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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비친 산 그림자 네가 더 곱구나경남일보 선정 100대 명산 <74>백암산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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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0.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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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암산 백학봉과 쌍계루, 연못에 비친 모습이 어느곳이 실경인지 알수 없을 정도로 맑고 선연하다.
명경지수가 이를 두고 이르는 말일 것이다.
 
 
숲의 정결, 백암산은 천년의 숲을 간직한 산이다. 실로 이름도 정갈한 ‘비자나무’가 숲을 이뤄 이 산을 호위하듯 옹위하고 있다.

사시사철 천연의 초록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차 숲을 이루고 띠를 형성해 여행자들의 감탄사를 자아낸다.

비자나무는 이름처럼 정갈함의 의미가 내포돼 있다. 상록침엽수로서 나무잎 모양이 독특한데 예부터 여인들이 머리와 마음을 가다듬을 때 쓴 참빗모양을 닮았기 때문이다. 약재로도 쓰여 몸을 치유하는 능력도 갖고 있다. 열매가 구충제로 쓰였고 진상품으로 받쳐졌을 만큼 귀했으며 제사상에도 올랐다. 그래서 일까. 사람들은 이 나무에 ‘사랑스런 미소’라는 꽃말까지 붙여놓았다.

뭐니 뭐니 해도 이 숲에 들어가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다른 나무보다 피톤치드가 많이 발산돼 사람에게는 상큼한 느낌을 전해준다. 외양은 천년나무 주목과 구상나무의 중간 정도로 생각하면 무리가 없다. 특이한 것은 나무둥치가 하얗고 탄력이 있다는 것. 손으로 만져보면 스펀지처럼 살짝 눌린다. 그래서 이 나무로 만든 바둑판을 ‘가야반’이라고 해 최상품으로 친다.

비자림은 특별하게 관리되고 있다. 수령 300∼400년 된 5000여 그루 각 나무마다 번호를 매겨 벌목이나 훼손을 방지하고 있다. 온대성 수목으로 이곳이 서식 북한계선, 학술적으로도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천연기념물 153호.

우리고장 사천 곤양 성내리, 진도 상만리 비자나무를 비롯해 고흥 금탑사, 해남 녹우단, 제주 평대리, 화순 개천사 비자나무숲이 유명하다.

이 외에도 이 산 기슭에는 최고수령을 자랑하는 700년 된 할아버지 갈참나무가 아직도 나뭇잎 성성하게 자라고 있다. 또한 애기단풍 등 13가지가 넘는 단풍나무가 울울창창하다. 이를테면 고목의 전시장이자 보물창고다.

그 주변에 백양사와 쌍계루 연못이 있고, 하늘에는 백암산 백학봉이 장군의 동상처럼 우뚝 솟아 있다. 모양새가 학이 날아가는 형상이라고 한다.

연못에 비치는 반영이 압권이다. 특히 아침햇살 연못에 비친 백학봉과 쌍계루 풍경은 사진을 뒤집어도 어느 쪽이 실경인지 알수 없을 정도로 투명하고 선연하다. 명경지수 풍경이 이런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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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왕봉 인근에서 바라본 사자봉



▲산행은 백양사 주차장→백양사쌍계루 뒷편→갈림길→약사암→계단→백학봉→분재같은 소나무→상왕봉→못재 갈림길→사자봉(반환)→갈림길→하산→큰길→갈림길(회귀)→백양사→주차장. 정상에서 운문암을 거쳐 백양사로 하산하면 약 10㎞ 거리로, 5시간 정도 소요된다.

▲백암산(白岩山)은 전북 순창군 복흥면, 전남 장성군 북하면에 걸쳐 있다. 최고봉은 상왕봉(741m)이다. 내장산, 입암산(626m)과 함께 내장산국립공원에 속한다. 백학봉은 기암괴석으로 산세가 험준하고 웅장하나 상왕봉은 육산이다. 산 기슭에는 백양사가 있다. 극락보전, 대웅전이 보물이다.

산행은 백학봉을 통해 상왕봉으로 등산하는 코스와 내장산 내장사까지 횡단하는 코스가 있다. 횡단코스는 백양사에서 출발해 백학봉, 순창새재, 소죽엄재, 신선봉을 지나 내장사에 도착한다. 16.5㎞ , 8시간이 소요된다.

▲오전 9시 5분, 들머리 주차장에서 출발해 일주문 직전 매표소에서 주차비 5000원과 문화재관람료를 받는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갈참나무는 이 산책코스에 있다. 주변에 3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학술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한다. 연못을 곁에두고 산책로를 따른 뒤 백양사 쌍계루에 닿는다. 백양사 대웅전 등은 물길 건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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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갛게 익은 제피열매

쌍계루 뒤편으로 돌아 곧장 비자나무 숲으로 들어간다. 푸름이 짙어 한낮인데도 어둠침침한 숲속을 걷게 된다. 비자림 특유의 향기가 코끝에 감돈다. 명산 명물에 국기원이 있다. 예부터 나라에 큰 재앙이 닥치면 국태민안을 기원하며 이곳에서 제를 올렸다. 최근에는 매년 가을에 제를 올린다고.

오전 9시 35분, 출발 30분 만에 갈림길 이정표. 왼쪽이 상왕봉으로 바로 가는 코스이고, 오른쪽 된비알이 약사암을 통해 백학봉 상왕봉으로 가는 길이다.

약사암은 벼랑 아래 위태롭게 지어진 작은 암자.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백양사 풍경이 압권이다. 거대한 배가 바다로 나아가는 형상을 닮았다. 가을 단풍이 물들면 백양사는 오색에 둘러싸인 한 마리의 하얀 양이 된다.

약사암을 돌아 영천굴. 천연석굴이며 굴 속 바위틈에서 솟는 샘은 영천이라 한다. 만병통치 약수로 건강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들어갈 수가 없다. 이때부터 지독한 된비알에 나무계단이 시작된다. 진정되지 않아 흘러내리는 바위와 오래된 고목이 어우러져 있다. 시작부터 센 등산로 때문에 뒤따르던 산우들의 거친 숨소리와 불만 섞인 비음이 터져 나온다.

중간 중간 등산로 옆으로 나가면 전망대 역할을 하는 바위봉우리들이 몇개 있어 잠시 숨을 고르면서 앞으로 펼쳐지는 전망을 둘러볼 수 있다.

오전 10시 40분, 출발 1시간 30분 만에 첫 번째 목적지 백학봉에 도착한다. 알곡이 익어가는 들판은 노랗게 채색돼 있고 파란 하늘은 한결 더 높아졌다. 솜털구름은 손에 닿을 듯한데 바라보면 눈이 시려 눈물이 날 지경이다.

백학봉에서부터 그런대로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평탄한 등산로가 전개된다. 용도 폐기된 헬기장에 억새가 피었다. 길은 이어진다. 울창한 비자림과 단풍나무 숲은 어느새 사라졌고, 가을볕에 타들어가는 야윈 나뭇잎만 버석거린다.

출발 2시간 만에 분재처럼 기묘한 형태를 가진 소나무 한그루가 나온다. 바위에 뿌리를 내렸어도 푸름이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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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학봉에서 내려다 본 백양사 전경

무덤을 지나고 오전 11시 30분 상왕봉 정상에 도착. 변변한 표지석도 하나 없는 봉우리. 표지석 대신 세워져 있는 안내도에는 오른쪽 가까운 곳에 보이는 높은 봉우리가 내장산 신선봉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백암산은 단일코스로도 좋지만 내장산과 연계해 8∼9시간의 등산로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거창서 왔다’는 산행객 한 팀을 만났다. 배낭에 달린 시그널이 ‘거창토요산악회’ 다. ‘진주에서 왔다’고 인사하니 모두들 밝은 인상으로 반갑게 맞아준다.

오전 11시 51분, 능선 사거리에 도착한다. 오른쪽 몽계폭포로 가는 길. 왼쪽은 운문암으로 내려간다. 취재팀과 산우들은 사자봉으로 갔다가 반환해 운문암을 거쳐 하산하기로 했다.

200m정도를 오르면 사자봉이다. 사자봉에 꽃이 피었다. 실은 꽃이 아니라 열매다. 시절이 반역한 까닭에 산 열매가 꽃처럼 보인다. 이 계절에만 볼 수 있는 화려한 색감을 지닌 열매는 경상도 사람들이 즐겨 먹는 ‘제피’다.

반환해 내려와 운문암 방향으로 발길을 돌리면 다시 비자림과 단풍나무숲이 이어진다. 큰길을 만나고 오후 2시 15분께 출발할 때 갈라졌던 이정표가 보이면 원점회귀산행이 끝난다. 30여분을 더 내려오면 백양사 경내에 들어설 수 있다.

백양사는 환양스님의 법화경 소리에 백양이 몰려오는 일이 많아 백양사라 했다고. 632년(무왕 33) 여환이 창건했다.

당우로는 대웅전을 비롯해 극락보전·명부전이 있다. 극락보전은 400여년 전 영·정조대에 지은 것으로서 백양사 당우 중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다. 정면 3칸의 맞배지붕 건물이다. 전남 유형문화재 제32호. 명부전은 1896년에 건립했고 정면 5칸, 측면 3칸의 맞배지붕에 주두마다 공포가 장식돼 있다.

대웅전 안에는 바늘귀를 꿰는 모습, 등 긁는 모습 등 해학적인 형상의 나한상 20여체가 봉안돼 있다.

경내에 보리수 한 그루, 보리는 인도의 고대어 산스크리트어를 한자로 음역한 것이다. 깨달음의 지혜, 정각의 지혜라는 뜻이다. 석가모니가 보리수나무 밑에서 깨달음을 얻어 붙여진 이름이다. 본명은 필발라수 이며 뽕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로 잎이 하트모양이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말하는 보리수, 뽈똥열매와는 다르다. 인도가 원산지로 국내에는 10여종의 보리수가 수입돼 자생하고 있다.

대웅전 뒤편의 팔층석탑에는 석가모니의 진신사리 3과가 안치돼 있다. 햇살 좋은 연못에 세상 부러울 것 없는 피라미들이 도토리 떨어지는 작은 파문에도 우르르 몰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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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년 된 국내 최고령 갈참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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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암산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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