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미착공 산업단지 해법은 없나
장기 미착공 산업단지 해법은 없나
  • 박철홍
  • 승인 2013.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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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일반산단 10여곳 수년째 첫 삽도 못 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된 일부 일반산업단지들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산업단지 인·허가 간소화 특례법이 시행되자 경남에도 산업단지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하지만 사업시행사들이 정확한 기업 수요조사 없이 무리하게 추진하다 보니 수 년째 첫 삽도 못뜨고 있는 산업단지들이 속속 생겨나기 시작했다.

사업시행사의 자금조달 문제 등으로 3년 이상 개발계획이 표류하면서 산단 예정지로 고시된 지역 주민들의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사업시행사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고 주민들이 아예 산단 개발을 반대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본보는 경남지역 장기 미착공 산업단지의 실태와 문제점을 살펴보고 해결 방안은 없는 지 알아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도내 미착공 일반산단 현황
<2> 미착공 산단예정지 가보니
<3> 전문가들이 말하는 해법은


경남에는 작년말 기준 국가산업단지 7곳, 일반산업단지 79곳, 농공산업단지 81곳, 외국인투자기업 전용산업단지 2곳, 자유무역지역 1곳, 도시첨단산업단지 1곳이 있다. 국가산업단지는 정부가 전략적 차원에서 조성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싸고, 연결 도로와 R&D시설을 비롯한 각종 기관들이 쉽게 유치되는 장점이 있어 미분양이 거의 없는 편이다.

문제는 민간업체들이 조성하는 일반산업단지이다. 도내 곳곳에 산재해 있는 일반산업단지 79곳중 10여곳, 면적으로는 450만㎡가 사업시행사의 자금조달 문제 등으로 장기 미착공 상태다.

통영 안정·덕포·법송일반산업단지와 거제 청포, 고성 상리·봉암산업단지는 조선경기 침체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지난 2008년 미국 리먼금융사태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자금이 묶이면서 사업계획이 3~5년간 표류하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된 함안 칠서태곡일반산단과 부목일반산단도 자금난으로 첫 삽도 못뜨고 있다.
 
상리산단
고성 상리면 자은리 산38번지 일원에 75만㎡규모로 추진되고 있는 상리일반산업단지는 지난 2009년 7월 경남도로부터 산업단지 승인을 받았지만 현재 조성공정률은 ‘0%’이다. 사진은 고성 상리산단 조성 예정부지.
 
청포산단
조선 기자재 업체 유치를 위해 지난 2009년 6월 경남도로부터 산업단지 승인을 받은 거제 청포산업단지. 사업시행사의 자금난으로 4년이 넘도록 착공을 못하고 있다. 사진은 산단 예정부지인 사등면 청곡리 산43-1번지 일원 및 공유수면 120만㎡.
 
 

이들 산업단지들은 주로 지난 2008~2010년에 산단 승인을 받았다. 산업단지 조성에 있어 2008년은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 MB정부 시절 기업 규제완화 차원에서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 특례법’이 제정·시행된 때이다. 법 시행 이전에 산업단지 개발을 위해서는 2~4년의 절차가 걸렸지만 특례법 시행으로 6개월이면 모든 절차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또한 산단 승인을 받은 이후 2~3년내에 착공을 해야 한다는 제한기간 규제도 없어졌다.

특례법 적용으로 경남지역에는 민간 개발방식의 일반산업단지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전의 관(官)주도의 산업단지 조성이 민간 중심으로 이뤄지게 된 시점도 이때쯤이다. 지자체는 후방에서 행정적 지원을 하는 역할로 축소됐다.

민간개발 방식은 사업시행사가 30%의 실수요를 담당하고 나머지 70%는 분양을 하는 방식이다. 2008년부터 불어온 규제완화 바람을 타고 너나 할 것없이 이 같은 방식의 산업단지 조성에 나섰다. 사업시행사는 70% 분양만 잘되면 상당한 개발차익을 챙길 수 있었다. 장밋빛 청사진에 정확한 기업수요 조사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경남도 및 지자체도 특별한 법적 하자만 없으면 산업단지 계획을 승인해줬다. 그 당시는 법적 요건을 갖췄는데도 산단 승인을 내주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에다 담당공무원은 징계까지 당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해진다. 산업단지 지정은 도지사 또는 인구 50만명 이상의 시장(경남에서는 창원시장, 김해시장)이 지정할 수 있다. 하지만 면적이 30만㎡ 미만일 경우에는 기초지자체장이 직접 지정한다.

2010년부터 산업단지 조성이 기업수요에 비해 과잉 공급되고 있다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주로 중소기업이 사업시행사를 맡은 산업단지들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발생했다. 게다가 입주기업 확보도 쉽지 않아 미착공 산업단지가 하나 둘씩 늘어나가기 시작했다.

이 같은 부작용이 나오자 경남도는 지난 2011년부터 실수요자 중심으로 산업단지 조성 심의를 하고 있다. 사업시행사의 자체 30% 분양분을 제외한 70%에 대해서도 기업투자의향서를 제출하도록 심의요건을 엄격히 하고 있다.

경남도는 미착공 일반산업단지들 중에서도 고성 상리산단, 거제 청포산단, 통영 안정산단과 덕포산단, 함안 칠서태곡산단과 부목산단을 ‘산업단지 조성 지연지구’로 묶어 관리하고 있다. 이들 산단은 당초 사업계획이 수차례 변경된 지역으로 자금조달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경남도는 판단하고 있다.

고성 상리산단은 사업시행사인 S업체가 사업비 993억원(공사비 785억원, 보상비 193억원)으로 고성 상리면 자은리 산38번지 일원에 75만㎡규모로 추진했다.

지난 2009년 7월 경남도로부터 산업단지 계획승인을 받았지만 현재 조성공정률은 ‘0%’이다. 경기침체로 금융사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 사업시행사는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4년간 경남도의 두차례에 걸친 산단 계획(변경)승인 고시를 통해 사업기간이 연장돼왔다.

조선 및 해양기자재 업체 유치를 위해 조성된 거제 청포산단도 지난 2009년 6월 경남도로부터 산업단지 승인을 받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도 자금난으로 착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곳은 부산에 위치한 S중공업이 거제 사등면 청곡리 산43-1번지 일원 및 공유수면 120만㎡에 실수요자 직접개발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비 4127억원(공사비 2841억원, 보상비 851억원, 기타 435억원)을 확보하지 못해 3차례나 변경승인을 받았다.

사천 축동면 일원에 94만㎡, 사업비 1462억원 규모로 추진되고 있는 사다산단은 지난 2010년 5월 경남도의 산단계획 승인을 받았지만 3년이 넘도록 조성공정률은 ‘0%’ 이다.

경남도에 따르면 사업시행사인 D산업개발(주)은 현재 토지보상을 50%가량 마친 상태다. 사업시행사는 조만간 시공사와의 계약을 통해 자금난을 해결하고 착공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산단 예정부지에 논을 소유하고 있는 지역주민들은 ‘50% 보상완료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업시행사는 2010년 산단 승인을 받았지만 자금난으로 산지복구비 및 대체산림자원조성비를 납부 못해 경남도로부터 지난해 두차례에 걸쳐 산단 지정취소와 지정해제를 통보받기도 했다.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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