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弄談)
농담(弄談)
  • 경남일보
  • 승인 2013.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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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완 (합동참모본부 사후검토관)
농담이란 ‘정말이 아니고 재미로 혹은 장난으로 하는 말’ 또는 ‘실없이 놀리거나 장난으로 하는 말’로 우스개라고도 한다. 궤변(詭辯)은 ‘이리저리 둘러 대는 말’ 또는 ‘상대편을 이론으로 이기기 위하여 상대편의 사고(思考)를 혼란시키거나 감정을 격앙시켜 거짓을 참인 것처럼 꾸며 대는 논법’이다. 농담과 궤변사이는 극과 극이 존재한다고 보면 된다.

유머(humor)란 우스개나 익살·농담 등으로, 한자로는 골계(滑稽)나 해학(諧謔), 영어로는 조크(joke)와 위트(wit) 등으로 설명 될 수 있다. 라틴어의 휴모르(humor)에서 유래된 이 말은 인간의 웃음을 인식하거나 표현하는 능력을 일컫는다. 유머감각이란 세상을 보는 경직되지 않은 시선이나 낙천적 성격, 또는 따뜻한 체액(humor)으로 대변될 수 있는 인간미를 이르는 말이다.

4월1일 만우절(萬愚節)은 거짓말을 하거나 장난을 쳐도 나무라지 않는다는 풍습이 있는 날이다. 명절이나 공휴일은 아니지만 서양의 여러 지역에서 일종의 기념일로 여긴다. 전통적으로 몇몇 나라에서는 만우절 장난은 정오 이전에만 행해지며 이후에는 장난임을 알린다. 이 때 오후에도 만우절 장난을 하는 사람을 ‘에이프릴 풀(April Fool)’이라 부른다.

농담의 ‘예’를 들어보면, 이탈리아의 움베르토 에코는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에서 농담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밀란 쿤데라의 ‘농담’은 주인공 루드빅이 연인 마르케타에게 보낸 편지에 ‘낙천주의는 인민의 아편이다. 건전한 정신은 어리석음의 악취를 풍긴다. 트로츠키 만세!’라는 농담으로 학교에서 제적당하고 직장에서 쫓겨나고 강제 노역의 삶을 살게 된다.

박대통령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식사 시간이 늦어지자 중국어로 “배고파 죽겠다”고 말해 양측 인사들 사이에서 폭소가 터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을 앞둔 1992년 12월 ‘부산 초원 복국집’의 “우리가 남이가? 이번에 안되면 영도다리에서 빠져죽자” “민간에서 지역감정을 부추겨야 된다”는 ‘농담’이 문제가 된 것은 그들의 지위(당시 법무부장관과 부산시장 등)와 대선시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2013년 9월4일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이석기 통진당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을 당시 이정희 통진당 대표는 ‘이석기 녹취록’에서 나온 총기탈취·시설파괴 등 발언이 ‘완전 날조’라던 기존의 주장을 뒤집어 이를 인정하면서도 소도 웃을 ‘농담’으로 의미를 축소해 버렸다. 이는 ‘황당’하다 못해 ‘북한의 용어혼란전술’을 연상케 한다.

‘북한의 용어혼란전술’의 예를 들면, 북한이 주장하는 ‘우리민족끼리’는 남한 내의 ‘친북·좌경·종북주의자’만 우리민족끼리로 보고 그 외 사람들을 반파쇼적 처형의 대상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국어사전에 명시된 “우리민족끼리” 즉, 남북한의 우리민족끼리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니 북한이 주장하는 본 뜻과는 너무나 큰 용어의 차이로 혼란이 가중됨을 알 수 있다.

이정희 대표의 행태는 ‘농담’ 뿐 아니라 작년 12월4일 18대 대선 후보 TV토론시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29만 원밖에 없다”는 전직 대통령의 농담 아닌 농담, “우리가 남이가?” 등은 자신들의 손발을 완전 묶이고 만다. 상황에 따라서 농담을 잘못하면 인생 전체를 송두리째 바꿔놓는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의 국회의원이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국회동의를 받아 수사 중인데 이를 ‘농담’으로 받아들일 사람이 과연 있을까? 농담과 궤변(詭辯), 유머(humor)와 골계(滑稽)나 해학(諧謔), 조크(joke)와 위트(wit) 등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상황(시기·장소·지위 등)에 맞게 사용한다면 메말라 있는 우리의 정치풍토에도 따뜻한 체액(humor)을 찾아 갈 수 있을 것이다.

강태완 (합동참모본부 사후검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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