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학대, 아낌없이 준 나무에 대한 보은으로 보듬어야
노인학대, 아낌없이 준 나무에 대한 보은으로 보듬어야
  • 경남일보
  • 승인 2013.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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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용 (경남도의원)
시월은 문화의 달이고 축제의 달이자 경로의 달이다. 우리가 오늘처럼 잘살게 된 것도 노인들의 피와 땀의 대가로 얻은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예부터 우리나라를 ‘동방예의지국’이라 한 것은 어른을 공경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을 백행의 근본으로 여겨온 전통 때문이다. 한데 70년대 이후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유교적 가치관이 파괴됐고 핵가족화와 개인주의 팽배로 노인들의 처지가 고달파졌다. 현대사회는 의학의 발달, 식생활의 개선, 생활수준의 향상 등으로 평균수면이 증가하면서 인구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과거 유교사상이 강조됐던 대가족의 전통사회에서 노인들이 가족들의 보살핌으로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었으나, 현대사회에서 이러한 부양의식은 산업화·도시화로 인한 핵가족화 및 여성의 사회참여 증가 등 다양한 요인으로 점차 약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노인학대로까지 이어져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정부의 노인복지 등 가족지원제도가 미흡한 상황에서 노부모의 부양을 맡은 자녀는 경제적 부담과 부양부담에 따른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되고, 노인과 동거자녀의 유대관계가 원만하지 못할 경우에는 노인에 대한 부당한 대우, 존속상해 및 살인사건, 노부모 유기사건 등을 포함한 노인학대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그동안 사회적 이슈가 돼 관심을 끌었던 아동학대나 배우자의 폭력과 마찬가지로 노인학대도 가정폭력의 한 형태로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노인학대는 노인들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므로 관심을 갖고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고 있는 노인학대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제8회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을 맞아 ‘2012년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4개 노인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접수된 신고건수는 9340건으로 전년 대비 8.6% 증가했다. 이중 노인학대 사례는 3424건이다. 학대유형은 정서적 학대가 38.3%로 가장 많았고 신체적 학대 23.8%, 방임 18.7%, 경제적 학대 9.7%, 자기방임 7.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피해노인은 여성이 69.1%, 배우자가 없는 경우가 62.7%로 조사됐다. 또 학대행위는 가정내에서 85%가 일어나며 학대 행위자는 아들과 딸, 배우자 등 친족인 경우가 86.9%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전년도와 비교할 때 2012년 노인학대 현황의 특징은 60대 이상 노인학대 행위자 증가, 자기방임의 증가, 시설 학대의 점진적 증가 등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노인학대 현상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 데도 대책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예방을 위해 의사, 간호사 등 신고의무자는 물론 직장과 학교 등에서 교육을 강화해 노인학대를 조기에 발견하는데 있어 향후 적극적인 사례연계 및 발굴활동을 통해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진다. 나아가 노인학대는 언젠가 자신의 문제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했으면 한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모든 것을 다 내어주고도 더 줄 것이 없어 아쉬워하는 노인들이 이제는 ‘학대’ 받지 않도록 따뜻한 시각으로 지켜주어야 한다. 노인에 대한 근본적·전통적 방식의 경로·효친사상의 부활을 통해 우리사회의 기본 윤리정신과 부합하고 나아가 동방예의지국으로서 그 기틀을 정립하고 가족의 부양책임을 강화시키는 것이 우선 정책수립에 앞서 선행돼야 할 것이다. 이것은 가족과 사회의 무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길이며 전통문화를 계승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법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노인부양 책임을 가족들에게 맡기는 ‘선가정 후국가 부양정책’의 소극적 국가적·사회적 개입을 원칙으로 지금까지 노인에 대한 정책을 펼쳐 왔다. 시대의 흐름과 가치의 변화, 고령사회로의 진입으로 노인인구의 증가라는 특성을 가지게 된 이 시점에서 이제는 노인부양 문제가 가정의 책임만으로는 해결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 되어 버렸다는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국가의 적극적 개입과 민간·사회단체의 조직적인 대처를 통해 지금까지 이뤄 놓은 노인세대들이 자신의 권리를 가지고 남은 삶을 보다 행복하고 안전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소한의 보은일 것이다.
이성용 (경남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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