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참여해야 마을이 산다<2>
주민이 참여해야 마을이 산다<2>
  • 정원경/정희성
  • 승인 2013.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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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 장안구 조원1동
마돈나 내부
대추동이 마을만들기 추진단의 야심작 마돈나(마을을 가꾸는 돈가스 나눔터)에는 점심때가 되면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다. 정원경 기자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에 위치하는 조원 1동. 정조대왕이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묘를 이장(수원화성 융릉)한 후 제물로 쓸 대추나무를 심어 ‘대추골’로 불리기 시작했다. 조원(棗園)은 대추나무동산이란 뜻이다.

하지만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대추나무는 사라지고 그 이름만 남게 됐다. 이와 함께 언제부터인가 조원1동에 아파트 주민들과 동네 주민들과의 소통 단절 현상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도시화로 아파트가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면서 기존의 주민들과 조금씩 갈등이 일어났고 이러한 갈등은 대화단절과 도시의 슬럼화로 이어졌다.


 
사본 -돈가스2
취재진이 방문했을 당시(9월 14일) 마돈나에서 열심히 돈가스를 만들고 있었던 대추동이 마을만든기 추진단과 직원들 모습.
 
 

△주민들의 自覺과 함께 시작된 변화


이곳의 변화는 2011년부터 조금씩 꿈틀거렸다.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 마을에 뜻 있는 이들이 모였다. 마을 주민들을 중심으로 조원시장 상인과 아파트 주민들이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어보자’ 고 의기투합했다.

그 결과물로 ‘대추동이 마을만들기 추진단’이 꾸려졌다. 추진단은 시장상인들과 마을주민들이 함께 소통하며 주민 스스로 마을을 가꾸고 디자인하는 시민실천운동을 전개하고 구도심활성화 사업도 병행키로 계획을 잡았다.

추진단은 20여명의 안팎의 회원들로 꾸려졌다. 위원장은 김병곤 조원시장 상인회 회장이 맡았고 평범한 동네 주부인 정순옥씨가 부위원장을 맡았다. 추진단은 주민들과 소통하며 마을을 변화시키는 작은 일들을 하나씩 하나씩 추진했다. 첫 단추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사랑의 밑반찬 나누기’이다. 소통하고 어울리기 위해서는 먼저 어려운 이웃을 보살피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4월부터 한 달에 한 번씩 밑반찬을 만들어 100여명의 독거노인들과 지역아동센터 2곳에 전달했다. 또 김치와 만두, 오삼불고기 등을 만들어 다문화 가정 및 외국인 거주자에게 전달해 그들과의 거리를 좁혀갔다. 다문화시대, 그들도 이웃이기 때문이다.

이후 추진단은 본격적인 사업 진행을 위해 수원시에서 실시하는 마을만들기(마을르네상스)에 사업에 공모해 선정됐다. 그해 9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추진단은 1차 마을르네상스 사업으로 마을지도 그리기 행사를 실시했다.

정순옥 부위원장(49)은 “3개월 동안 동네 곳곳을 돌며 마을을 그렸다. 학생들과 주민이 마을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다. ‘우리 동네에 이런 곳도 있었구나’라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마을 지도 그리기 행사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고 나름대로 개선방향 등도 도출해 냈다”고 설명했다.

2011년, 사업기간 3개월은 아쉬움 속에 쏜살같이 지나가버렸다. 하지만 추진단은 그 기간에 마을이 변화하고 주민들이 서로 화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너무나 큰 성과였으며 이와 함께 그들의 마을을 사랑하는 욕심(?)은 더 커졌고 의욕도 충만했다.


△소통공간의 마련…더 단단해진 ‘우리’


“방과 후에 학원 말곤 갈 곳이 없어요. 청소년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앞 집에 사는 사람의 얼굴을 본 적이 없어요. 주민들과 함께 소통하는 것이 매우 부족해요. 우리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여 즐겁게 축제를 열었으면 좋겠어요.”



주민참여형 마을만들기의 첫 걸음마를 내디딘 대추동이들에게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마을에는 주민들이 모여 소통하고 쉬고 놀 수 있는 놀이공간이 없었다. 이에 사업 2년차인 2012년 추진단은 조원동 중심에 위치한 다람쥐공원을 새롭게 꾸몄고 공원 옆 낡고 헌 건물에 남녀노소 구분 없이 500여 명의 주민이 25일 동안 참여해 마을을 상징하는 타일벽화도 조성했다. 그 곳은 조원동을 찾는 관광객들이 꼭 한 번 들리는 명소로 자리잡았다.

새롭게 단장된 마을 곳곳에서는 북페스티벌 등 수시로 행사가 열린다. 항상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동네는 활력이 넘치고 덩달아 조원시장도 생기가 넘쳤다. 6월에는 시장 옆 새마을금고 지하에, 도서관 활성화 사업을 통해 작은도서관도 들어섰다. 주민들이 함께 어울리며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작은도서관에는 주민, 시장상인 등 모두에게 열린 공간으로 책 대여 뿐만 아니라 문화장터(원어민과 함께 하는 영어교실, 사물놀이, 공예교실, 컴퓨터교실), 토요교실, 방학특강(미술, 논술, 건강댄스, 중국어 등), 민요교실(풍선아트, 책 읽어주기, 전래놀이) 등이 열려 마을의 사랑의 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마돈나의 탄생과 노력의 ‘결실’


사업 3년차인 올해 추진단의 가장 큰 야심작이 탄생했다. 그것은 바로 ‘마돈나’. 마돈나는 ‘마을을 가꾸는 돈가스 나눔터’의 줄임말이다.

추진단은 2011년부터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사랑의 밑반찬 나누기’를 진행했다. 하지만 부지런한 주민들이 계속 다른 일들을 벌이니 이 일이 점점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밑반찬을 만드는 예산도 항상 부족했다.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긴 고민의 끝에 탄생한 것이 ‘마돈나’다. 가게를 오픈하려면 돈이 필요했다. 비누를 만들어 팔았고 폐지를 모아 팔아 한푼 두푼 돈을 모았다. 여기에 뜻 있는 주민들의 기부금이 더해졌다.

추진단의 김병곤 위원장도 큰 힘을 보탰다. 자비 4300만원을 기부한 것. 이 돈으로 점포(전세)를 얻었고 4월부터 리모델링을 시작해 7월, 드디어 마돈나가 화려하게 데뷔했다.

마돈나에는 탕수육과 돈가스 두 가지 메뉴밖에 없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과 훌륭한 맛에 가게는 항상 만원이다. 마돈나는 조원1동을 상징하는 대추를 사용해 직접 개발한 소스와 신선한 재료로 음식을 만든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에서 오후 2시까지. 하루 3시간만 문을 열지만 그날 준비한 재료는 오후 1시가 지나면 동이 나기 일쑤. 마돈나는 추진단에게 1석 3조의 효과를 가져다 줬다.

첫 번째는 수익금이다. 마돈나에서 발생하는 수익금 전액은 마을발전을 위한 기금으로 환원된다. 또 가게에서 파는 화분, 무공해 비누, 손뜨게 수세미 등의 각종 물품의 판매금액은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된다.

두 번째는 일자리 창출이다. 이곳에서는 7명의 마을주부들이 순번제로 일한다. 이들은 적은 금액이지만 월급을 통해 일하는 기쁨을 맛보고 있다. 마지막 세 번째는 밑반찬 대신 돈가스로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을 전하고 있다. 마돈나는 지역아동센터와 독거노인 등에게 100인분의 쿠폰을 매달 나눠주고 있다. 쿠폰을 들고 오면 대추 소스에 몸을 적신 돈가스와 탕수육이 무료다.

마을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마음’들이 소통하니 대추동에 큰 상도 찾아왔다. 지난 6월 열린 지역경제 활성화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골목에서 소통하다’라는 주제로 조원1동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실시한 대추동이 문화마을 이야기가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것이다.


△잘 익은 대추동이들, 더 큰 꿈을 꾼다


경험이 쌓인 추진단은 더 큰 꿈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티끌모아 태산, 여럿이 함께하는 마을통장 행복을 기부해’와 ‘주민들이 스스로 후원하고 실천하는 마을 펀딩’을 준비 중이다.

전자는 마을 주민 모두가 마을 만들기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으로 조원1동이 하고 싶은 사업의 예산을 주민들 스스로가 통장에 기부하는 프로젝트이며, 후자는 기부를 통해 마을 만들기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다. 이와 함께 조원공원 바꾸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주민참여형 마을만들기에는 돈도 필요하고 기술과 지혜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 밑바탕에 마을을 사랑하는 주민들의 ‘아름다운 마음’이 없다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단합된 주민들의 힘을 바탕으로 마을을 스스로 변화시키는 있는 조원동 ‘대추동이’들의 앞으로의 도전이 기대되는 이유다.


※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대추동이 벽화 2
조원시장 내 자리잡은 타일벽화, 초등학생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마을 주민 500여 명이 지난 2012년 9월 1일부터 26일까지 25일 걸쳐 자신이 직접 그린 타일을 하나하나 벽에 붙여 벽화를 완성했다. 이 벽화는 낡은 지저분한 건물을 새로운 명소로 탈바꿈시켰다. 정희성기자


대추동이 마을만들기 추진단 정순옥 부위원장

“우리 동네 문제 관심 가지니 마을 사랑도 쑥쑥 발전도 쑥쑥”


정순옥 부위원장(49)은 평범한 주부였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슈퍼우먼이 돼 있다. 취재 당일도 그녀를 어렵게 만났다. 당일(9월 14일) 정 부위원장은 서울 출장을 마치고 오후 6시가 넘어 조원1동에 도착했다.

정 부위원장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잔뜩 묻어있었다. 하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유쾌한 수다가 이어졌다.

정 부위원장은 “우리가 사는 마을을 우리 스스로 아름답게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추진단이 만들어졌다. 많은 일들이 진행 중이다. 힘들지만 보람 또한 크다”고 전했다.

추진단이 만들어진지 올해로 3년째. “그 동안 가장 큰 어려움 점은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정 부위원장은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예산도 늘 부족했고 주민들간의 의견 충돌도 많았다. 하지만 소통으로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주민참여형 마을가꾸기를 통해 달라진 점은 뭘까. 그녀는 우선 마을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났다며 웃음 지었다.

정 부위원장은 “이웃 사촌은 이제 옛말이 돼 버린 것 같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 동네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나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으면 모른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나를 위해 내 가족을 위해 그리고 모두를 위해 마을 문제에 스스로 관심을 가지고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다보니 마을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고 이웃간의 정도 끈끈해 졌다”며 “또 조금씩 변화돼 가는 마을을 보면서 자부심도 생긴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녀는 “마을은 살아있는 공동체다. 단절이 아닌 소통이 넘쳐나는 즐거운 마을을 만들기 위해 구성원들과 더 열심히 일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며 유쾌한 수다를 마무리했다.

글·사진=정희성·정원경기자

부위원장
정순옥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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