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객원논설위원, 경남교육포럼 상임대표)
- 산청의 거점학교 실패를 보며 -
지난달 산청군에서는 학교 통폐합과 관련한 주민투표가 있었다. 군내의 모든 공립 중·고등학교를 통합해서 각각 2개의 거점학교를 만드는 정책에 대한 찬반투표였다. 교육청은 전체 학부모의 75% 이상이 찬성을 하면 이 정책을 추진해서 빠르면 2015년에 거점학교를 출범시키겠다고 자신에 차서 말했다.
그런데 이 정책에 대한 주민투표의 결과는 부결이었다. 학교 급별로 조금씩 다르기는 했지만, 전체 학부모의 63%만이 이 정책에 찬성을 하였다. 6월 26일 도교육청이 산청군청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이 사업에 대한 브리핑을 하는 것으로 시작된 거점학교는 3개월 만에 일단 무산되었다.
이 과정을 지켜보며 필자는 네 가지의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첫 번째는 이른바 ‘추진협의체’의 구성이다. 교육청은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교육청에서 주도하기보다는 홍보를 한 뒤 산청지역 학부모, 도·군의원, 지방단체 등으로 구성된 협의회를 만들어 권역별 대상학교 설립에 따른 제반사항에 대해 합의안을 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추진협의체가 주민들의 대표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두 번째는 진행과정에서의 공정성 논란이다. 교육청이 주민투표를 위한 투표용지를 보내면서 찬성을 유도하는 전단지를 같이 보내면서 이 논란이 불거졌다. 선관위를 개표과정에 참여시키면서까지 공정성을 지키는 노력을 했지만, 교육청은 정작 결정적인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
세 번째는 주민들 간 사회적 갈등의 조장이다. 찬반이 나뉠 수 있는 정책의 추진에 있어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했어야 했다. 이웃 간에도, 형제 사이에도 생각은 다를 수 있다. 대화와 설득의 과정을 통해 이런 서로 다른 생각을 하나로 통합해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면 사회구조는 더욱 공고해지지만, 어설프게 변죽만 울려 놓고 행정이 빠져 버리면 그 후유증은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으로 남게 된다.
그러나 필자는 정책 실패가 주는 행정낭비의 문제를 더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 준비기간까지 치면 이번 사업에 대해 경남도교육청은 최소 6개월 이상의 행정과정이 있었을 것이다. 어떤 정책을 추진하다가 실패하면 그 기간의 행정은 많은 비용을 치르게 된다. 하지 않았으면 다른 일을 할 수 있었을 기회비용까지 치면 그 행정낭비는 대단히 크다. 그런데 이 행정낭비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이상한 일이다.
한편 교육청 주변에서 들리는 이야기와 지역언론의 보도를 보면, 교육청은 거점학교 사업에 대해 재추진 의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참 무책임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어설프게 시작해서 지역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며 무산된 정책을 신문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다시 추진하겠다고 나선다면 이는 주민자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주민들을 아예 무시하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어떤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주민을 설득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리고 치밀한 사전 준비도 필요하다. 교육청은 이 정책이 꼭 필요했으면, 그 추진협의체의 구성에서부터 지금까지와는 달랐어야 했다. 주민 대표성을 의심받지 않았어야 했고, 그 과정에서도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았어야 했다.
반대를 하는 주민들도 그 과정에 형평성에 맞게 참여시켰어야 했고, 필요했다면 토론회와 공청회도 열어 주민들을 설득했어야 했다. 사전 조사를 통해 초등학교 학부모에 비해 중·고등학교 학부모의 반대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사실도 미리 파악했어야 했고, 그렇다면 이 부분에 대해 더 적극적인 설득을 준비하는 그런 주도면밀함이 있었어야 했다.
필자는 실패한 것에 그치지 않고 무책임하기까지 한 이번 정책 무산을 보며 교육청이 주민과 학부모를 너무 쉽고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학부모와 동문을 포함한 지역사회는 민주주의의 토대다. 백성이 왕이다. 이것이 풀뿌리 민주주의다. 교육자치도 여기서 출발함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지난달 산청군에서는 학교 통폐합과 관련한 주민투표가 있었다. 군내의 모든 공립 중·고등학교를 통합해서 각각 2개의 거점학교를 만드는 정책에 대한 찬반투표였다. 교육청은 전체 학부모의 75% 이상이 찬성을 하면 이 정책을 추진해서 빠르면 2015년에 거점학교를 출범시키겠다고 자신에 차서 말했다.
그런데 이 정책에 대한 주민투표의 결과는 부결이었다. 학교 급별로 조금씩 다르기는 했지만, 전체 학부모의 63%만이 이 정책에 찬성을 하였다. 6월 26일 도교육청이 산청군청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이 사업에 대한 브리핑을 하는 것으로 시작된 거점학교는 3개월 만에 일단 무산되었다.
이 과정을 지켜보며 필자는 네 가지의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첫 번째는 이른바 ‘추진협의체’의 구성이다. 교육청은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교육청에서 주도하기보다는 홍보를 한 뒤 산청지역 학부모, 도·군의원, 지방단체 등으로 구성된 협의회를 만들어 권역별 대상학교 설립에 따른 제반사항에 대해 합의안을 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추진협의체가 주민들의 대표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두 번째는 진행과정에서의 공정성 논란이다. 교육청이 주민투표를 위한 투표용지를 보내면서 찬성을 유도하는 전단지를 같이 보내면서 이 논란이 불거졌다. 선관위를 개표과정에 참여시키면서까지 공정성을 지키는 노력을 했지만, 교육청은 정작 결정적인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
세 번째는 주민들 간 사회적 갈등의 조장이다. 찬반이 나뉠 수 있는 정책의 추진에 있어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했어야 했다. 이웃 간에도, 형제 사이에도 생각은 다를 수 있다. 대화와 설득의 과정을 통해 이런 서로 다른 생각을 하나로 통합해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면 사회구조는 더욱 공고해지지만, 어설프게 변죽만 울려 놓고 행정이 빠져 버리면 그 후유증은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으로 남게 된다.
그러나 필자는 정책 실패가 주는 행정낭비의 문제를 더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 준비기간까지 치면 이번 사업에 대해 경남도교육청은 최소 6개월 이상의 행정과정이 있었을 것이다. 어떤 정책을 추진하다가 실패하면 그 기간의 행정은 많은 비용을 치르게 된다. 하지 않았으면 다른 일을 할 수 있었을 기회비용까지 치면 그 행정낭비는 대단히 크다. 그런데 이 행정낭비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이상한 일이다.
한편 교육청 주변에서 들리는 이야기와 지역언론의 보도를 보면, 교육청은 거점학교 사업에 대해 재추진 의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참 무책임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어설프게 시작해서 지역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며 무산된 정책을 신문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다시 추진하겠다고 나선다면 이는 주민자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주민들을 아예 무시하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어떤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주민을 설득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리고 치밀한 사전 준비도 필요하다. 교육청은 이 정책이 꼭 필요했으면, 그 추진협의체의 구성에서부터 지금까지와는 달랐어야 했다. 주민 대표성을 의심받지 않았어야 했고, 그 과정에서도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았어야 했다.
반대를 하는 주민들도 그 과정에 형평성에 맞게 참여시켰어야 했고, 필요했다면 토론회와 공청회도 열어 주민들을 설득했어야 했다. 사전 조사를 통해 초등학교 학부모에 비해 중·고등학교 학부모의 반대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사실도 미리 파악했어야 했고, 그렇다면 이 부분에 대해 더 적극적인 설득을 준비하는 그런 주도면밀함이 있었어야 했다.
필자는 실패한 것에 그치지 않고 무책임하기까지 한 이번 정책 무산을 보며 교육청이 주민과 학부모를 너무 쉽고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학부모와 동문을 포함한 지역사회는 민주주의의 토대다. 백성이 왕이다. 이것이 풀뿌리 민주주의다. 교육자치도 여기서 출발함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박종훈 (객원논설위원, 경남교육포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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