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장 견제 계산 깔린 여야 '미적미적'
기초단체장 견제 계산 깔린 여야 '미적미적'
  • 김응삼
  • 승인 2013.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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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선거 정당공천 어떻게 되나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지난해 4월 국회의원 선거와 12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개혁 차원에서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 선거의 정당공천제 폐지를 공약했다. 그러나 내년 6·4지방선거를 불과 8개월 앞두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당론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고, 민주당은 지난 7월 전당원 투표를 실시해 정당공천제 폐지 당론을 확정했다. 하지만 여야 모두 이 문제에 대해 ‘누가 먼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를 놓고 저울질 하고 있다. 특히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가 여야 모두에게 ‘동병상련’인 것은 언제든지 국회의원의 잠재적 경쟁자가 될 수 있는 구청장, 시장, 군수 등 기초단체장을 견제해야 한다는 계산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여야,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의지 없어

여야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야는 9월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선거법 등 정치관계법 개정을 논의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9월 말로 활동시한이 만료되는데도 불구하고 연장하지 않기로 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에 대한 논의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국회의원 겸직금지’ 등 일부 성과에도 불구하고 가장 핵심인 기초선거 공천권 폐지 등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에서 활동을 마감했다. 이에 따라 정치관련 법안의 개정을 논의하고 검토할 국회내 주체가 사실상 없어졌다.

물론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도 선거법 및 정치관련 법의 개정을 논의할 수 있지만 정치관계법은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종합적으로 제도를 정비해 왔던 관례에 비춰 볼 때 심도 있는 검토는 어렵다.

여야는 국정감사가 끝나면 정치개혁특위 구성에 대해 다시 논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정기국회는 여야 대치로 한달을 허송세월했기 때문에 내년도 예산안 처리 등 의사일정을 볼 때에 정치개혁특위를 재가동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여부가 논의될 가능성이 높아 지역에서 출마에 뜻을 둔 후보자들은 적지 않은 혼란이 예상된다.

기초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한 예비후보자는 “정당 공천권 폐지 여부는 출마자들의 활동 반경을 제약할 수밖에 없다”며 “공천권이 폐지되지 않으면 공천권을 가진 국회의원 눈치를 보지 누가 주민들을 보고 준비하겠느냐”고 말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여야 입장

⊙새누리당 = 민주당이 지난 7월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당론으로 결정, 정당공천 폐지 여부는 이제 새누리당으로 공이 넘어왔다. 공을 받은 새누리당은 공천 폐지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대선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실험적으로 4·24 재보선 경남 함양 군수와 경기 가평군수 등 2곳의 기초단체장 선거와 서울 서대문마·경기 고양시마·경남 양산시다 등 3곳의 기초의원 선거에서 공천을 하지 않았다. 때문에 기초선거 무공천을 아예 없었던 일로 되돌리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무공천을 놓고 당 지도부의 반대가 만만찮았다. 4월 기초선거 무공천 과정에서 정우택·유기준 최고위원은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해 강하게 반대했다. 이들은 정당공천을 폐지하고 나면 돈 있는 지역의 토호세력이 등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과자를 걸러낼 방법도 없다며 반대했다.

특히 지역의 몇몇 세력이 선거판을 좌지우지할 수 있고 공천제가 내천으로 연결되면 그 과정에서 비리가 만연할 수 있으며 정치 신인들이나 여성들에게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당 소속 여성 국회의원들은 “제도적 대안이 없는 정당공천제 폐지는 정치혁명과 양성평등 실현이라는 시대정신을 담보할 수 없다”며 반대했다.

특히 “정당공천제 폐지는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이 단번에 무너지는 얘기치 못한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면서 “국회 정치쇄신특위에도 여성 국회의원이 30% 이상 참여해 여성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건의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는 지난 7월 기초선거의 정당공천제 폐지를 당에 건의했다. 다만 일몰제를 적용,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를 한시적으로 폐지한 뒤 앞으로 3차례(12년)에 걸쳐 선거를 해보고 추후 폐지 여부를 다시 정하자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정몽준·이재오 의원은 지난해 9월 기초단체장 및 광역의원,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을 폐지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으나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상정 조차 되지않고 있다.

이 같은 찬반 논란 속에 당 일각에서 정당공천 폐지의 의미를 살리고 반대 의견을 무마할 수 있는 대안 모색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구체적으로 기초의원 공천을 폐지하고 기초단체장은 공천제를 유지하는 방안, 아예 기초의원 선거 자체를 폐지하는 대신 광역의원 숫자를 늘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 등 야권 입장 = 기초선거에 대한 정당공천 폐지를 확정했다. 지난 7월 지방선거 정당공천 유지와 폐지 관련 당론결정을 위한 전당원 투표 결과 14만7000여 명의 전 당원 중 52.7%가 투표에 참여해 5만1729명(67.9%)가 기초자치단체 정당공천 폐지에 찬성했고 2만4679명(33.1%)가 반대해 가결됐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투표 결과를 존중한다”며 “여당과의 구체적인 협상안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특히 여성들의 지방의회 진출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일단 당론으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가결시켜 놓은 만큼 새누리당의 논의를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당공천 폐지여부의 ‘공’이 새누리당으로 넘겨놓았기 때문이다.

당론으로 정당공천 폐지를 가결됐으나 국회의원들 사이에는 공천제 ‘폐지’와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주홍 의원은 “풀뿌리 지방자치의 현장에서 정당정치는 필요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은 ‘불필요악’”이라며 “정당공천제는 자치의 정신과 원리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폐지를 촉구했다. 원혜영 의원은 “민주당은 더 이상 맞을 맷집이 없다”며 “이미 국민들은 기초선거에서의 정당공천제 폐지를 국회의원의 기득권 내려놓기 차원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 눈높이와 시각에서 봐야 한다”고 폐지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남윤인순 의원은 “공천이 폐지되면 유능하고 참신한 정치 신인보다는 전·현직 단체장과 의원, 공무원 등 기득권층이 지방의회에 대거 진출할 가능성이 커진다.또 과거 ‘내천’ 관행이 부활해 지역 풀뿌리 정치가 오히려 퇴보할 수 있다”고 했다. 박지원 의원은 “정당공천제 폐지는 지역 토호가 기초의회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넓혀 엄청난 부패를 야기할 수 있다”고 정당공천 폐지시 부작용을 지적했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와 관련, “정당공천제 폐지가 실현될 경우 정당정치와 여성의 정치참여, 소수자의 배제 등 정치 발전의 역사적 후퇴가 우려된다”며 “정당공천제와 관련돼 드러난 문제점은 공천개혁과 정당민주화, 정당의 지지율과 비례하는 의석수 보장을 통해서 바로잡을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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