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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바꾼 충절…능선 감도는 '고려의 추억'경남일보 선정 100대 명산 <72> 팔공산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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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0.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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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들고 있는 팔공산 동봉. 이번주말이면 그럴듯한 단풍이 예상된다.
 
 
 
고려 개국공신 신숭겸(?∼927)은 왕건을 대신해 죽었다. 후백제 견훤이 신라 서라벌을 쳐 경애왕을 죽이고 왕비를 괴롭히는 등 분탕질을 하자 격분한 왕건이 927년(태조 10)군사 5000명을 이끌고 진격한다. 힘이 빠져 비실거리는 신라를 통째로 삼키기 위해 양국이 대립하던 중 선수를 뺏긴 왕건이 발끈한 것이다. 두 장수는 지금의 경북 달성 팔공산 일원인 공산 동수에서 맞딱뜨린다. 그런데 뜻밖에도 승승장구하던 왕건이 견훤에 포위돼 진퇴양난 죽음직전까지 몰린다.

이때 왕건과 생김새가 비슷한 일등군신 신숭겸이 나선다. 그는 왕이 몸을 피할 시간을 벌기위해 왕건으로 변장해 적진으로 뛰어든다. 후백제의 군사들은 신숭겸을 왕건으로 착각하고 목을 베어 견훤에게 올린다. 이 덕분에 왕건은 이미 피신해 권토중래를 도모한다.

그리고 자신을 대신해 목숨을 초개같이 던진 신숭겸의 시신을 거둔 뒤 몸에서 잘려나간 머리를 순금으로 장식하는 예를 차린다. 신숭겸은 천년의 세월을 넘어 지금까지도 충절의 상징, 만고의 충신으로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당시 함께 목숨을 던졌던 이는 김락 복지겸 홍유 등 공신 8명. 그래서 지금의 대구 팔공산이 됐다.

1120년 예종은 이 전쟁에서 전사한 신숭겸과 김락을 위해 ‘도이장가’를 지었다. 양주동 박사가 향가를 풀었다. ‘님을 온전하게 하시기 위한, 정성은 하늘 끝까지 미치심이여, 그대의 넋은 이미 가셨지만, 일찍이 지니셨던 벼슬은 여전히 하고 싶으심이여, 오! 돌아보건대 두 공신의 곧고 곧은 업적은 오래 오래 빛나리로소이다’

▲팔공산(1192m)은 대구시와 경북의 경계로 대구 북동쪽 20km지점에 좌우로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 화강암 산이다.

최고봉 비로봉을 중심으로 좌측에 서봉 오른쪽에 동봉이 위치해 마치 새가 날개를 펼친 형상을 하고 있다. 종주는 서쪽 한티재서부터 파계봉 서봉 비로봉 동봉 염불봉 노적봉 갓바위까지 20여km구간이다. 1980년도 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려던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으나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아래 동화사는 대한 불교조계종 제 9교구본산. 신라 때 유정이 승군을 지휘한 곳이며 사찰 입구 마애불좌상 등 많은 불교문화재가 있다. 부인사는 불타 없어진 초조고려대장경판을 보관했던 곳. 이외 파계사 관암사가 있다.

▲산행코스는 수태골안내소→봉산표지석→암벽훈련장→갈림길→오도재방향→헬기장 서봉 반환(삼성봉)→오도재→마애약사여래좌상 →비로봉→동봉(미타봉)→염불봉→병풍바위→58번에서 하산→부도암→동화사→동화교, 11km에 휴식시간 포함 6시간 30분이 소요됐다. 수태골 원점회귀를 하기위해서는 버스가 없어 ‘동부 콜’을 이용하는 것이 빠르다.

▲오전 9시 35분 수태골 주차장에서 출발한다. 주차장 왼쪽 모서리로 향하면 시멘트 넓은 도로가 나오고 등산로는 수태계곡과 나란히 진행한다. 중간의 계곡에 놓인 징검다리를 건너고 본격적으로 산길에 접어든다.

출발 20분 만에 산을 봉쇄한다는 봉산계 표석을 만날 수 있다. 조선시대 때 산림을 보호하기위해 일반인의 출입을 제한한 지역.

조선조 헌종의 아버지인 수릉(익종의 능·경기 구리 소재)의 유지관리와 제사에 쓰이는 경비를 확보하기 위해 보호림으로 정하고 일반인의 벌목과 입산을 금지하는 일종의 푯말을 새겼다. 문화재자료 제33호.

왕릉을 관리하기위해 산을 통째로 봉쇄한 것을 두고 요즘 관념으로 보면 이치를 넘은 일일진대, 세월은 역사가 돼 지금은 귀중한 사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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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산표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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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봉쪽에서 바라본 팔공산 정상 비로봉(왼쪽)과 동봉

출발 30분만에 팔공산 케이블카(800m)를 타는 방향과 동봉으로 갈라지는 이정표. 갈림길에서 5분을 더 오르면 거대한 암벽이 앞을 가로막는다.

일명 수태골 암벽바위로 암벽등반초보자의 슬랩등반이나 훈련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높이 70m, 폭 50m 경사 30∼50도의 화강암으로 구성된 천혜의 암장이다. 중간에 300년 수령의 소나무가 자라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오름길을 더 진행하면 1963년 3월에 세상을 떠난 한 산악인의 추모비가 나오고, 맞은편 물길 건너에 고난도 암벽장이 눈에 들어온다.

오전 10시 42분, 출발 한 시간을 넘어서면 동봉과 서봉의 갈림길. 취재팀과 산우는 서봉으로 발길을 옮겼다.

팔공산에는 다양한 희귀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등산로 멀지않은 곳에서 천남성과 투구꽃이 발견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천남성은 두 얼굴을 가진 식물이다. 사약의 재료가 되는 식물인 반면 귀한 약재로도 쓰였다. 많이 먹으면 독이 되지만 적당히 쓰면 큰병을 낫게 하는 명약이 된다고 한다. 한의학에서는 극약재로 지정해 일반인들의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특히 열매에 치명적인 독성이 있다고 한다. 투구꽃도 인근에서 발견됐다. 역시 독성 강한 식물로 경상도에서는 ‘초오’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가끔 남용하다 사망한 사례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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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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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남성


오전 11시 12분, 출발 1시간 30여분만에 능선에 올라선 뒤 동봉 서봉 갈림길에서 왼쪽 서봉으로 향한다.

전망대 역할을 하는 데크로 만든 계단이 나타난다. 멀리 비로봉 정상에 휴대폰과 방송용 안테나가 숲을 이루고 있다. 이를 중심으로 왼쪽 봉우리는 레이다기지, 오른쪽은 산의 형태가 온전한 동봉이다.

오도재와 헬기장을 지나면 바위산 서봉에 닿는다. 삼성봉이라고도 부른다. 장쾌한 능선이 좌우로 펼쳐지고 산 아래는 아프리카 정글 같은 숲이 융단처럼 깔려 있다. 안개 속에 갇혀 있는 도시 대구가 아스라이 보인다. 봉우리에서 서쪽으로 더 진행해 내려서면 부드러운 육산이 이어지다가 하늘로 불거져 솟은 암릉, 톱날능선이 한차례 나타난다. 서봉에선 한티재(7.2km)부인사(3.6km)갓바위(8.4km)로 갈 수 있다.

오전 11시 30분, 출발 약 2시간만에 서봉을 떠나 비로봉 쪽으로 반환한다.

팔공산 마애약사여래좌상이 등산로에 있다. 왼손에 약그릇을 들고 있다. 그래서 약사여래좌상이다. 바위벽을 쪼아내면서 불상을 새긴 것은 8세기 불사의 특징이라고 한다. 머리와 몸 둘레에는 이중의 원형으로 부처의 몸에서 나온 빛을 형상화한 광배다. 대구 유형문화재 제 3호로 지정됐다. 이외에도 팔공산에는 유명한 갓바위 석불좌상 비롯해 비로봉과 동봉 사이에 석조약사여래입상, 동화사 입구 일주문 앞 마애여래좌상 등 고려시대 불상이 많이 산재해 있다. 단일 산에 이렇게 많은 마애불과 석조입상 등 불상이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

낮 12시, 출발 2시간 30분 만에 비로봉에 올라선다. 한때는 출입이 통제됐었지만 최근 개방됐다. 하나, 둘 …, 아홉개의 안테나가 정상에 꽂혀 있다. 인근 또 다른 암봉에도 레이다 기지로 뒤덮여 있다.

문명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만큼 그만큼의 대가가 따른다. 그래도 가을 들국화는 척박한 운명을 이겨내고 피었다. 동봉 오름길 계단에는 단풍이 붉게 물들고 있다. 이번 주말이면 더 고운 단풍이 들것이다.

낮 12시 43분, 꼭 3시간 만에 동봉에 닿는다. 암릉에 초록의 수림, 거기에 형형색색 주말산행객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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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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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에서 내려선뒤 조개바위에서 염불봉 병풍바위 갓바위로 바라본 산너울


동봉 정상을 벗어나 조망이 화려한 조개바위에서 꿀맛 같은 휴식…, 왼쪽의 염불봉 갓바위 줄기와 골프장, 중앙의 동화사, 오른쪽 봉우리의 케이블카 멀리 도시의 아파트 그 너머 이어지는 산의 너울이 장쾌하다.

팔공산 주릉에는 각 이정표에 번호가 붙어 있다. 1번 관봉 갓바위에서 144번 한티갈림길까지 종주능선에 붙여진 번호로 중간에 동봉이 85번, 서봉이 96번이다.

취재팀과 산우들은 주릉 58번에서 남쪽 동화사 방향으로 58-1, 58-2번으로 내려서 부도암을 거쳐 동화사에 닿았다.

동화사는 493년 극달화상이 창건했다. 유가사로 불렸지만 832년 중창건 시 동화사로 바꿨다. 그때 한겨울에 오동나무 꽃이 상서롭게 피었다한다.

임란 시 사명대사가 영남승군 사령부를 설치하고 승군을 지휘한 호국불교성지. 부속암자로는 비로암 부도암을 비롯해 8개이며, 문화재로는 대웅전 아미타회상도 목조약사여래좌상 등이 있다. 조금 더 내려오면 1992년 준공한 통일약사대불이 버티고 선다. 높이 33m의 초대형 불상으로 국민안녕과 민족통일을 기원하고 있다. 동화사 앞마당에서 산사의 잔잔한 목탁소리 기대는 사라졌다. 포클레인 기계음과 사람들의 목소리가 요란할 뿐이다. 동화교에 도착하면 6시간 30분의 산행이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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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애약사여래좌상
20131001_135125 copy
등산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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