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論
웃음論
  • 경남일보
  • 승인 2013.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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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준 (진주동명고등학교 교감)
일소일소(一笑一少)란 말이 있다. 자주 웃으면 웃는 횟수에 비례하여 젊어질 수 있다는 의미로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와 같이 웃음의 긍정적 기능의 결정(結晶)이다. 이 웃음은 ‘사람의 마음을 표정변화나 소리로 나타내는 방식의 하나’이면서 ‘마음의 긴장이 갑자기 무너지고 즐거움·여유·대상을 비판할 수 있는 심리적 거리가 생길 때 웃음이 나온다’고 한다.

동물 중에서 유독 인간만이 웃는다고 하는데, 우리네 인간은 왜 웃을까? 웃음의 원인에 대해서는 Th.홉스·A.쇼펜하우어·H.베르그송 등 많은 사상가들의 견해가 있지만 자스틴은 놀람과 기대의 어긋남, 우수(優秀)와 실패, 부조화와 대조, 사교적 미소, 긴장의 해방, 유희의 여섯 가지로 정리하였다.

한국어에서의 웃음에 관한 어휘는 수를 헤아릴 수 없다. 한자어로 미소·고소(苦笑)·홍소(哄笑)·냉소·조소(嘲笑)·실소(失笑) 등이 있는가 하면 ‘하하·해해·허허·호호·피식’의 의성어나 ‘히죽·해죽’ 같은 의태어, ‘박장대소·포복절도·만당홍소·가가대소·파안대소’ 같은 한자성어도 부지기수다.

이런 웃음의 기능은 대부분 긍정적 의미를 갖기에 위게너 벨틴은 ‘사람의 웃는 얼굴은 햇빛과 같이 친근감을 준다’고 했고, 오쇼 라즈니쉬는 ‘웃음은 어떤 핵무기보다도 강하다’고 했으며 존 반드로 경은 ‘마지막 웃는 자가 가장 잘 웃는 자이다’라고 했다. 그러기에 순진무구한 어린이의 웃음소리는 누구나를 기쁘게 할 것이고, 모나리자의 미소는 동서고금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고, 가을철의 잔잔하고 아름다운 물결 같은 추파(秋波)와 함께 던지는 여인의 미소도 뭇 남정네의 간장을 녹였을 것이다. 학교의 문학시간에 삶의 관조적 자세로 가르치는 소이부답심자한(笑而不答心自閑·웃으며 답하지 아니해도 마음만은 한가롭네)의 이백(李白) 버전의 웃음은 고결하기까지하다.

그러나 같은 웃음도 상항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거나 오해를 부르기도 하는데, 순수하거나 사람 좋아서 자주 웃는 사람을 헤프다고 여길 수 있고 때와 장소에 따라 큰 반향(反響)을 불러오기도 한다. 그래서 웃음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지난해 8월 3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중국 산시성 시안시의 양다차이(楊達才) 안전담당 책임자가 이달 초에 유기징역형에 처해졌다. 수십 명의 사망사고 현장에서 고가의 시계를 차고 웃는 모습이 공개돼 비판을 받았던 그는 14년 유기징역형 외에 벌금 5만 위안과 출처가 불분명한 재산 504만 위안도 몰수당했다.

국가 내란음모죄로 검찰 소환에 앞서 같은 당 여자 대표와 다정한 부부처럼 손잡고 국회의사당 계단에서 만면에 웃음 짓던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얼굴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이 의원의 웃음은 자스틴의 여섯 가지 원인 중에 어디에 속할까도 의문스럽지만, 소환된 다음날 구치소에 수감되면서 ‘이 도둑놈들아’라고 앙칼지게 외치면서 독기 어린 눈빛을 보여준 그의 양면적인 표정은 더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 속담에 ‘웃는 낯에 침 뱉으랴’는 말이 있지만 그에게만은 침이라도 한 번 뱉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럴 수 없어서 나는 하늘 한 번 쳐다보고 어이없어 웃어 본다. 허허~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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