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동물에게서도 배울 것이 있다
사람이 동물에게서도 배울 것이 있다
  • 경남일보
  • 승인 2013.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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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창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자원연구소 자문위원, 농학박사)
몇 해 전 필자의 친구 부탁으로 친구의 큰놈 결혼식에서 주례를 하면서 “미안하지만 이러한 성스러운 결혼식 날 강아지 이야기를 하여 미안 합니다”라고 먼저 양해를 구하고 우리 집에서 키웠던 깐돌이란 강아지와 우리 집 꼬마들을 비교하여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을 귀여워할 수밖에 없는 점을 이야기해 준 적이 있다. “고향을 떠나 객지에서 생활을 하면서 2주에 한번 집으로 돌아올 때 꼬마들은 삐쭉 얼굴을 내밀면서 ‘아빠 왔어요’라며 문을 닫고 자기 방에 들어가 자기 볼 일만 보지만 깐돌이란 놈은 내 주위에서 빙글빙글 돌면서 꼭 안아주기를 기다릴 뿐만 아니라 한번 입맞춤을 해 주어야 겨우 바닥으로 내려간다. 이와 같이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는 귀여워 해 줄 수밖에 없는 행동을 하기 때문에 귀여움을 받는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오늘 처음 가정을 이루고 출발하는 신랑·신부님들도 주위 가족 분들에게 귀여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행동을 지금부터 할 수 있냐”고 되물었다.

최근 저마다 집에서 키우고 있는 애완동물이 반려동물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즉 동물이 아닌 동반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반려동물은 이제 국내 반려동물 수가 500만 마리를 초과하였으며, 또한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도 천만 명 시대가 곧 도래할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이러한 추세는 1인 가구 수 증가와 고령화·저출산 기조 확산으로 반려동물이 곧 내 말벗이 된 것이다. 더욱이 2011년 약 2조원 규모로 성장한 반려동물 산업이 프리미엄 원스톱 케어 서비스 시장까지 확대되어 연 평균 10% 이상 성장 중이다.(미국 60조원, 일본 19조원) 특히 기존의 진료뿐만 아니라 미용, 케어 서비스 등 토탈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장을 비롯하여 국내 최초 2006년 10월에 서울을 비롯한 경기, 광주, 대구, 인천, 대전 등지에서 반려동물 출장 장례화장 24시란 사업을 개장한 사실도 있으며, 지난 2008년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죽은 반려동물의 사체를 함부로 처리할 수 없게 된 이후 반려동물 장례식장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반려동물 사업에 중견 및 대기업까지 적극적으로 진입을 고려하고 있는 중이라는 보도도 있다.

한편 이러한 반려동물이 우스갯소리로 가족 중 지위 1위라는 일화가 있다. 어느 날 시골에서 생활하시고 계시는 아버님을 서울 아들이 초대하였다. 초대받은 아버지는 매일매일 집을 돌보면서 밖에서 걸려오는 며느리의 전화 때문에 ‘5번아 6번은 간다’라는 메모지를 소파에 두고 시골로 아무 말씀도 없이 내려가셨다는 것이다. 이유인즉슨 매일매일 며느리로부터 점심시간에 걸려오는 전화는 “아버님 식사 어떻게 하셨어요?”라는 말보다는 “강아지 밥 주었느냐”는 물음이 먼저라는 것이다. 즉 가족 중 서열 1위는 강아지, 2위는 아이들, 3위는 며느리 본인, 4위는 처갓집 식구들, 5위는 아버님 아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아버님을 챙긴다는 것이다. 정말 세속을 비꼬는 일화인 것 같다.

반대로 반려동물이 대접받고 생활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보다. ‘유기동물에 관한 슬픈 보고서’ 책에 수록된 유기동물의 현실은 정말 비참하다. 그리고 매년 한국에서 발생한 공식적인 유기동물의 수는 7, 8만여 마리. 그중 45% 이상의 생명은 새 주인을 만나지 못하거나 병으로 인해 안락사, 자연사한다. 하지만 실제적인 유기동물의 수와 끝내 구조되지 못하고 길에서 자연사하게 되는 유기동물의 수는 공식집계의 몇 배는 될 것이라 예측한다.

한편 요즘 애완동물에 관한 관심이 높이지면서 동물을 선물로 주는 경우도 많이 있다. 하지만 상대방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동물들을 단지 물건처럼 선물로 주기만 한다면 상대는 미처 키우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재분양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동물과 가족이 되기 위해선 나를 즐겁게 해 줄 장난감이라는 생각보단 나와 함께 즐거워질 가족이 된다는 생각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필자는 작금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보면서 ‘Eight Below’라는 남극에서의 8마리의 썰매 개에 대한 영화 속에서 우리들의 인간보다 더 충성심이 강하고 극한상황에서도 자기 나름대로의 질서를 지키는 그들만의 위계질서와 충성심을 본받도록 이 영화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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