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참여해야 마을이 산다 <1>
주민이 참여해야 마을이 산다 <1>
  • 정만석/강진성
  • 승인 2013.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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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성공사례 공통점
정부가 올 연말부터 도시재생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키로 한 가운데 국내 지자체들마다 마을가꾸기가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적 부담 줄이기는 물론 연속성과 지속성을 함께 추구하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위한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두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유일한 방안으로 관주도형에서 탈피, 주민들이 직접 스스로 참여하는 주민참여형 자율적 마을가꾸기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본보는 이미 20여년전부터 이 사업을 추진한데 이어 세계적인 성공모델로 손꼽히는 일본 오구니 지역을 탐방했다. 또 수원과 대구 부산 등 국내에서도 이 사업을 추진해 성과를 보이고 있는 마을을 둘러봤다. 이들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실패를 교훈삼아 경남뿐만 아니라 국내 타 지자체에서도 주민참여형 마을가꾸기가 연착륙 하기를 기대해 본다. 편집자주


오구니
20여년 전 지어진 오구니의 버스터미널인 ‘유스테이션’은 이곳의 랜드마크다. 겉은 유리로 되어 있지만 내부 구조는 오구니의 삼나무를 이용했다. 주민이 위탁받아 특산품을 판매하고 관광안내소를 운영하고 있다. 오구니를 지나는 여행객은 꼭 들리는 곳이기도 하다. 주민들은 외지인을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한 결과 한해 100만명이 방문하는 유명지가 됐다. 강진성기자
유스테이션3
오구니 유스테이션 2층은 관광안내소가 들어서 있다. 빈공간에서는 주민 작품 전시회 등 다양한 이벤트를 열고 있다. 강진성기자
◇인구 100배가 넘는 사람이 들리는 오구니=일본의 대표적 마치쯔쿠리(마을만들기) 사례인 구마모토현 오구니쵸(小國町)에 도착하면 유리로 둘러싸인 유스테이션을 먼저 만나게 된다. 도저히 인구 8000명 마을에 있을 것 같지 않는 위용이다.

유스테이션은 단순히 모양이 아름다운 버스터미널이 아니다. 지역 특산품이 가장 많이 팔려나가는 장소이며 관광안내소가 자리잡고 있다. 건물 한켠에는 지역 학생들이 가꾼 화단이 있다. 마을 관문을 꾸미는데 주민들이 함께 한 흔적이다. 오구니의 대표명소인 이곳은 주민이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983년 구마모토현은 이미지변신을 위해 구마모토 아트폴리스라는 건축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역마다 대표 건축물을 짓는 사업으로 오구니는 교통센터인 ‘유스테이션’과 주민 체육관인 ‘오구니돔’이 유명하다. 두 건물의 구조는 오구니 주산품인 삼나무를 이용해 만들었다.

오구니의 진짜 힘은 주민참여다. 시골마을에 그럴듯한 건축물이 있더라도 방치해 둔다면 의미가 없다. 주민들은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위해 하나둘 움직였다. 찾아오는 마을이 되기 위해 각종 행사를 만들었다.

인맥을 통해 대학을 초청해 세미나를 열고 각종 스포츠대회와 음악페스티벌도 매년 개최하고 있다. 또 방학기간 도시 아이들을 위한 자연학교를 열고 있다. 각종 세미나와 숙박이 가능한 ‘목혼관’을 지어 일본 전국의 대학교 행사를 유치하고 있다. 마치쯔쿠리사업은 일본 정부 주도로 시작됐지만 오구니는 주민 힘으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오구니의 사례가 언론에 알려지면서 시골도시는 단번에 전국구 도시로 유명세를 탔다.

아름다운 유스테이션 덕분에 오구니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휴식을 위해 어김없이 들린다. 1층에 위치한 특산품 판매점은 늘 사람들로 북적된다. 연간 방문객은 100만명으로 주민수보다 110배가 넘는다. 연간 숙박을 하고 가는 인구는 30만명에 달한다. 인구가 과거에 비해 줄긴 했지만 타 지역에 비해 감소가 눈에 띄게 낮다. 사람이 많이 방문하다보니 장사를 위해 정착하는 외지인도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마을만드는 일에 주민이 관여하면서 공공건축물의 명칭도 바뀌었다. 시외버스차고지로 될 뻔한 명칭이 ‘유스테이션’으로 주민실내체육관은 ‘오구니돔’이 됐다. 또 오구니보육관은 ‘파라솔센터’가 됐다. 모두 주민이 참여해 명칭이 정해졌다.

마을변화를 맛본 주민들은 이제 자신 스스로가 마을을 변화시킬 수 있는 주체로 보고 있다. 아름다운 건축물만 짓고 그대로 뒀더라면 막대한 예산만 낭비된 사례가 됐을 지도 모른다. 건축물이라는 하드웨어를 활용할 줄 아는 주민참여의 소프트웨어가 오늘날의 오구니로 거듭나게 했다.

유스테이션 1층
오구니 유스테이션 1층에 자리잡은 특산품코너는 늘 관광객으로 붐빈다. 강진성기자


오구니돔
오구니의 주산품인 삼나무로 만든 오구니돔은 평소에는 주민들의 체육공간이지만 전국 단위의 스포츠이벤트, 음악페스티벌 등을 열기도 한다.


오구니 유스테이션 대표 다카하시 소노스케

"주민 힘없이 마을만들기 불가능"

인터뷰_다카하시
오구니 유스테이션 책임자인 다카하시 소노스케는 “주민참여없이는 지금의 오구니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마을만들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참여”라고 말했다. 강진성기자
오구니 버스터미널인 유스테이션을 책임지고 있는 다카하시는 20년 전부터 이곳을 맡고 있다. 오구니의 쇠퇴에서 번영을 지켜 본 토박이다. 다카하시는 마을을 살려야겠다는 의지, 실천이 행정가 혼자가 아니라 주민으로부터 나왔다고 전했다.

문:작은 지자체에 아름다운 건축물이 많다는 것이 놀랍다.

답:건물도 아름답지만 오구니의 주산물인 삼나무를 이용해 만들었다. 이곳에 있는 유스테이션은 외부는 유리로 되어 있지만 골조 구조가 모두 삼나무다. 오구니돔 역시 내부는 모두 삼나무로 이뤄졌다. 지역 특색을 살리는 건축물로 더 유명해 졌다.

문:주민참여는 어떻게 시작됐나.

답:오구니는 평범한 시골마을이다. 삼나무로 유명해 과거에는 돈을 많이 벌었다. 하지만 20여년 전 나무가격이 떨어지면서 경기도 나빠졌다. 경기가 나빠지면 다른 것도 나빠진다. 젊은층은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떠났다. 당시 주민들이 위기를 느꼈다.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마을이 존치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주민들은 자신의 특기를 살려 외지인을 끌어당기는 다양한 시도를 했다. 예를 들어 음악을 잘하는 사람들은 외지인과 음악교류를 하고 운동을 잘하는 사람은 운동으로 외지인과 교류했다. 매년 개최되는 음악페스티벌과 스포츠대회 등이 그렇게 생겨났다. 주민이 나서지 않았자면 오구니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문:모든 사람이 참여하기는 어렵지 않나.

답:물론 그렇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처음엔 한 두사람으로 시작됐다. 자신이 잘하는 것을 살려 이벤트를 기획했다. 1년 뒤에는 한두사람 더 늘어났다. 그렇게 주민들이 참여하기 시작했다. 주민참여는 금방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주민이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됐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10년 이라는 시간이 더 걸렸다. 주민참여는 조급해 해서는 안된다. 주민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고 공유할 때 이뤄진다.

문:마을이 되살아나고 달라진 점이 있다면.

답:20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자신감이 없었다. 대도시 사람들이 오기라도 하면 스스로 시골사람이라며 위축되기도 했다. 마을이 변화되자 외지인의 방문이 급격히 늘었다. 방문객이 늘다보니 일자리가 생겼다. 젊은 사람이 더 이상 타지로 떠나지 않아도 된다. 대도시에서 온 사람들이 부러운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오구니에 대해 자부심이 생기게 됐다. 20년 전 주눅들었던 10대들이 지금은 30대가 돼 마을을 이끄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구로가와 온천 : 깡촌 온천을 히트시킨 협동조합의 힘

구로가와온천
오지에 위치한 일본 구마모토현 구로가와온천은 과거 타 유명 온천에 밀려 볼품없는 곳이었지만 료칸 주인들이 협동조합을 만들고 마을 살리기에 나서면서 일본 여성이 가장 가고싶은 온천으로 거듭났다. 강진성기자
온센메구리
온천순례를 뜻하는 온센메구리는 구로가와 온천의 히트 관광상품이다. 1500엔을 주고 구입하면 총 24개의 온천 중 3곳을 이용할 수 있다. 료칸협동조합이 합심해 적은 비용으로 여러 온천탕을 이용하게 하자 일본 유명온천으로 거듭났다. 강진성기자
◇오지에서 일본 최고가 된 구로가와 온천=일본 규슈(九州) 구마모토현(熊本縣)의 해발 700m미터에 위치한 구로가와온천(黑川溫泉). 24개의 전통 료칸(여관)이 옹기종기 모인 곳으로 일본여성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온천이다.

구로가와는 불과 20여년 전만하더라도 생소하기 짝이 없는 시골 마을이었다. 규슈의 가장 큰 도시인 후쿠오카에서 자동차로 3시간 가까이 걸릴 정도로 접근성도 좋지 않다. 기차천국 일본이지만 이곳까지 가는 기차도 없다. 그많은 편의점도 이곳에선 눈씻고 찾아도 없다. 부대시설도 거의없다. 그저 온천 외에는 별달리 할 게 없는 시골이다.

산골 온천마을이 유명관광지로 되기까지는 주민의 합심이 컸다. 1986년 24곳의 료칸 주인이 모여 ‘구로가와온천관광료칸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마을을 살리고자 하는 몸부림이었다. 이들은 기획한 것은 ‘온센 메구리(온천 순례)’. 적은 비용으로 다양한 온천을 경험하고 싶은 고객의 니즈가 반영된 관광상품이었다.

지금은 다른 온천에서도 벤치마킹하고 있지만 당시는 획기적이었다. 전통 료칸은 그곳에 숙박을 하는 손님에게만 온천을 이용하게 했다. 구로가와 료칸주인들은 침체된 마을을 살리기 위해 자신들의 온천탕을 공유하게 됐다.

온센 메구리는 1200엔(한화 약 1만3000원)에 판매중인 ‘뉴토데카타’라는 입탕 통행증을 사면 가능하다. 유효기간은 6개월이며 전체 24곳 온천 중 3곳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한 곳만 이용할 경우 500엔(한화 약 5400원)만 지불하면 된다. 온센 메구리가 알려지면서 일본 전국에서 손님이 몰려왔다.

관광객은 때묻지 않은 구로가와의 정취에 매력을 느꼈다. 독으로 생각했던 깡촌 모습은 오히려 약이 됐다. 사람들이 몰리면서 마을 경제는 당연히 살아났다. 주민들이 마을을 살리기위해 고민하고 합심한 덕분이었다.

19년째 구로가와온천협동조합에서 근무하고 있는 츠지무라 마사코는 “협동조합은 료칸 주인들이 구로가와를 살리기 위해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기념품뿐만 아니라 온천메구리 입장권을 판매하고 있다. 관광안내소 역할도 하고 있어 관광객이 꼭 들리는 곳이다”고 말했다. 그는 “료칸 주인들은 매달 한번씩 정기모음을 갖고 마을 발전을 위한 정보를 공유한다. 협동조합에서 결정된 사항에따라 조합원들은 마을만들기에 함께 동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후쿠오카 부촌 '모모치단지'의 녹지만들기
모모치주택단지
후쿠오카 부촌인 모모치주택단지는 주민과 시가 녹지협정을 통해 주민이 직접 나무와 꽃을 심고 시는 비용 일부를 지원했다. 마을에 들어가는 입구는 마치 숲속을 향하는 착각을 들게 한다. 강진성기자
 
더좋은 마을로 만들자” 모모치주택단지의 녹화사업=후쿠오카 타워 옆에 위치한 모모치주택단지는 후쿠오카의 비버리힐스로 불리는 부촌이다. 국내 부촌지역의 도시정비가 잘 되어 있듯 이곳도 비슷하다. 정비가 워낙 잘 되어있어 특별히 주민이 할 것이 없어 보인다.

모모치주택단지 입구에 들어서자 주택가가 아닌 숲속에 온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집집마다 울창한 담장과 꽃으로 가득하다. 가로수 아래에는 아기자기한 화단이 시선을 잡아 당긴다. 화단은 그냥 심겨진 것이 아닌 누군가가 심혈을 기울여 가꾼 흔적이 들어 있다.

1991년 모모치주택단지에 집이 들어서자 모든 주민들이 뜻을 모았다. 마을 주민들은 시와 녹지협정을 체결했다. 주민이 어떻게 꾸밀 지 고민하고 시는 식재비용 일부를 지원했다.

후쿠오카시는 녹지협정을 맺은 울타리 등 식수에 필요한 비용을 일부 지원하고 있다. 주민 스스로 실천해야 하는 녹지협정은 도시녹화사업은 물론 주민 참여을 이끄는 힘으로 작동하고 있다. 또 주민이 직접 가꾸는 방법이다보니 만족도도 높다. 그렇게 모모치주택단지는 후쿠오카 최고의 부촌임과 동시에 녹지공간을 확보하게 됐다.

이곳은 주민과 시가 협력한 결과 1996년 일본 건설성이 주최한 도시경관 대상을 수상했다.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모모치단지2
후쿠오카 모모치주택단지는 주민이 울타리와 화단 등 녹화사업을 기획하고 실천했다. 아름다운 주택만 있었더라면 무미건조한 주택가로 남았을 지 모른다. 강진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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