1997년 외환위기를 뚫고 살아남은 부산과 대구·경북 등 지방은행에 기반을 두고 최근 잇따라 만들어진 금융지주사다.

이들 지방 금융지주사는 시·도 단위에 국한된 영업 구역의 한계를 넘어 외연을 넓히려면 경남은행이 전략적으로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BS금융 측은 “시중은행 대비 규모가 작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가 어렵다”며 경남은행을 인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총자산 46조원의 BS금융과 37조원의 DGB금융이 31조원의 경남은행을 인수하면 자산규모가 단숨에 60조~70조원에 이른다. 4대 금융지주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보험업계 2위를 다투는 교보·한화생명에 견줄만한 규모가 된다.

그러나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금 동원력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인수에 성공해 BIS 비율이 급락하면 이를 다시 높이는 데 대규모 유상증자가 불가피하다.

최진석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BS금융과 DGB금융 모두 인수 여력은 충분할 것 같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얼마로 적용해서 사느냐에 따라 유상증자 부담이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PBR을 1배로 적용하면 하이브리드채권을 제외한 경남은행의 자본 1조9000억원 가운데 예금보험공사의 지분율(57%)을 적용하면 1조1000억원이 된다.

1조1000억원을 마련하려면 BS금융이나 DGB금융 모두 4000억원가량 증자를 해야 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최 연구위원은 “자금조달 구조를 어떻게 가져가면서 BIS 비율과 주주 가치의 균형을 맞추는 게 지방 금융지주사들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사회 환원” 여론 높은 점 부담

매각 대상인 경남은행 내부에서는 다른 금융회사로 인수되는 것보다 독자생존을 바라고 있다.

다른 금융회사에 넘어가면 인력·점포 구조조정이나 승진 누락이 우려되고, 기존의 정체성이 사라질 수 있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각 은행 노조는 지역 언론 등을 통해 여론몰이를 하거나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금융회사를 찾아가 인수 포기 등 다소 무리한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는 지역 상공인 단체와 지방자치단체도 힘을 보태고 있어 자칫 정치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가 과거 우리금융 민영화를 시도할 때 이 같은 지역 정서에 대한 부담이 발목을 잡기도 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지난달 통영을 방문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경남은행이 지역에 환원되지 않으면 지역정서가 폭발할 것’이라고 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지역 여론에는 휘둘리지 않고 ‘최고가 매각 원칙’을 고수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고가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며 “지역 사회 기여도, 지역에서의 비중, 자금조달 능력 등도 함께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상공인이 중심이 된 경남은행 인수추진위원회은 줄곧 ‘지역 환원’을 요구하지만, 금융권에선 이들이 사실상 은행 돈을 쌈짓돈처럼 쓰다가 부실을 가져온 과거 전례가 반복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황용인기자·일부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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