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농사 마침표를 찍다
한해 농사 마침표를 찍다
  • 경남일보
  • 승인 2013.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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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벼 수확
절기상으로 찬이슬이 내린다는 한로에 태풍 다나스가 지나갔다. 다행이 태풍의 진로가 한반도를 직접 통과하지 않고 대한해협으로 비껴가 큰 피해를 남기지 않았다. 10월 태풍은 드문 현상으로 15년 만에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친 태풍이라고 한다.

태풍이 지나간 이후 날씨는 평상을 되찾아 전형적인 가을로 돌아왔다. 구름 한 점 없이 푸른 하늘에서 쏟아지는 가을 햇살이 수확을 앞둔 오곡백과를 살찌우고 있다. 들판으로 나서면 나도 모르게 흐뭇해지는 풍성한 수확의 계절이다.

높아가는 가을하늘만큼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크게 벌어지며 미처 성숙하지 못한 농작물의 결실을 재촉하고 있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 키운 수확물을 얻기 위해서는 자연의 순환에 맞춰 잘 따라야 한다. 씨앗을 뿌릴 때도 작물에 맞는 시기를 찾았듯이 수확도 때맞춰 끝내는 것이 최선이다. 이제 차근차근 서리가 내리기 전에 수확을 끝내야 하는 바쁜 철이 찾아왔다.

주말에 지난 6월 7일 이앙을 했던 벼 타작을 했다. 벼 타작이라고 하지만 예전처럼 벼를 베고 말려 탈곡까지 여러 날 걸려서 하는 작업이 아니다. 콤바인을 이용하여 익은 벼를 바로 베고 탈곡까지 마치는 일관작업이라 주인이 하는 일이라고는 포대에 담아 옮기는 작업이 전부다.

힘든 일이라면 콤바인 주인과 작업일정을 조율하는 것이다. 천수답과 골짜기에 벼논이 있어 수확이 한창일 때는 콤바인 일정 맞추는 일이 예삿일이 아니었다. 콤바인 주인의 입장에서도 같은 돈을 받는데 작업 효율이 높은 들판에서 빨리 많이 해야만 이득이 될 것이다. 우리 논 같은 경우는 들판의 한 마지기도 안 되는 면적을 여기저기 옮겨가며 작업을 해야 하니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작업은 늘 뒤처지거나 당겨서 할 수 밖에 없었다.

다행이 올해는 일정을 잘 맞춰 우리가 원하는 날에 수확을 마쳤다. 또한 식량만 남기고 나머지는 산물벼로 넘겨 모든 일을 쉽게 끝낼 수 있었다. 산물벼 수매는 사봉에 위치한 진주시농협연합미곡종합처리장에서 담을 포대를 빌려 수확한 벼를 담아 반납과 함께 마쳤다.

요즘처럼 산물벼 수매를 하지 않는다면 여러 번 손질을 거쳐야 한다. 우선 수확한 벼를 수분이 15%가 넘지 않도록 말린 후 포대에 담는다. 담은 벼는 수매 일정에 맞춰 수매장까지 운반 검사원의 검사를 거친 후 등급판정을 받아야 끝난다.

미곡종합처리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말로는 산물벼수매가 생긴 후 벼농사를 하겠다는 사람이 늘었다고 한다. 수확을 하기까지 농사를 돌보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더 힘든 일은 수확을 마친 후 벼를 말리고 골라 수매장에 내는 일이라고 했다. 수분 측정을 잘못하여 적정 수치를 넘으면 풀어 다시 말려 재검사를 받아야 함은 물론이다. 보관을 해야 하는 비축용 수매는 건조가 제일 중요하다.

얼마 안 되는 벼농사지만 수확을 마치기까지 늘 부담으로 남아 있었다. 주식인 벼농사를 귀하게 여기는 분위기 속에서 자라고 생활했기 때문일 것이다. 흔히들 돈으로 따져 벼농사를 포기하고 비용도 안 나온다며 논을 비워두는 이도 많다. 벼논 돌보는 모습을 보고는 돈도 안 되는 나락농사 왜 짓느냐고 핀잔까지 주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부모님 말씀처럼 식량할 만큼은 반드시 지어라는 말씀을 지키고 쉽다.

태풍이 몰고 온 비로 지난주부터 해오던 과수원 정비작업을 마치지 못하고 미뤄왔다. 비가 내린 후 땅이 젖어 굴삭기 작업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흘을 쉰 후 땅이 어느 정도 마른 후 다시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지만 주말에 벼 수확을 하느라 하루 작업을 한 후 다음 주로 미뤄야 했다.

처음 과수원 정비작업은 과수원 사이로 짐을 싣고 다닐 수 있는 길이나 내고 빈 땅에 나무나 심으려고 시작했다. 일을 시작하고 보니 욕심이 생겨 일이 커지고 말았다. 여러 번에 걸쳐 일을 하는 것 보다는 한 번에 손을 보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작업 일수가 지나면서 과수원이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고민을 하곤 한다. 여기저기 눈 가는 곳이 많아지는데 어디서 작업을 마쳐야 할 것인지 걱정이다.

/정찬효·시민기자

벼수확
콤바인 주인이 초보농사꾼 논의 벼 수확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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