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 취하는 유자를 술잔에 담그다
향기로 취하는 유자를 술잔에 담그다
  • 임명진
  • 승인 2013.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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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전통酒 이야기> 남해유자주
새콤달콤 유자의 향기와 맛을 느낄 수 있는 유자주는 건강도 챙길 수 있는 남해지역 토속주다.

최근 우리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남해 유자주가 애주가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남해 유자주는 남해 특산물인 유자를 우리 고유의 전통방식으로 빚어낸 남해 지역 토속주다.

유자는 비타민과 칼슘, 구연산 등 인체에 이로운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노화나 피로 방지에 좋다.

민간요법에는 항암 효과와 감기예방에도 효능이 있는 만능 물질로 알려져 있다.

그런 유자로 빚어낸 남해 유자주는 그 특유의 맛과 향으로 약주로 불리며 임금에게 진상되기도 했다.

조선시대 류씨 가문에 전해 내려오는 가양주인 남해 유자주는 일제강점기 금주령 탓에 맥이 끊길 뻔했는데, 그 복원 배경부터가 흥미롭다.

86서울아시안게임, 88서울올핌픽 게임을 앞두고 국가 차원에서 외국 방문객에게 선보일 민속주를 발굴하기 시작했다.

경남에는 함양 국화주와 남해 유자주가 그 이름을 올렸는데, 7년 전 작고한 류용식 옹이 오랜 수소문 끝에 유자주의 맛과 특성을 복원해 마침내 1989년에 민속주로 지정됐다.

남해 유자주의 명맥은 류용식 옹의 막내딸인 류은화(52) 대표가 잇고 있다.

서울에서 남편 강상태(53)씨와 직장생활을 하던 류 대표는 어렵게 복원한 남해 유자주의 명맥을 이어달라는 부친의 권유를 차마 뿌리치지 못했던 것. 1992년 부친의 부름을 받고 고향인 남해로 전격 귀향을 결심했다.

양조장집 막내딸이지만 술이라고는 몰랐던 류 대표에게 남편 강상태씨의 도움은 큰 힘이 됐다. 20여 년간의 기술 연구에 매달려 온 상태씨는 유자향 포즙기술에 있어 국내 최고의 달인으로 손꼽는다.

그런 공로로 농림부에서 선정한 신지식인 231호로 지정된 바 있다.

지금의 유자주는 20여 년 전의 유자주와는 그 맛과 향이 사뭇 다르다.

이들 부부가 첫 출시한 ‘첫서리 유자술’은 그간의 노력이 집약된 결정체다.

류 대표는 “지금의 맛을 만들기 위해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며 그간의 연구 개발에 강한 자부심을 보였다.

실제 남해 유자주는 전국의 내로라 하는 전통주들 속에서 국세청이 선정한 전국 6대 명품주에 선정된 바 있고, 제1회 대한민국주류품평회에서도 동상을 수상했다.

남해 유자주는 약주로 첫서리 유자술을 출시했다. 프리미엄 15% 민속주와 라이트 9% 농민주, 두 종류가 있다.

유자주는 향기를 즐기며 마시는 술이다. 일단 코로 유자의 향기를 깊게 들어마신뒤 맛을 천천히 음미하면 상큼한 유자의 맛이 느껴지고 마지막에는 달콤한 깊은 맛이 오래 남는다.

첫서리 유자주 프리미엄급은 소주를 즐기는 소비자들을 위해 출시했다. 단맛이 오래 남기 때문이다. 라이트급은 순한 맛을 즐기는 소비자들을 겨냥했다.

상태씨는 “전통방식대로 술을 빛는 방식 그 자체는 변한 것이 없다. 다만 부차적인 기술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전통주답게 남해 유자주는 일체의 합성첨가물을 사용하지 않는다.

유자와 감초, 찹쌀, 멧쌀, 누룩 등의 전통 재료가 들어가고 단맛은 감초로 낸다. 물은 인체에 이로운 게르마늄 수를 사용한다.


<류은화 대표> "지명 들어간 전통주 드물어…판로 개척 고심"

류은화 대표는 ‘똑순이’다. 30대의 젊은 나이에 부친의 가업을 잇기 위해 귀향을 결심했고, 20여 년간 오롯이 남해 유자주에 청춘을 바쳤다. 경영에 보탬이 되고자 지게차 자격증을 땄고 1주일에 한번씩은 꼬박 꼬박 직접 배달도 나간다.

그런 그녀에게 남해 유자주는 단순히 술이 아닌 그녀의 노력과 땀이 집약된 결정체나 진배 없다.

-어떻게 가업을 잇게 됐나

▲돌아가신 부친의 영향이 컸다. 어렵게 복원한 가업을 승계하기 바라는 마음에 형제들과 나이차가 많이 나는 막내딸인 내가 낙점된 것 같다.

-쉽지 않은 길이었을 것 같다

▲맞다. 처음에는 정말 쉽지 않았다.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고, 맛도 끊임없이 개량됐다. 귀향을 결심한 당시의 유자주는 지금의 이 맛이 아니었다.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았다. 아마도 시작 당시에 지금 유자주의 맛을 낼 수 있었더라면 떼돈을 벌지 않았을 까 싶다.(웃음)

-최근 전통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느낄 수 있나

▲이번 추석연휴때 상당히 반응이 좋았다. 대기업과 경쟁에서 마케팅이나 판로개척이 무척 힘든 일이다. 하지만 조금씩 남해 유자주를 알아 주시는 분이 늘고 있다. 새로 출시된 첫서리 유자술도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남해 유자술은 어떤 술인가

▲쉽게 말해 약주다. 전통주가 대부분 그렇듯이 우리 고장에 나는 고유의 농산물을 이용해 만들고 있다. 일체의 화합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본래의 맛을 되살려내고 있다. 술이지만 유자의 효능을 최대한 살린 술이다.

-거의 모든 재료가 남해에서 공급된다고 들었다.

▲그렇다. 유자를 비롯해 쌀까지 남해 유자주는 남해에서 나는 것을 써야 제맛이 난다. 전통의 방식대로 만드는 전통주는 정말 깨끗하고 좋은 재료부터 써야 한다. 그게 지금까지 남해 유자주의 명성을 이어나가는 가장 큰 비결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경영상 가장 힘든 점을 꼽는다면

▲사람들의 인식이다. 가게나 술집에 가보면 소주와 맥주가 즐비하지만 우리 전통주는 정말 찾기 힘들다. 소비자 반응은 좋은데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번씩은 직접 배달을 나간다. 현장에서 우리 술에 대한 인식도 조사하고 소비자 반응도 듣는다. 연구개발에 참조하고 있다.

-특히 외지에서 반응이 좋다고 들었다.

▲맞다. 그게 정말 안타깝다. 남해 유자주 처럼 고장의 지명이 들어간 술로 허가를 받은 전통주는 사실 거의 없다. 아무래도 판로의 문제인 것 같은데 뾰족한 방법이 없다. 연간 매출액의 90% 이상을 외지에서 차지하고 있다. 멀리 부산, 대구, 전라도에서도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농산물 가공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초록 보물섬이라는 법인도 설립했다. 지금 프랜차이즈 업체에서도 첫서리 유자술 프리미엄 술을 친환경 식당에 납품하자는 제의를 받고 있는데, 우리 고장인 남해의 친환경 이미지를 더욱 살려나가고 싶다.


글·사진=임명진기자 sunpower@gnnews.co.kr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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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은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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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조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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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조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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