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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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3.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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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개천예술제 63년의 꽃, 백일장
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268)
<29>개천예술제 63년의 꽃, 백일장
 
올해로 개천예술제는 63회를 맞아 지난 10일 종야제로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는 여러 가지로 풍성한 결실을 남기며 일주일의 일정을 소화해낸 축제로 기록될 만하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한 기자는 칼럼에서 “개천예술제는 기둥 역할을 충실히 했고, 진주남강유등축제는 스토리와 화려함을 주무기로 외벽을 담당했다. 여기에 코리아 드라마 페스티벌이 아기자기한 내부장식 역할까지 전혀 다른 세 개의 축제가 지역성을 바탕으로 연결되며 진정한 축제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된 듯하다.” 고 했다. 적절한 평가라 하겠다. 각기 다른 축제지만 여러 가지 창조적 변화를 시도한 것이 눈에 띄었고 아울러 그것들의 조화가 이채로운 것이었다. 특히 행사에 묻혀 제 모습이 조명되지 않았던 드라마 페스티벌의 경우 외연의 확장과 내실이 눈에 띌 수준으로 변화를 보인 것이 희망적이라 할 만했다.

흔히들 제1회 영남예술제 이래 문학부 백일장은 ‘개천예술제의 꽃’이라 불린 대로 이번 63회에서 진가를 보여준 것이 기록될 일로 보였다. 고등부는 대학입시의 특기자 전형에 반영되는 것 등의 이유로 우수한 기능을 가진 예비 시인들이 전국에서 몰려들어 심사위원들이 엄선에 힘들어 했고, 일반부인 개천문학 신인상의 경우 모처럼 우수작들이 나와 당선에 공동당선작을 낼 만큼 바람직한 결실을 보였다.

여기서 필자는 개천예술제 백일장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예화를 들고자 한다. 1990년대 초반으로 기억된다. 교육부 평가원에서 체육특기자와 문학특기자로서 인정을 하는 두 개의 심의위원회를 구성했는데 여기서 결정하는 사항은 대학에서 특기자 전형때 뽑을 수 있는 기본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일테면 인정하는 축구대회에서 4강에 들면 입시에서 전형 대상이 되는 것과 같은 그런 중요한 대회를 선정하는 작업이었다. 문학특기자심의위원회에서는 도대체 우리나라의 어떤 백일장이라야 특기자로 인정되는가 하는 바를 심의 결정하는 일을 하는 것인데 그때 필자는 심의위원의 한 사람으로 위촉되어 회의에 참가했었다.

그 회의의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1) 국가대표격 백일장은 한국문인협회와 민족문학작가회에서 시행하는 백일장, 그리고 우리나라 최초의 예술제 개천예술제에서 시행하는 백일장이 해당된다. 2)국문과와 국어교육과를 포함하는 종합대학교에서 시행하는 대회로서 5회 이상 경과한 백일장이 해당된다. 개천예술제를 선정하는데 대해 이의가 별로 없었지만 도단위 문협지부에서 시행하는 백일장 탈락에 대해 반발하는 기류가 잡혔을 뿐이었다. 개천예술제는 지방에서 열리지만 대회 성격상 지방을 뛰어 넘는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교육부가 인정해준 쾌거였다.

진주문인협회(회장 주강홍)가 주관한 이번 백일장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개천문학신인상의 시부 두 당선자였다. 전례없이 당선자를 둘로 정한 것에서부터 의외의 결과였기 때문이다. 한 당선자는 창원의 김원옥이고 한 당선자는 경상대학교 국문과의 김희준이었다. 김원옥은 이방인(제목)을 카메라 앵글 밖에 있는 자로 말했고 김희준은 일단 필리핀 아가씨로 잡았다. 한 사람은 관념적 추상적인 대상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고 한 사람은 다문화시대의 현실로부터 이야기를 끌고 갔다. 대상의 터치가 다른 만큼 한 사람은 앵글의 바깥의 개념이 형상을 붙드는 데 상상을 소비했고, 한 사람은 필리핀 아가씨가 어느 순간 쇼윈도에 비친 스스로의 얼굴로 전이되어 나타나는 것에 대해 말한다. 그러다가 그 얼굴이 서로 전도되어, 누가 이방인인지 모를 순간에 이른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다 같이 경계를 의식하면서 그것을 허무는 것에다 희망을 건다. 두 사람 다 시적 수련이 예사롭지 않은 과정을 겪은 것으로 보였다. 특히 뚜껑을 열었을 때 김희준은 이제 갓고등학교를 졸업한 스무살 미만의 어린 학생이었다. 가능성이 무한히 열려 있을 뿐만 아니라 당선 작품만으로 보면 개천예술제 장원 중의 장원인 안도현, 정일근, 유홍준 트리오에 손색없는 후배임이 틀림이 없다.

이래 저래 개천예술제는 예술경연이 앵글 안쪽이다. 그 중에서도 백일장은 이형기, 박재삼 이래 여전히 프레임의 안쪽이다. 송영택, 박경용,신중신, 김종해,김호길, 이영성, 임종찬, 이문걸, 김종철, 이남호,우무석, 김옥영, 이정화, 허수경,양곡, 강현덕 등으로 이어지는 수상자 벨트를 보면 이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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