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3.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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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전어 머리엔 참깨가 서 말
그렇게 무덥던 여름이 지나고,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다. 가을이 되면 즐겁고 행복한 일들이 많다. 이 중 으뜸은 풍성한 먹거리가 아닐까…? 먹거리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가을 전어(錢魚)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전어의 맛을 표현하는 속담이 많은데, 가을에 먹는 전어가 최고라 하여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 하였고, ‘집 나간 며느리도 전어 굽는 냄새를 맡으면 돌아온다’고 할 만큼 전어의 맛과 향을 일품으로 여겼던 모양이다. 또한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 1790)’에는 가을 전어가 ‘기름이 많고 달콤하다’고 하였고, 서유구는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1764)’에서 ‘가을 전어 대가리엔 참깨가 서 말’ 이라고 했을 만큼 예로부터 전어는 가을철에 아주 인기 있는 생선으로 손꼽혔던 것을 알 수 있다.

전어는 분류학상 경골어류 청어목 청어과에 속하며 우리나라에는 전어, 대전어, 조선전어 등 3종이 알려져 있다. 모양이 동전처럼 생기지 않았는데도 돈 전(錢)자와 고기 어(魚)자가 합해져 전어(錢魚)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고서에 기록된 바를 보면 그 유래를 알 수 있다. ‘기름기가 많고 살이 쪘기로 상인들이 서울에서 팔았는데 서울 사람들이 귀천을 불문하고 그 맛이 매우 좋다고 하였다. 이 고기를 사는 사람들은 돈을 논하지 않는 고로 전어라 한다.’ 말하자면 전어라는 이름은 맛이 너무 좋아서 값을 따지지 않는다는 뜻에서 생겨난 이름이다. 그런데 전어는 계절에 관계없이 사철 잡히는 물고기인데, 왜 하필이면 사람들은 가을 전어를 좋아할까? 그 이유는 4~6월 사이 알에서 부화한 새끼는 여름 내내 각종 플랑크톤과 유기물을 먹고 가을이면 20cm 정도로 성장하게 된다. 따라서 전어는 다른 계절에 비해 가을에 지방함량이 최고 3배나 많아지고 산란하기 전이라 뼈가 아주 부드럽고 연해서 뼈째 먹어도 맛이 좋고 영양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전어는 수분이 적은 반면 단백질, 지질, 무기질 및 비타민 등이 풍부한 생선이다. 단백질 중에는 라이신(lysine), 트레오닌(threonine), 트립토판(tryptophan) 등의 필수 아미노산이 많아 우리나라 사람처럼 쌀을 주식으로 하는 경우에는 쌀 단백질에 부족한 이들 아미노산을 보충할 수 있는 훌륭한 식품이다.

영양학적으로 볼 때 전어가 좋은 식품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전어에는 몸에 유익한 불포화 지방산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전어의 지방산 중에는 EPA(eicosapentaenoic acid)가 전체 지방산의 5.1%, DHA(docosahexaenoic acid)는 8.1% 이상으로 많은 편이다. 불포화 지방산이 사람의 건강에 미치는 대표적인 사례는, 육식을 선호하는 서구인에 비해 어류를 많이 섭취하는 에스키모인은 고혈압이나 심장병 등의 생활습관병의 이환율이 매우 낮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어류에 함유되어 있는 불포화지방산의 일종인 EPA와 DHA의 작용에 의한 것으로 밝혀져 있다. EPA는 혈소판 응집 억제 작용, 중성지방이나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는 효과 등이 있어 1990년부터 일본에서는 ‘폐쇄성 동맥경화증’의 치료제로 시판되고 있다. DHA는 노인성 치매의 개선효과, 칼슘 기능의 향상, 항암작용, 지질 저하 작용 등의 효능이 있고, 또 두뇌 기능을 활성화시켜주므로 임신한 여성의 태아나 청소년, 수험생에게는 더없이 좋은 식품이다.

전어를 먹을 때 꼭 기억해야 될 것은 뼈째 썰어서 회로 먹는 것이 좋다. 그 이유는 잔뼈에 들어있는 칼슘을 쉽게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뼈에 함유된 칼슘은 체내로 잘 흡수될 수 있는 인산칼슘의 형태로 저장되어 있다. 따라서 중년 여성의 골다공증 예방이나 칼슘이 결핍된 사람 혹은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게는 참 좋은 식품이다. 또 전어를 구울 때에는 내장을 제거하지 말고 통째로 굽는 것이 좋다. 통째로 구울 경우 내장에 함유되어있는 고도불포화 지방산과 쓸개즙이 육질 속으로 이행되며, 또 쓸개즙에 들어있는 담즙산을 고도불포화 지방산을 유화시켜 지방분해효소의 활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전어에는 밤이 없는데 ‘전어 밤’이라고 불리는 부분이 있다. 이것은 전어가 숭어와 같이 뻘을 먹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닭똥집과 같이 위벽이 매우 두텁게 형성되어 있는데, 사람들이 이러한 전어의 위를 밤처럼 생겼다하여 ‘전어 밤’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별도로 모아서 젓갈을 담은 것을 전어 ‘밤젓’이라 하며 그 맛이 독특하여 귀하게 취급되고 있다. 이 밤젓은 주로 경남지역에서 선호하는 젓갈 중의 하나이다.

/경상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가을엔 전어~'
 8일 오전 성동구 롯데마트 행당역점에서 모델들이 가을 전어회를 소개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오는 15일까지 전국 102개 점포에서 가을 전어회 200g 1팩을 9,900원에 판매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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