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 세수보전책 미흡하다
지방정부 세수보전책 미흡하다
  • 경남일보
  • 승인 2013.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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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근 (객원논설위원·가야대학교 행정대학원장)
박근혜 정부는 지방정부에 대해 두 가지를 약속했다. 첫 번째는 영유아 보육은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꾸준히 해 온 약속이다. 두 번째 약속은 취득세 영구인하에 따른 결손액 보전이다. 지난 8월 28일 부동산 경기활성화 차원에서 취득세 영구인하를 결정한 정부가 지방정부 달래기용으로 한 약속이다. 지방정부는 취득세 인하로 세입은 줄고, 무상보육 확대로 지출은 크게 늘어나 심각한 재정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그래서 중앙정부의 달콤한 약속이 반드시 이행될 것으로 그동안 환상에 젖어 있었다.

환상이 깨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난 9월 10일 현오석 부총리와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임원단 간담회가 열렸다. 예상대로 정부가 내놓은 지방재정 보전방안이 지방정부의 기대치에 훨씬 못 미쳤다. 달콤한 환상이 깨지는 순간이다.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과거처럼 대충 모양새만 갖추는 형식적 간담회로 생각했을 것이다. 뒤통수를 제대로 얻어 맞은 시도지사들은 이튿날 전국시도지사 명의로 공동성명서가 발표했지만 되돌아보면 민망한 꼴만 되었다. 정부가 제시한 원안과 별 차이도 없는 최종안을 엊그제 확정 발표했기 때문이다.

지방재정의 위기는 사실 예견된 일이다.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20여년이 지났지만 지방의 재정 자율성은 거꾸로 가고 있다. 특히 사회복지분야의 의무적 지출증가가 가장 큰 문제다. 2007년 지방예산 대비 15.4%인 17조 3000억 원이었으나 2013년에는 22.3%인 35조원으로 급증하였다. 이러한 재정사정으로 인해 지역실정에 맞는 자체사업 추진은 엄두도 낼 수 없다. 심지어 중앙정부의 국고보조사업 중에서 지방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매칭비를 마련하지 못해 사업을 반납하는 경우도 자주 일어난다. ‘지방정부는 이제 중앙정부의 사업소나 출장소에 불과하다’, ‘무늬만 지방자치다’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번에 내놓은 정부의 세수보전책은 너무 미흡하다. 그동안 지방정부는 재정위기 심각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지방소비세율 5% 인상과 영유아 보육사업 국고보조율 20% 인상, 지방소득세의 독립세 전환, 부동산 취득세율 축소에 따른 지방세수 감소분 전액보전 등을 수없이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에서 발표한 지방재정 보전안을 보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들어준 것이 없다.

가장 핵심적인 요구안인 지방소비세 증가율은 당초 요구안과는 달리 현재 5%에서 내년에 8%, 2015년에는 11%까지 늘려 주겠다고 한다. 영유아보육 국조보조율은 20% 인상을 요구했지만 절반인 10%안을 정부가 내놓았다. 지방소득세를 독립세로 전환해 지자체의 독자적인 재원으로 활용토록 안을 내놓았지만 지방이 과세자주권을 가지더라도 세율 인상과 비과세 감면 축소를 할 경우 기업유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세수확보에 큰 도움이 될 가능성은 적다.

지방재정 보전규모가 연평균 7조원 이상은 되어야 지속 가능성이 보장된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다. 그러나 이번 정부안에 따른 보전액은 5조원 수준에 그친다. 그것도 중앙정부의 긍정적 예상치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에 그렇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정부가 발표한 소득하위 70%이하 노인에 대한 기초연금제도가 실시되면 지방비를 일정 부분 부담해야 되기 때문이다.

지방정부의 반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더욱 가관이다. 이번 안이 지자체와 상당한 의견교환을 거쳐서 만든 방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사전협의가 아니라 사실상 사전 통고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와의 불통의 벽이 이처럼 높고 크다. 지방정부의 일관된 목소리에 귀를 막고 협의를 사실상 거부하는 정부의 태도는 옳지 않다. 더 이상 지방정부 곳간에서 퍼낼 재원은 없다. 향후 국회 협의과정에서 지방정부의 재정위기에 대한 근본적 재논의가 필요하다.
안상근 (객원논설위원·가야대학교 행정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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