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패션과 언론 보도
대통령 패션과 언론 보도
  • 경남일보
  • 승인 2013.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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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숙 (경상대 사회학과 교수)
“박근혜 ‘컬러 정치’…패션으로 메시지 전달”, “박근혜 대통령 ‘첫 휴가’ 패션, ‘소탈과 젊음’”, “박 대통령의 ‘적재적소 패션’”

박근혜 대통령의 패션을 다룬 언론의 제목들이다. 박 대통령이 입은 옷의 모양이나 색깔이 바뀔 때마다 그 의미를 짚어가며 보도경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다. 해외순방 지역에서의 대통령 옷차림 기사가 항상 주요지면을 차지하는가 하면 최근 한 일간지에서는 박 대통령 패션을 4면에 걸쳐 심층분석하기도 했다. 머리 스타일에 대한 전문가 조언도 실었고 패션 스타일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분석했다. TV에서도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박 대통령이 전통의상 패션쇼에 한복차림으로 등장한 것을 중요한 뉴스 시간대에 소개했다.

패션이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한 방법이며 소통의 수단이라면 대통령으로서의 존재감과 메시지를 드러내기 위해 의상을 잘 활용하는 것은 필요할 것이다. 중국에 방문했을 때는 빨간색과 노란색, 러시아에서는 파란색과 빨간색 등 각 나라의 문화와 국기 색깔을 염두에 둔 상의를 선택하는 등 상황과 장소에 따라 옷을 선택하는 ‘패션외교’가 나름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도 보인다.

그러나 대통령이 이동할 때마다 실제의 정책의지나 중요한 메시지 등 전달하려는 내용보다 패션에 먼저 관심을 가지고 대통령의 패션에 대한 대중매체의 보도가 여성대통령 시대 주된 풍경 중 하나가 되고 있는 것은 지나쳐 보인다. 대중매체가 공적인 영역에 진출해 있는 여성들, 그 중에서도 여성 정치인을 어떻게 다루느냐 하는 것은 그 사회의 여성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과 태도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패션에 대한 언론의 과도한 관심은 여성 정치인을 그가 가진 능력이나 사회적 역할보다 외모나 옷차림 같은 흥밋거리에 초점을 맞춰 보도해온 관행이 이제 여성대통령에게까지 옮겨간 것이라 할 수 있다. 여성의 외양과 이미지를 강조하다 보면 여성정치인은 정치인이라기보다는 한 사람의 여성으로 재현되고 여성성과 관련해 보다 더 관심과 조명을 받게 된다. 이는 공적인 일은 남성이, 사적인 일은 여성에게 적합하다는 전통적 사회의 성역할 고정관념을 여성 정치인의 보도에도 연장하는 것이며 여성 정치인에게 유독 외양과 패션을 강조하는 것은 여성 정치인을 남성 시선의 대상으로서 객체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중매체가 눈에 띄는 외양이나 신기함을 강조해 그들의 주장을 사소한 흥밋거리로 만들어 버리는 방법은 대중매체가 소수집단을 주변화시키는 주된 방법인데, 실제로 김영삼 정부시절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단상에 섰다고 해 언론에서 지탄을 받았던 여성장관도 있었다.

그동안 신문이나 잡지 등 대중매체에 여성 정치인이 소개된 것을 살펴봐도 인터뷰 내용면에서 남성 정치인과 여성 정치인 사이에 큰 차이가 존재한다. 남성 정치인의 인터뷰 기사는 정치적 소신이나 포부, 당면한 국정 사안에 대한 진단과 대책 등 정책과 이슈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여성 정치인을 인터뷰한 기사에서는 정치적 이슈나 업무수행 능력보다는 인간성이나 외모, 옷차림 등 이미지와 연관된 평가나 가십성 질문이 주를 이룬다. 또한 여성 정치인을 다루면서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대목이 나이와 패션, 머리모양, 외양적 모습 등이다.

대중매체가 표상하는 여성의 이미지는 여전히 성 역할에 대한 가부장적인 관념에 의해 구성되고 있으며 여성 정치인과 남성 정치인은 각기 다른 기준에 의해 평가되고 있다. 여성 정치인의 정치적 소신이나 정국에 대한 해석 등 정치적인 측면은 일관성 있게 주변화시키는 반면 인간성, 외모, 패션, 태도 등 이미지와 관련된 측면은 부각시키고 있는 것인데, 이는 여성 정치인으로서의 능력과 경험을 과소평가하고 정치적 능력발휘와 입지에 상당한 제한을 가져오게 한다.

여성대통령이 탄생했지만 아직도 정치분야에 여성들의 참여가 더욱 늘어나야 하는 현실에서 대통령의 외양과 패션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여성 정치인을 정치인보다는 여성으로 드러나게 하면서 정치영역에서 여성을 주변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여성 정치인으로서의 능력과 활동범위를 제한시키고 여성과 정치에 대한 사회문화적 편견을 고착화시키는 대통령 패션보도에 대한 대중매체의 시각은 바뀌어야 한다.

 

이혜숙 (경상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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