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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칸 (강희근)
경남일보  |  jung@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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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9.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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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회에 갔다가 나오는 중에

몇십년 전 제자 둘을 만났다

한 사람은 얼굴이 익은 데가 있고 한 사람은

얼굴부터 빈칸이다

얼굴만 아직 기억에 있는 제자도

얼굴 뒤에 있는 추억은 캄캄한 빈칸이다

시간이 흐른 뒤 그 얼굴을 만나면 그 얼굴마저 빈칸이되리라

내가 지금 캠퍼스에서 만나는 이마 가지런한 학생들

뜻이 익은 석류처럼 촘촘한 학생들

이들도 언젠가 이마만 남고 빈칸이 되리라

이마마저 빈칸이 되면추억은 추억끼리 만나

추억의 세상을 따로 만들지

모른다

바람이 한 잎 불어온다

바람이 만나는 바람에게도 빈칸이 있을까

강물이 어둠을 만나 소리를 죽이고 흐른다

어둠에게도 빈칸이 발을 디디고 들어와 있을까

아, 그들에게도 허무가 있을까

허무의 노래가 있을까



※작품설명: 뭍 군상들을 빈칸으로 두고 온 사실들이, 또 빈칸으로 남겨졌을 사실들이, 오늘도 나는 누구의 빈칸이 되고 누구를 빈칸으로 남기면서 연의 긴 끄트머리에서 아물 거린다.(주강홍 진주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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