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술 맛의 비밀 '누룩' 지켜온 3대
전통 술 맛의 비밀 '누룩' 지켜온 3대
  • 임명진
  • 승인 2013.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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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전통酒 이야기> 진주곡자공업연구소

진주곡자공업연구소가 1984년 지금의 상평동 부지로 이전했을 당시의 간판. 간판 아래 좌측부터 토종밀인 금강밀과 누룩완제품, 토종밀인 앚은뱅이 밀과 완제품, 수입산 밀과 누룩완제품. 금강밀은 현재는 판매가 되지 않고 있다.

 
 
 
예부터 우리 선조들은 누룩을 잘 빚는 것이 좋은 술을 만드는 과정의 첫 번째로 여겼다. 누룩은 술을 만드는 효소를 지닌 곰팡이를 밀과 쌀 등 곡류에 번식시켜 만든 일종의 발효제다.
우리 조상들은 이 누룩을 이용해 정성과 시간을 들여 술을 빚었다. 좋은 누룩은 술의 맛이나 향을 그윽하고 풍부하게 하는 작용을 한다. 그래서 전통주에 누룩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대를 이은 전통누룩 제조…도내 유일 곡자
웰빙바람이 불면서 집에서 술을 직접 빚어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뜻이 맞는 이들끼리 동호회도 만들고 술 빚는 방법도 찾아보고 좋은 누룩을 사기위해 이곳저곳 수소문 한다. 그렇게 탄생한 술은 친구나 지인을 위한 술상에 올려진다. 그런 애주가들 사이에 입소문이 난 곳이 있다.
바로 도내 유일의 전통누룩 제조장인 진주곡자공업연구소가 그 곳이다. 3대째 이어오면서 우리 전통방식을 고집하며 뚝심있게 전통누룩만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전통방식으로 누룩을 제조하는 곡자는 불과 서너 곳, 진주곡자를 비롯해 광주의 송학곡자, 경북의 상주곡자 등이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정도다.
진주곡자는 그중 규모면에서 가장 큰 편에 속한다.
현재 국내 누룩시장의 6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진주곡자는 옛 문헌에 나오는 방식대로 누룩을 제조하고 있다. 누룩의 원재료로 밀을 사용하고 있는데, 누룩이 탄생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가장 먼저 통밀을 5분의 1 정도로 갈아서 물과 반죽을 해 성형을 한다. 마치 치즈모양처럼 덩어리로 성형을 하고 성형된 상태로 누룩방에 넣어 15일 정도 발효를 시키고, 또 15일 정도 수분이 12~13% 이하로 떨어질 때까지 건조를 시킨다.
이렇게 건조까지 통과한 누룩은 전국의 막걸리나 약주, 전통주 제조업체로 팔려나간다. 최근에는 웰빙열풍에 힘입어 가정에서 개별적으로 술을 빚어 마시는 이들이 늘면서 진주곡자를 찾는 개인고객도 늘고 있다.
◇막걸리 붐…전통누룩의 조명
막걸리 붐이 일면서 전통 누룩에 대한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하지만 ‘속 빈 강정’이라는 말처럼 막걸리는 불티나게 팔려도 전통누룩의 수요는 그렇게 늘지 못했다.
전통누룩 대체재가 이미 시장에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전통누룩의 단점을 보완한 개량누룩은 누룩제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은 데다, 인위적으로 배양된 균을 첨가하다 보니 발효력이 세다. 그만큼 술의 실패 확률도 적다는 장점이 있다.
균일한 맛의 대량생산을 원하는 양조장의 입맛에 맞춘 누룩인 셈이다.
반면 전통누룩은 제조과정에 있어 발효와 건조까지 약 한달간의 시간이 소모된다.
자연상태에서 발효시키다 보니 균일한 맛을 가진 누룩 생산도 어려웠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웰빙바람의 영향으로 막걸리가 큰 관심을 받으면서 전통누룩을 찾는 이가 조금씩 늘고 있다.
진주곡자도 오랜 시간 연구개발을 통해 단점을 보완했다.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했고, 다양한 맛을 가진 누룩생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진형 진주곡자 대표는 “회사마다 양조하는 방식에 따라 다른 맛을 느껴야 하는데 개량누룩은 획일적인 맛이 난다. 자연상태에서 발효하는 전통누룩이 갖고 있는 그윽하고 풍부한 다양한 맛을 따라오지 못한다. 이때문에 전통누룩이 왜 들어가야 하는지, 왜 그 회사의 제품이 맛있는지, 자연스레 찾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진주곡자는 이진형 대표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자동화 설비로 누룩을 생산하고 있다. 대량생산이 가능해져 매출증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웰빙’, 전통누룩의 재발견
전통누룩의 효용가치는 단순히 전통주를 만드는 데 한정되지 않는다. 피부미용을 위한 용도로 보습과 주름개선, 미백 기능까지 갖춘 화장품, 한약재의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진주곡자도 다변화되는 소비자의 요구에 맞춘 제품 연구에 고심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한약에서 요구하는 누룩이 분명 있다. 국산누룩을 찾는 한약방도 늘고 있다. 그에 맞춘 누룩을 만들어 준다면 판로개척에 도움이 될 것 같아 고급 약으로 쓸수 있는 누룩 개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수출용 막걸리에도 전통누룩이 들어간다. 이쯤되면 전통누룩의 부활로 보아도 무방할 듯 싶지만 이 대표는 아직 갈길은 멀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일본 전통주인 사케가 국내에서 인기가 많다고 하지만 사실 그럴 이유는 없다”면서 “오히려 그에 대항할 우리나라 약주, 즉 전통주 시장이 죽은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최근엔 전통방식대로 술을 양조하는 곳이 늘고 있고, 전통누룩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진주곡자도 작년부터 토종밀인 앉은뱅이 밀 누룩을 출시해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였다.
이 대표는 “막걸리 붐이 한 2년전 부터는 많이 줄었다. 물론 없을 때와 비교하면 하향세는 아니다. 이 기회에 우리도 품질을 높이고 소비자가 원하는 다양한 맛과 향을 지닌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가양주를 빚는 이들을 위해 마트 등에도 판매가 가능한 누룩 제품을 출시할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전통누룩, 전통주의 맛과 향 살린다”
이진형 진주곡자공업연구소 대표
 
이진형 대표(42)는 전통누룩에 대한 고집이 센 사람이다. 젊은 나이에 부친의 뒤를 이어 진주곡자를 맡아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입증했다.
전통누룩을 향한 그의 신념과 열정은 한 달간의 과정을 오롯이 이겨낸 전통누룩을 매만지는 그의 표정에서 느낄 수 있었다.
-전통누룩을 많이 찾나
▲한때는 주문이 없어 제품이 공장에 쌓여 있었다. 어려운 고비도 많았지만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위기를 넘겼다. 전통누룩의 단점을 보완하고, 지금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맛을 지닌 누룩 생산이 가능하다. 자동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양조장에서 원하는 대량생산도 가능해졌다.
-토종밀을 사용하나.
▲지난 해 부터 토종밀인 앉은뱅이 밀로 누룩을 생산하고 있다. 개인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확실히 수입산 밀과는 차이가 있다. 육안으로 보아도 향과 색깔이 더욱 진하다. 단가가 수입산 밀에 비해 두배 이상 비싸 양조장 판매는 한계가 있지만 연구가치가 상당히 높다. 계속 연구중에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막걸리를 제조할 때 누룩의 위치는 발효제가 아닌 첨가물에 불과하다. 꼭 누룩으로 발효를 하지 않더라도 다른 발효제로 술은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개량누룩이나 발효액을 사용하던 양조장들도 최근에는 우리 전통누룩을 많이 찾고 있다. 누룩이 가지고 있는 발효제로서의 역할은 맛을 풍부하게 하고 가치를 높혀준다. 그런 부분이 간과된 점이 아쉽다.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소비자를 위한 다양한 누룩 개발에 힘쓰고 있다. 최근 가양주를 담그는 개인소비자가 늘고 있다. 전통누룩의 새로운 시장개척에 힘써 나갈 계획이다.
진주곡자는 전통방식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더 나은 맛과 향, 품질로 다가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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