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종변경 과수원, 굴삭기 동원 바닥정리
수종변경 과수원, 굴삭기 동원 바닥정리
  • 경남일보
  • 승인 2013.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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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과수원 정비
과수원정비
굴삭기를 동원해 과수원을 정비하고 있다.


한낮 기온은 여름과 다름없이 따가운데 해만 기울면 기온이 곤두박질치며 한기를 느끼게 된다. 맑은 날이 계속되고 일교차가 심해지자 아침이슬이 비라도 내린 것처럼 흠뻑 젖는다. 이른 아침에 논밭을 둘러보기 위해서는 반듯이 장화를 신어야 나설 수 있을 정도다. 벌써 저수지에 새벽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보게 되니 가을도 깊은 것 같다.

주초에 기다리던 단비가 내렸다. 수확기를 앞둔 벼농사를 빼고는 한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메말랐던 대지를 적셔준 단비였다. 한참 익어가면서 커야하는 단감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예보보다는 적게 내린 비였지만 가뭄 해갈에는 충분한 양이 내렸다. 엊그제까지 한낮 햇볕아래에서 시들시들 늘어졌던 김장채소는 생기를 되찾아 하루가 다르게 푸른빛을 더해간다.

배추는 포기가 크게 자랄 것을 예상하고 거리를 두고 모종을 했는데도 벌써 빈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랐다. 포기가 더 커지면 작은 포기는 솎아야 될 것 같다. 씨앗을 뿌린 무는 벌써 두 번이나 솎아 먹었는데도 오늘 아침에 가보니 땅이 비좁을 정도로 자랐다. 뿌리도 많이 굵어져 총각김치는 담가 먹어도 좋을 정도가 되었다. 채소밭을 찾으면 하루가 다르게 포기가 무성해지는 것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멀리서 보면 아무 문제가 없이 잘 자라고 있는 것 같아 보이는 무 잎에는 수많은 벌레가 붙어 있다. 손으로 일일이 잡을 수도 없어서 그동안 수차례 벌레를 쫓을 수 있을만한 탄화물을 뿌렸다. 탄화물을 뿌리고 나면 며칠 동안은 벌레 수가 줄어들었다가 증가하기를 반복했다. 농약을 뿌리면 간단히 해결되겠지만 실험삼아 해오던 방식을 계속해 보기로 했다. 이제 기온이 더 내려가면 벌레수도 줄어들 테니까.

가을에 사용할 퇴비를 주문한지가 오래되었는데도 배달이 되지 않아 애를 태웠다. 수차례 독촉을 해도 배달이 밀려 기다려 달라는 대답만 돌아 왔는데 비가 내리는 날 실어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트럭이 다니는 길가에 빈터가 남아 있는 재당숙께 퇴비를 쌓겠다고 말씀드리니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기다리던 퇴비가 도착하니 갑자기 할 일이 많아졌다. 굴삭기를 이용하여 그동안 애만 태웠던 배 과수원을 정리하기로 했다. 과수원은 논을 일궈 조성하였던 곳이라 지대가 낮아 해마다 개화기면 냉해피해를 피하지 못하였다. 냉해는 산꼭대기보다는 차가운 공기의 흐름이 정체되는 산골짜기나 저지대인 구릉에서 심하게 나타났다. 특히 올해는 유달리 냉해피해가 심하여 맺힌 열매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심했다. 맺힌 열매가 없었으니 수확할 배도 없다. 다른 과수원처럼 배가 익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으니 서둘러 과수원을 정리하기로 했다. 굴삭기를 이용하여 배나무를 뽑아 들어내고 바닥을 다시 골라 내년 봄에 냉해 피해를 피할 수 있는 다른 나무를 심을 계획이다.

큰 굴삭기 한 대로 이틀이면 끝날 것 같았던 과수원 정리가 주말을 넘겨 다음 주 초까지 해야 마칠 수 있을 것 같다. 과수원 바닥정리가 끝나면 나무 심을 곳에 구덩이를 파고 퇴비를 넣어 흙과 섞어 덮어 둘 계획이었다.

큰 굴삭기가 배나무를 뽑아내는 동안에 작은 굴삭기를 이용하여 매실과수원에 길을 내고, 매실나무가 죽은 곳과 품종이 좋지 않은 나무는 뽑아버리기로 했다. 나무가 죽은 곳과 뽑아버린 곳에는 굴삭기로 구덩이를 깊게 파 퇴비를 섞어 묻어 두었다가 내년 봄에 나무를 심을 계획이다.

과수원에 길을 낼 때도 임시변통으로 대충 내지 않고 세월이 흘러도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작업을 했다. 그러다 보니 작업시간이 많이 걸렸다. 작업로인 길을 낼 때도 나무를 뽑아낸 곳에는 구덩이를 파고 거름을 넣어야 하니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굴삭기 기사를 따라다니며 퇴비 넣는 일을 도와야 했다.

퇴비 넣는 일이 처음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20kg인 퇴비포대의 무게도 무겁게 느껴졌고, 무엇보다도 손으로 퇴비포대를 손으로 훔켜쥐고 쏟아야 하니 손아귀와 가운데 손가락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하루에 200포대가 넘는 퇴비를 싣고 내리고 쏟아야 하니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 일이 손에 익지 않았는데도 무리하게 작업을 하니 생긴 문제다. 며칠 지나 손에 익으면 좋아질 것이다.

/정찬효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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