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주목한 행궁동의 생태교통마을
세계가 주목한 행궁동의 생태교통마을
  • 경남일보
  • 승인 2013.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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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점석 (창원YMCA 명예총장)
승용차가 없을 때는 시내버스를 타고 나들이 하는 데에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 그런데 운전을 시작한 지 몇 년 만 지나면 사정은 정반대이다. 고장난 승용차를 고치느라고 어쩔 수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에는 더 할 수 없이 불편하다.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도 아깝고, 앉을 자리도 없고, 속도도 느려서 너무 갑갑하다. 승용차를 타고 장거리 여행을 할 때에는 정해져 있는 기차, 고속버스의 출발시간에 얽매이지 않는게 굉장히 편리하다. 여러 가지 생필품을 사기 위해 대형할인매장에 갈 때에도 정류장까지 무거운 짐을 들고 걸어가서 버스를 타야하는 고생을 하지 않는 것도 너무 좋다.

이런 편리함은 우리를 중독시켰을 뿐만 아니라 급속하게 도시를 차량중심으로 재편했다. 도로는 넓어지기 시작했다. 횡단보도를 없애면서 지하도와 육교가 만들어졌다. 숨바꼭질하면서 놀던 골목길은 반듯하게 펴서 직선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변한 바둑판 도시가 언제까지나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이라고 믿었었는데 결과는 그 반대였다. 차량이 늘어날수록 대기오염이 심각해지고 주거, 상업지역의 주차문제는 이웃과의 사이를 멀어지게 하였다. 드디어 몇 년 전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였다. 사라졌던 횡단보도가 다시 살아났으며 아파트단지 내부의 도로가 S자형으로 바뀌어졌다. 도심지에는 차량통행금지구역, 보행자전용구역, 대중교통전용구역 등이 지정, 운영되고 있다. 물론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상업지역에서는 장사가 안될까봐 반대하기도 했고 S자형 도로개선을 예산낭비라고 매도하기도 했다. 그동안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서서히 차량중심에서 사람중심으로 도시가 달라지고 있다. 굉장히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미처 차량진입과 통행자체를 금지시키는 동네를 만들 생각은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주민의 일상생활이 큰 폭으로 달라져야 하기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이다. 시청에 생태교통과라는 부서가 있는 창원시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9월 1일부터 한달간 수원시 행궁동의 주거지역은 생태교통마을이 되었다. 이 기간동안은 기름을 사용하는 차량은 일체 출입금지이다. 두발로 교통수단만 다닐 수 있다. 시청에서는 주민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화를 수백 번 하였다. 무거운 물건을 옮기거나 응급조치가 필요한 경우를 대비하기 위하여 자전거를 제공하기도 하고 전기자동차를 셔틀로 운행하기도 한다. 작은 짐차도 운행하고 있다. 콜택시처럼 전기자동차를 이용할 수도 있다. 수원화성 정문 쪽의 4차선 도로는 2차선만 이용하고 나머지는 차량통행이 금지되고 있다. 주택지 외곽에는 주민을 위한 공동주차장을 조성하였다. 차를 세워놓고 걸어서 집에까지 가는 것이다. 차는 불편하고 사람은 안전한 녹색교통을 실험하고 있는 것이다. 불편체험을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염태영 시장은 주민 95%가 찬성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5%는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주택지 안에 있는 생태교통주민추진단 사무실에서는 주민대표자들이 모여서 더욱 멋진 동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행궁광장에서는 다양한 녹색교통체험을 할 수 있는 신기한 탈거리가 많다. 7명이 동그랗게 둘러앉아서 각자 페달을 밟는 방식, 4명 앉을 수 있는 것도 두 가지인데 페달이 2개 있는 것과 4개 있는 것이 있다. 3개의 바퀴가 있는 것을 혼자서 누운 자세로 페달을 밟는 것도 있다. 뒷좌석에 2명을 태우고 한명이 페달을 밟아 운전하는 것도 있다. 좌우에 5명씩 앉아서 페달을 밟고 운전석이 별도로 있는 생태버스는 마을 내의 투어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특히 2명이 나란히 앉아서 페달을 밟는 것이 젊은 연인들에게 인기가 좋다.

과거에는 수원시의 중심지였던 행궁동이 지금은 시설이 노후화되고 젊은이들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로 변하였다. 수원시의 40개동 가운데 인구가 제일 적은 곳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요즈음은 생태교통마을을 보기위해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연일 북적이고 있다. 주민입장에서는 일상생활이 불편한 점도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 동네가게가 살아나고 있어서 좋다. 가장 좋아하시는 분들은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다. 이제 약속한 한 달이 지나고 난 후의 행궁동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는 주민들이 결정할 일이다. 그러나 생태교통마을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기에는 너무 아쉽다. 동네를 새롭게 바꾸기 위해 생활문화를 바꾸는 결단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전점석 (창원YMCA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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