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의존
숫자 의존
  • 경남일보
  • 승인 2013.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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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지 (아동복지전문기관 홍보담당)
‘한 달에 5kg 빼기’, ‘1년에 천만 원 모으기’, ‘한 달에 책 5권 읽기’, ‘토익 800점 넘기’. 우리가 흔히 삼는 목표들은 왜 모두 숫자일까. 보기 좋고 건강한 몸을 만들겠다, 저축하는 습관을 기르겠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겠다, 비즈니스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영어실력을 갖겠다 라는 정도의 목표는 어쩐지 추상적이며, 마치 목표의 주인이 강한 의지를 갖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상당히 많은 경우와 상황에서 우리는 숫자에 의존하고 있다. 회사에서는 연 매출에 대한 목표를 명확히 수치화해 두고 월별로, 분기별로, 연도별로 통계를 내고 실적을 보고하라 명령한다. 변화의 추이가 유의미하건 그렇지 않건 우리는 정기적으로 통계를 내고, 그래프를 그리며 숫자와 씨름해야 한다. 오직 그것만이 실적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지표인 것처럼.

통계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는 것임에 분명하지만, 그 배경의 많은 변수들을 간과할 수 있으며 해석에 따라 충분히 다른 결과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수치를 토대로 보고서를 만들어내는 본인은 알고 있다. 수치는 숫자일 뿐, 수치가 말해주는 많은 것들을 제대로 읽어내는 인사이트가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정부는 연일 청년 취업률이 몇 퍼센트 상승했는지 따위를 발표하지만 나를 포함한 동기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백수인 상황. 경기가 나아지고 물가는 안정됐다는데 월급 빼고는 모든 것이 다 오른 상황. 화이트데이에 데이트하고 싶은 걸그룹 멤버 설문조사에서 내가 뽑은 수지가 압도적인 표차로 1등을 해도 ‘약속 하나 없는 내 화이트데이’의 현실은 변하지 않는 상황. 도무지 체감하기 힘들며 쓸데도 없는 통계들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그렇게 숫자에 의존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수도권 거주 월 소득 300이상의 20대 남녀의 63%’가 답했다는 어떤 설문조사에 절로 가는 시선을 어찌하지 못하며.

같이 있으면 참 즐겁고 편안했던, 그러나 졸업 후 연락이 뜸했던 그 친구의 전화번호는 몇 번인지 우리는 기억하지 않는다. 음력이라 해마다 변하는 울 엄마의 생일이 올해는 몇 일인지 달력을 펼쳐 세지 않아도 스마트폰이 다 알려준다. 눈을 보고 말하기 수줍어 ‘1010235’, ‘38317’ 암호 같은 숫자를 무심한 척 삐삐에 남겨두곤 연락을 기다리며 설렘으로 안절부절하지못하던 그 시절의 감성을 우리는 잊었다.

조회 수, 방문자 수, 댓글 수 같은 각종 수치를 높이기 위한 트릭들을 알아갈수록 나의 감성을 따뜻하게 채워주었던 소중한 숫자들을 잊어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피상적인 숫자로 된 목표만을 좇기보다는 항상 본질을 생각하는 인사이트를 갖기로 다짐한다.

2013년 10월, 27살의 나, ‘목표 수정 230(이상무)!’

강민지 (아동복지전문기관 홍보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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