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다문화 '희망'을 말하다 <2>
대한민국 다문화 '희망'을 말하다 <2>
  • 이은수
  • 승인 2013.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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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컨트롤타워로 부상하는 충남
충남다문화 천안외국인센터
천안흥타령 춤축제 다문화화합 한마당 축제.
충남 다문화강사역량강화교육
강사역량강화 교육.
충남다문화-천안외국인지원센터 태국 에버랜드 야유회
외국인 근로자들이 천안외국인력지원센터가 마련한 야유회에서 즐거운 하루를 보내며 환호하고 있다.
충남다문화 천안외국인 축제
천안외국인 축제.
충남 다문화여성문화예술활동
다문화가정 여성문화 예술활동.
충남 다문화가정언어발달교육
다문화가정 자녀 언어발달 교육.
 
 
수도권 배후지로 서울과 지방의 가교역할을 하고 있는 충남은 대한민국 다문화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며 이민자의 새로운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뛰어한 접근성을 바탕으로 서울·경기지역의 각종수요가 몰리면서 결혼이민자 뿐만 아니라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살기에 좋은 지방으로 인식돼 이주민들이 늘고 있다. 이에 충남도를 비롯한 일선 시·군과 단체가 연계한 다양한 지원활동을 펼치며 다문화의 희망을 쏘아 올리고 있다.


◇충남 빅3(천안·아산·당진) 다문화 메카 “부상”

승용차를 타고 3시간여를 달려 충남도청에 도착했다. 충남행정은 올해부터 대전시에서 홍성군 내포신도시로 이전했다. 신청사는 현대식으로 지어져 웅장해 보인다.

아직 도시 기반시설과 교육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탓에 직원들은 대전에서 이곳까지 버스로 출퇴근 하고 있다. 교육청에 이어 경찰청까지 오면 용봉산 자락의 내포신도시는 충남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한다. 우선 도청과 교육청을 잇따라 방문, 충남다문화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이어 외국인지원센터·교육기관 등 주요 거점을 둘러봤다.

충남의 다문화가족은 2013년 1월 1일 현재 결혼이민자 1만1530명, 귀화자 1110명, 그리고 이들의 자녀 1만1010명 등 모두 3만 5000명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년 보다 2.4% 늘어난 수치다. 특히 자녀수는 전년 1만23명에서 900여명이 증가해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체 외국인 주민수는 6만8639명. 이중 외국인 근로자는 전년에 비해 6.2% 늘어난 2만8510명으로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수도권과 인접한 천안·아산·당진에 외국인 주민의 60.3%가 집중돼 있는 가운데, 각종 지원시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다문화가족 역시 충남 15개 시·군 중에서 도·농 복합 기반이 강한 이들 3개시에 전체의 절반 이상(51.6%)이 거주하고 있다.

◇충남도 2세 자녀교육 초첨

충남도의 지원정책은 초기에는 결혼여성이민자 정착을 위주로 폈으나 근래에 다문화가족 자녀가 늘어남에 따라 교육청과 연계해 자녀들의 교육지원 등 성장에 초점을 두고 있다. 또한 증가하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시책도 강화하고 있다.

자체사업으로는 ‘다문화 어울림사업’ 및 ‘활성화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14억 500만원의 총사업비를 투입하고 있는 어울림사업은 시·군별 특성에 맞춰 친정부모 초청 또는 모국방문, 한국어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56가정이 부모를 초청하거나 친정을 방문했다. 다문화가정 활성화사업에는 95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밖에 다문화가족 포털사이트인 ‘충남다울림’은 7개국어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충남도 다문화가족 담당 김진아 주무관은 “올해부터 다문화가정 및 자녀들을 위한 맞춤형 특별프로그램을 대폭 보강해 지속성을 갖고 그룹별로 24회정도 운영하는 것도 있다”며 “컨설팅 및 코디네이트 역량을 강화해 가령 언어영역이 부족하면 그것에 맞춰 제공하고, 학습 부진아 교육도 함께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결혼이민자나 외국인 근로자 할 것없이 생활여건이 편리한 도시근교에만 모여드는 특정지역 쏠림현상은 내국인과의 단절속에 고립화 될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균형발전 측면에서도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한 당국의 지원사업의 경우도 세분화가 덜된 상태에서 몇몇 사업을 제외하고 비효율적인 중복사업이 많아 천편 일률적인 지원은 재고돼야 한다.

◇다문화에 헌신하는 단체 많아

충남의 다문화교육이 여러 제약속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요인은 헌신하는 단체가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단체가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는 ‘천안다문화교육지원단’이다. 이 단체는 장희경 천안수곡초등학교 교장 등이 중심이 돼 2007년 결성돼 20여개의 지역 사회단체와 연계성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역할은 다문화가정 학생교육 사업 발굴 및 지원, 해피천안 어울림축제 및 이중언어 말하기대회 지원, 다문화가정 학생 및 학부모 교육에 대한 정보교류, 다문화 관련 체험행사 자문 및 협조, 그리고 교원교육 등을 도맡아 하고 있다. 다문화가정학생의 사회적응력 및 정체성 향상을 위해 자녀교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가정방문교육서비스도 병행하고 있다.

교육은 전문 교사 아래 12회에 걸쳐 학부모에게는 한글과 자녀교육 방법을, 자녀에게는 학력 차 극복을 위해 개별 학습 지도가 이뤄진다. 다문화가정 지원단 현직교사들은 매주 다문화 가정을 찾아 학부모에게는 학생지도법과 한글지도를, 학생에게는 생활지도와 교과지도를 하며 호응을 얻고 있다. 한글지도를 받은 결혼이민자가 자녀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모습을 보며 교사들의 보람도 커가고 있다. 다문화가정 2세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교실에서부터 꿈을 펼수 있도록 해야 한다. 찾아가는 다문화교육 등 사명을 가진 헌신자가 많은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현장에서 만난 교사들은 다문화가정의 장점이 많은데, 단점만 바라보게 하면 결국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자녀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차별적 대우와 편견이 자리잡지 못하도록 모두가 공존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천안 모이세’ 활동도 왕성하다. 다문화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나 아직도 가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이 많다. 부부간의 문제, 어머니의 가출, 취업준비 등 다양한 상담이 여기서 이뤄지며, 한국어 교육·내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찾아가는 다문화 교육도 하고 있다. 또 외국인 근로자 임금체불, 체류비자 연장, 의료혜택까지 도움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사랑으로 세계를 품다

외국인 근로자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천안외국인력지원센터’는 하루에도 수백명이 이곳을 찾고 있는데, 상담과 함께 컴퓨터 교육·한글교육 등을 하는 주말에는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외국인 주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곳에는 상담통역원 5명과 결혼이주여성 등이 중국·네팔·몽골어 등 10개 국가 언어를 지원한다.

외국인근로자와 사업주의 고충 및 애로상담과 통·번역 등 언어지원 서비스를 통해 사업장 내 갈등 및 애로사항 해소에 앞장서고 있다(상담사업). △외국인근로자의 한국생활 적응향상 및 원활한 취업활동 촉진, 자발적 귀국 유도 및 귀국 후 안정적 생활정착 지원(교육사업) △행사를 통해 한국문화 체험과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 증진, 외국인근로자의 근로의욕 고취 및 국제협력 친선도모(문화사업) △외국인들이 건강한 정신과 육체로 윤택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교통안전, 무료진료, 태권도교육, 무료 이·미용, 무료의류나눔행사, 무료간식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특성화사업).

상담실적은 전국 최상위권으로 지난 2010년도에 3만6518건이던 것이 지난해 6만7358으로 2배가까이 늘어났다. 주요상담은 임금체불, 사업장변경, 출입국, 체류, 연금보험, 질병관계 등이다. 특히 스리랑카인들에 대한 상담이 많은 것이 눈에 띈다. 이는 상담팀을 총괄하는 황유진 팀장이 유창한 스리랑카어 상담으로 문제해결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 황 팀장은 그간 1만건이 넘는 상담을 한 베테랑이다. 스리랑카 근로자 상담은 2010년 7783건에서 2011년 1만6884건, 2012년 1만3086건, 2013년 6월 말 현재 5603건으로 전체의 20%에 달하고 있다. 사업주 상담도 많아 올해 상반기에만 5626건을 처리했다. 근로자를 위한 스리랑카 알룻아우르뜨 축제, 천안흥타령 춤축제 다문화화합 한마당, 천안 외국인 축제, 한국말한마당대회 등을 개최하며 사랑으로 세계를 품고 있다.


<대한민국 다문화사회 희망을 만드는 사람들>
 
천안외국인력지원센터 윤연한 팀장

“천안외국인력지원센터가 외국인 근로자와 사용자의 소통과 나눔의 장이 되어 희망을 주고 더 나아가 세계가 하나 될 수 있는 요람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천안외국인력지원센터의 실질적 리더역할을 맡고 있는 윤연한 교육문화팀장은 국적을 초월한 건전한 노사문화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연약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복잡한 현안을 신속하게 중재하며 고용부 내에서 배짱 두둑한 여장부로 통한다. 무엇보다 외국인고용사업주와 근로자의 가교역할을 담당하면서 “어떻게 하면 사업주는 외국인고용 효과를 극대화하고 또한 외국인근로자는 성공적인 한국생활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을 늘 고민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11월 6일에는 천안시청 대회의실에서 ‘충남지역 외국인고용사업주와 근로자의 상생(Win-Win)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 토론회는 전국 최초로 외국인근로자와 사업주가 한자리에 모여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주목을 끌었다.

특히 올해는 ‘외국인 근로자의 한국생활 만족도와 지역경제 기여도에 관한 실태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9월말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천안과 아산을 중심으로 외국인 근로자 731명과 사업주 100여명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윤 팀장은 “그간 각종 지원시책에 대한 피드백 성격의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며 이를 바탕으로 고용허가제 운영을 되짚어보고, 향후 정책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기억에 남는 일을 물었더니, 네팔출신 근로자가 일을 하다가 손을 크게 다쳐 본국에 돌아가야 할 딱한 처지에 놓인 것을 안타깝게 여겨 치료를 받게하고 비자연장을 통해 불법체류자가 되지 않게 한 것이란다. 지금은 사업장에서 근무를 잘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베트남 근로자 30여명을 이끌고 노인요양원 등에서 사회봉사활동을 펼친 것도 기억에 남는단다. 윤 팀장은 다문화의 성공조건에 대해, “외국인 고용기업 경제는 살아나고, 근로자는 열심히 일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며 노사관계 안정을 강조하면서, “센터의 창립멤버로서 지난 3년여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민간외교관의 사명을 갖고 다문화사회 정착의 밀알이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장희경 다문화교육지원단장

장희경 다문화교육지원단장(천안 수곡초등학교장)은 천안교육청 소속 다문화교육지원단을 맡아 일선 교사들과 함께 다문화가정 2세 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다문화교육지원단은 다문화가정 학생의 학교와 사회 적응을 위해 교원을 중심으로 구성돼 학교 안팎에서 다양한 지원활동을 펴고 있다.

장희경 단장은 “어느 나라든 이민1세대는 고생할 각오가 돼 있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포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녀들은 다양한 환경에 노출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특히 2세들이 얼마나 잘 성장하느냐가 다문화국가 성공의 관건으로 편견을 갖지 않고 눈높이에 맞는 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오는 2020년께 우리나라 다문화 청소년 비중은 전체 학생의 20%에 달할 전망이나 현재 ‘기대반 우려반’의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며 “이중언어 등 장점을 살리는 동시에 중도탈락 문제 등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다문화의 희망을 쏘아올리기 위해서는 일반학생에 대한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부드러운 외양와 달리 교육문제에 대해서는 강력한 어조로 말했다. 장희경 단장은 일찌기 ‘이중언어 말하기대회’를 실시하며 장점을 강화하는 특기적성 교육에 공을 들이고 있다. 부모나라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가정에서부터 이중언어를 사용하도록 권장해야 한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또한 학교에서부터 함께 배우고 서로돕는 세상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지론에 따라 지역민 모두가 참여하는 ‘어울림축제’를 계속하고 있다.

지금과 같이 중도 포기학생에 대해서 방치하면 5∼6년 뒤에 프랑스 방리사태가 날 수 있다며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현재 다문화 자녀 취학률은 우리나라 전체의 1/3 수준에 불과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장 단장은 “교육에서 소외된 다문화 자녀는 앞으로 빈곤계층으로 전락하고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며 “교육 당국과 정부의 체계적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개인적으로 이주민을 지원하는 ‘천안모이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기부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 그는 사회에 작은 도움이 될까해서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땄다. 끝으로 “퇴직후에 이주민지원단체에서 이민자의 정착과 자녀교육 등을 돕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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