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참여해야 마을이 산다<3>
주민이 참여해야 마을이 산다<3>
  • 곽동민/정원경
  • 승인 2013.10.1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을만들기 원조 대구 삼덕동
IMG_3810
마고재는 머머리섬 축제 때 주 무대로 사용되고 평상시에 전영필 씨가 도예체험공방으로 사용하고 있다. 아이들이 마고재에서 만든 자신의 작품을 내밀고 있다. / 곽동민 기자
 
 
 
대구 삼덕동은 ‘담장허물기’로 유명해진 곳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물게 10여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마을만들기 운동을 꾸준히 진행해온 동네다. 그렇지만 그 과정은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원룸 개발, 마을 재개발 등의 사업이 불어닥칠 때마다 마을만들기는 좌초를 겪을 수밖에 없었으며, 그 난관을 주민들과 등을 지는 것이 아닌 모든 주민을 아우르는 방향으로 타개해나갔다. 지금도 재개발 사업과 갈등을 빚고 있으며,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아이템을 기획해 마을만들기를 지속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가출 청소년 쉼터, 삼덕동에 오다

삼덕동 마을만들기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계기는 바로 ‘담장허물기’이다. 대구YMCA 백경록 팀장은 “가출 청소년쉼터 조성이 담장허물기 운동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1997년은 IMF가 시작되면서 가정 해체가 급속화된 시기였기에 가출 청소년 문제가 다른 어느때보다 심각했다”고 전했다.

김 총장은 가출 청소년을 위한 쉼터를 마련하기 위해 자비 2000만원에 모금활동으로 조성한 금액을 합쳐 청소년을 위한 공간을 조성했다. 하지만 가출 청소년 쉼터가 삼덕동에 둥지를 틀었을 때 마을 주민은 마땅찮아했다.

그래서 대구YMCA에서는 쉼터에 있는 아이들의 일탈적 행위를 엄격하게 관리했다. 주민과 아이들 간에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는 기회도 자주 만들었다. 특히 1년에 두번 개최하는 마을 잔치에 아이들을 참여시켰다. 그 자리에서 아이들은 온갖 잔심부름과 음식 나르는 일을 담당하면서 점차 주민들과 친해졌다. 음식을 서로 나눠 먹으면서 마을 주민들은 아이들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대구YMCA가 추구한 목표는 쉼터가 있는 골목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것. 이를 위한 프로그램이 담장을 허무는 것이었다.

백 팀장은 “당시 쉼터 교사들이 중심이 되어 아이들에게 마을 속에 쉼터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마을에 피해를 주면 안된다는 것을 알리고 마을 청소도 독려했다”며 “쉽지 않았지만 아이들도 조금씩 노력했고, 서서히 주민들과 동화돼 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IMG_3786
담장 허물기 1호집이 현재 지역아동센터와 ‘삼덕동마을 만들기센터’ 사무실로 쓰이고 있다. 담장 허물기를 통해 마을 사람들의 사랑방이 되고 있다. /곽동민기자


IMG_3831
삼덕동 주민센터도 1999년 담장을 허물었다. 지금은 삼덕동의 든든한 마을 나무 역할을 하며 주민들의 소통공간이 되고 있다. / 곽동민기자
 
 

◇작은 실험 ‘담장 허물기’

제일 먼저 김경민 사무총장이 주민과 소통하기 위해 1998년 자신이 전세로 살고 있던 집(삼덕동 201번지)의 담을 허물었다. 허문 담장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조경석을 설치하고, 야생화를 심고, 길을 내는 등 아이들 위한 작은 놀이마당을 만들었다. 이같은 시도는 마을 주민들의 행동에 영향을 끼쳤다. 주민들이 와서 마당에 꽃과 나무를 심기도 하고, 직접 관리하면서 놀이마당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담장 허물기 1호는 진화해 갔다.

이후 담장허물기 1호인 삼덕동 201번지는 여러 차례 기능이 바뀌었다. 현재는 지역 아동 센터와 마을만들기 센터로 사용되고 있다. 딸린 점포는 녹색가게로 이용되기도 했다. 또 일부 공간은 2008년부터 희망 자전거 수리 센터로 사용되고 있으며, 나머지 공간은 커뮤니티 비즈니스 연계한 사회적 기업인 ‘길 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삼덕동 주민센터 ‘정자목 센터’

백 팀장은 “농촌마을을 가면 큰나무 아래 주민들이 모여 소통하는 공간이 있다. 삼덕동 주민센터도 이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삼덕동 담장허물기가 성과를 보이자 1999년 대구시는 적극적으로 담장허물기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대구사랑운동 시민회의는 담장허물기를 선도사업으로 선정하고 관공서, 공원, 병원, 학교등지의 담장허물기를 지원했다.

삼덕동 주민센터도 1999년 담장을 허물었다. 은행나무가 자연스럽게 마을의 나무가 되는 모습을 보면서 대구YMCA는 2009년 구청과 주민센터를 설득해 벽화를 그리고. 평상을 설치했다.

주민자치 센터를 시작으로 삼덕초등학교, 빗살미술관, 동부교회, 마고재 등 10여곳의 담장이 허물어졌다.

◇삼덕동 문화회관 ‘마고재’

마고재에는 도예공방 수강생들이 빚어 놓은 그릇들로 가득하다. 이곳에서는 학생들이 그릇을 만드는데 열을 올리고 있었다. 마고재는 원래 식당으로 사용되던 한옥이었다. 그런데 경영난으로 경매에 넘어갔다. 이 소식을 들은 김 총장이 경매에 참가해 주인이 됐다고 한다. 김 총장은 우리나라 전래의 창조신인 마고할머니의 이름을 따 ‘마고재’라고 지었다. 아이들이 이곳 마당에서 놀 때 마고할머니가 지켜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이름 지었단다. 마고재는 축제 때 주 무대로 사용되고 평상시에 도예체험공방으로 사용되고 있다.

◇재개발 바람에도 마을만들기는 계속된다

2006년 동네가 재개발 예정구역으로 고시되자 조용하던 마을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대구 YMCA는 삼덕동을 지키기 위한 자구노력을 계속 해야 했다. 백 팀장은 “재개발에 대한 강한 열기는 마을만들기 운동에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에너지를 필요로 했다. 그러나 아파트 미분양 사태로 인해 시공사들이 철수하면서 삼덕동에서는 재개발의 열기는 시들고 자연스럽게 마을만들기운동은 계속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마을만들기운동이 위기를 맞은 재개발 시기에도 YMCA는 삼덕동마을 주민들과 함께 김장나누기는 물론, 집 수리 등을 해주며 서로 소통했으며, 인형마임축제를 개최함으로써 화합을 도모해 마을만들기가 유지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곽동민·정원경기자

※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IMG_3788
삼덕동 마을 벽화는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2년에 걸쳐 하나씩 천천히 진행됐다. 벽화 작업 전에는 시멘트 블럭 담으로 낡은 벽이었다. / 곽동민기자
◇주민 모두 화합하는 머머리섬 축제

대구시 중구 삼덕동 마을에 가장 많은 주민들이 모이는 날이 있다. 매년 5월 5일을 전후해 열리는 ‘머머리섬 축제’다. 어린이들이 주인이 되는 동네 주민들의 잔치날이다.

하지만 이 축제를 만든데는 재개발 바람이 가장 큰 이유다. 재개발을 막고 주민들을 화합시키기 위해 김경민 대구YMCA 사무총장이 고민해낸 축제가 바로 머머리섬 축제기 때문이다.

머머리섬 축제의 가장 큰 공연은 인형극축제와 마임이다. 특별한 공연공간이 필요없고, 재개발에 찬성하는 주민, 반대하는 주민 모두가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반달인형극단 김민량 대표는 지역아동센터에 나오는 아이들을 중심으로 ‘초록별아이들’이라는 극단을 만들어 인형극을 준비했다. 대본은 조성진씨가 쓰고 인형은 김민량씨와 극단 단원들이 만들어 아이들에게 연습을 시켰다.

축제를 할 때마다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아이들도 태권도, 웅변, 동화구연 등 스스로 장기자랑도 하고 다문화가정의 어머니들은 자신들 나라의 전통문화를 보여주기도 한다.

백 팀장은 “올해로 8회째를 맞은 머머리섬 축제는 앞으로 새로 들어선 아파트 주민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조금씩 성장하는 축제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곽동민·정원경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