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쑤욱~ 뽑았더니 알알이 달렸네"
"쑤욱~ 뽑았더니 알알이 달렸네"
  • 경남일보
  • 승인 2013.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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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땅콩 수확
최근 계속된 맑고 청명한 날씨가 가을들녘을 풍요롭게 바꾸어 놓았다. 벼가 익어가는 들판은 눈이 부실정도로 찬란한 황금빛이 어디 한 구석 빈틈도 없다. 멀리 찾아가지 않아도 도심만 벗어나면 볼 수 있는 아름다움에 모두가 감탄사를 보낸다. 태풍과 폭우와 같은 자연재해가 없었던 해라 벼농사는 예년에 볼 수 없을 정도로 풍작이다. 들판을 가득 채웠던 아름다움도 잠시 시절풍경일 뿐이다. 곧 시작될 가을걷이와 함께 아쉽지만 잔상처럼 빠르게 사라질 것이다.

곳곳에 가을축제가 한창이다. 벼논에 새를 쫓기 위하여 세웠던 허수아비가 가을축제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또한 벼가 자라야할 논에 벼 대신 코스모스를 심어 꽃이 활짝 핀 지금 축제를 벌여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특히 올해는 황금들판과 함께 코스모스도 예년에 볼 수 없을 정도로 꽃이 아름다워 축제 시작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기도 했다.

올해는 이른 봄 과수원에 꽃이 필 무렵 닥쳐 온 냉해로 많은 피해를 많이 남겼다. 태풍과 폭우 피해는 피했지만 기온이 내려가면서 감나무에 예년에 볼 수 없었던 잎이 떨어지는 낙엽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낙엽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방제를 지난봄부터 꾸준히 해온 단감나무에도 나타난다고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한다. 소문을 듣고 단감과수원에 올라가 보니 낙엽병은 나타나지 않았으나 탄저병이 나타나 단감이 익기도 전에 홍시로 변한 것이 보였다. 한편 지금쯤 한창 기승을 부리는 노린재 피해가 관찰됐다. 노린재는 날아다니는 곤충이라 이동 속도가 빨라 방제에 애를 먹는다. 콩을 비롯한 다른 농작물에 서식하다 단감이 익을 무렵이면 날아와 과일을 찔러 상품성을 떨어뜨린다. 노린재 방제를 위하여 코스모스탄화물과 마늘과 양파로 만든 탄화물을 섞어 한차례 뿌렸다.

지난 5월 달에 고구마와 함께 텃밭에 땅콩모종을 사다 심었다. 비슷한 시기에 땅콩을 심었던 이웃이 수확도 하기 전에 파먹는 짐승이 있다며 서둘러 수확을 해왔다. 이야기를 듣고 밭에 가보니 피해를 입지는 않았으나 일부 땅콩의 잎이 누렇게 변하는 것으로 보아 수확할 시기가 된 것 같아 파기로 했다. 땅콩을 파는 것을 어렵지 않았다. 줄기를 모아잡고 당기면 뿌리째 뽑힌다. 뽑은 줄기를 뒤집어 놓고 뿌리에 달린 땅콩을 따면 된다. 어머니께서는 내가 뽑아낸 자리를 호미로 다시 파 당길 때 떨어져 땅속에 묻힌 땅콩을 찾아냈다. 알이 굵고 충실한 땅콩이 줄줄이 나왔다. 최근 비가 내리지 않아 땅이 굳어 달려 나오지 않고 줄기가 떨어져 남았던 것이다.

땅콩을 파내고 같은 밭에 심었던 고구마를 파 보았다. 줄기가 무성하게 자라 걱정했었는데 역시나 고구마 농사는 시원찮았다. 괭이가 잘 안 들어 갈 정도로 땅이 굳어 파는 것도 너무 힘이 들었다. 겨우 맛 볼 정도만 파고 줄기를 따기로 했다. 줄기를 뜨거운 물에 데쳐 말렸다가 겨울에 반찬으로 쓰기 위해서다.

길게 뻗은 고구마줄기를 들어 끝에 달린 부드러운 것만 땄다. 줄기 아래쪽에 달린 것은 길고 굵었지만 벌써 세어버려 맛이 없다고 한다. 흔히들 줄기라고 부르며 식용으로 이용하는 것은 알고 보면 잎자루이다. 딴 잎자루에서 잎을 따내고 가마솥에 물을 끓여 부드럽게 숨이 죽도록 데쳤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바로 건져 물기를 빼고 햇볕에 늘었다. 가을 햇볕에 늘어 말리면 건조한 공기까지 더해 빨리 잘 마른다고 한다.

고추를 대째 뽑아 없애려고 하다 그만 두었다. 지금 열리는 끝에 달리는 고추를 이용하여 겨울 밑반찬 거리를 만들기 위해서다. 어린 풋고추를 따 살짝 데쳐 고추선을 해먹어도 맛이 있다며 집사람이 서리가 내릴 때까지 두자고 한다. 지금까지는 고추선을 즐겨해 사먹고 싶어도 어떻게 재배한 것인지 믿을 수가 없어 참아왔다. 특히 고추는 농약 없이는 재배가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밭에서 내가 직접 재배한 고추니 믿고 마음대로 먹을 수 있으니 좋다.

지난달에 심은 가을당근 작황이 좋지 않다. 장소를 잘못 택해 옆에 자라는 들깨가 훌쩍 커버리며 그늘을 만들어 버렸다. 뽑아버리기에는 그동안 들인 공이 아까워 그냥 두고 지켜보기로 했다.

들깨 꽃이 한창이다. 꿀풀과인 들깨 꽃은 향기도 좋아 멀리 떨어져 지나기만 해도 은은한 향해 취한다. 들깨씨앗을 심었다가 빗물에 쓸려 보내고 한참 지난 후에 여기저기 남아있던 모종을 모아 대충 심었는데도 실하게 자랐다. 들깨는 드물게 심어야 많이 열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드문드문 심었는데도 밭을 가득 채울 정도로 가지를 쳤다. 한창 흐드러진 꽃이 지고 오래지 않아 들깨를 수확할 수 있을 것이다.
/정찬효·시민기자
땅콩수확
초보농사꾼이 가족들과 함께 땅콩을 수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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