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참여해야 마을이 산다<4>
주민이 참여해야 마을이 산다<4>
  • 정희성/강진성
  • 승인 2013.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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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산동 주민공동체
금샘마을공동체
금샘마을공동체가 운영하는 금샘마을도서관은 작지만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는 주민도서관이다. 150여명의 후원을 받아 무료로 주민에게 책을 대여해 주고 있다. 6500여권의 책이 비치돼 있으며 하루 20~30명이 이용하고 있다. 동화책이 많아 주부들에게 인기다. 도서관 사서 박양아(왼쪽)씨와 이경화 실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 강진성기자


부산시 금정구 남산동을 변화시키고 있는 (사)금샘마을공동체의 뿌리는 금샘마을도서관이다.

혼자서 어린아이를 돌볼 시간적인 여유 등이 없는 남산동 일부 주민들이 공동육아를 시작했다. 공동육아는 서로 번갈아 가며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다. 하지만 공동육아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아이들이 모여 함께 뛰어 놀고 책도 읽을 수 있는 작은 공간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공동육아는 새드엔딩으로 끝이 났다. 하지만 그 끝은 새로운 출발로 이어졌다. 공동육아를 함께 했던 몇몇 주민들이 ‘마을도서관’을 만들어보자며 뜻을 같이 했다. 삭막한 도시 생활에 지친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주민공동체를 향한 첫 항해=2006년 9월 남산동 마을도서관 건립추진위가 발족했다. 전쟁에 나가는 군인에게 총과 총알이 필요하듯이, 도서관을 짓기 위해서는 돈과 이웃들의 관심이 필요했다.

추진위 회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았고 이웃들의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 다음해인 2007년 6월과 10월 영화가 있는 마을놀이터(1~2회)를 개최했다.

영화가 있는 마을놀이터는 놀이터를 비롯해 마을 빈터 곳곳에서 열리는 영화제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매이션, 다큐멘터리 등을 상영했다. 아이들이 모이니 자연스럽게 부모님들도 관심을 가지고 모여들기 시작했다.

영화가 있는 마을놀이터는 이 후 매년 한 차례씩 열리고 있다. 취재를 위해 남산동을 방문했을때 마침 제8회 영화가 있는 마을 놀이터 행사가 다음 날 열릴 예정이어서 운좋게 직접 눈으로 현장을 취재하고 왔다. 물론 이때문에 부산에서 하루를 더 머물러야 했지만.

주민들의 2년간의 노력은 2008년 6월 마침내 그 결실을 맺었다. 그토록 꿈꾸던 금샘마을도서관이 개관한 것이다.



◇도서관의 진화 그리고 금샘마을공동체의 탄생=도서관이 생기자 남산동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도서관 개관에 맞춰 ‘금샘마을 단오잔치’를 개최했다. 주민들이 인근 학교 운동장에 모여 각자 가지고 온 음식을 함께 나눠 먹으며 동네가 떠들썩하게 잔치를 벌였다.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도 잘 모르는 다른 대도시에는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마을의 재미를 알게 된 주민들은 2009년에 (사)금샘마을공동체를 설립하며 공동체 문화형성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같은해 7월 금샘지역아동센터를 개소했다. 아동센터는 소외된 아이들의 배움터로 자리잡았다. 동네에서 돌봄가 나눔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종합적인 아동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2011년 3월에는 행안부(현 안행부)과 주관하는 마을기업 북카페놀이터 사업에도 선정됐다. 5월에는 아빠, 엄마. 아이들이 소중한 추억을 만들수 있도록 어린이날 한마당 행사와 더불어 북카페 ‘놀이터’ 개관 및 금샘마을도서관 이전 개관식도 가졌다.

이전 개관한 도서관은 마을 주민들의 손길이 곳곳에 묻어 있다. 아이와 엄마들이 책을 들고 옮겼으며 아빠들은 서툰 솜씨지만 손수 바닥공사를 하고 인테리어도 했다. 도서관 이전은 또 하나의 마을 축제였던 셈이다.

현재 도서관(북카페 놀이터도 도서관에 위치하고 있음)에는 직접 구매한 것과 금정도서관에서 기증받은 책 등 모두 6500여권이 소장돼 있다. 회원으로 가입하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노래배우기 등)있으며 대출 역시 가능하다. 프로그램과 활동모임도 다양한데 간단하게 소개하면 께롱께롱 빛그림공연(노래배우기), 올망졸망(유아들을 대상으로 그림책을 듣어 주는 시간), 책마실(매주 그램책을 함께 읽는 엄마들의 모음), 큰책만들기 모임(함께 읽기에는 작은 그램책을 크게 만드는 모임) 등이 있다.

사서로 일하고 있는 박양아(42·여)씨는 “도서관에는 아이들의 꿈만 아니라 어른들의 꿈, 마을의 꿈, 공동체의 꿈이 있다”며 많은 관심과 이용을 당부했다.



◇다양한 마을행사 함께 하는 우리=금샘도서관에서 시작된 공동체의 발걸음은 해가 갈수록 빨라졌다. 2012년 아동·청소년문화사업단 ‘놀자’를 발족시키며 어린 아이부터 청소년, 학부모 등 다양한 연령대를 모두 소화시킬 수 있는 체제가 구축됐다.

금샘마을공동체는 다양한 마을행사를 통해 더욱더 친밀해지고 있다. 맨 먼저 시작된 ‘영화가 있는 놀이터’는 올해로 8회를 맞았다.

행사가 열린 놀이터는 아이들 세상이었다. 학부모들은 그런 아이들을 모습을 보며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오전에는 가족관, 청소년/성인관, 아동관, 추억의 영화관으로 나눠 영화를 상영했고 오후에는 텐트속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텐트영화관이 차려졌다. 아이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영화가 상영되는 텐트에 들어가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 앉아 영화에 집중했다. 특히 이날은 가족벼룩시장이 열려 더욱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가족벼룩시장은 지난 2009년부터 시작돼 매년 봄과 가을에 열린다. 아이들은 자기가 가지고 온 물건을 팔기 위해 제법 어른스럽게 친구들과 흥정을 했다. 때론 물물교환을 하기도 했다. 가족벼룩시장을 통해 아빠, 엄마와 함께 물건의 소중함과 경제관을 배운다.

아동·청소년문화사업단 ‘놀자’는 가족이 함께 아름다운 길을 걸으며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 가족애를 쌓아 가는 길걷기 사업으로 3월부터 12월까지 매월 한차례씩 실시된다. 또 단오잔치와 금정산 일촌맺기 등을 통해 너와 내가 아닌 ‘우리’가 되어 가고 있다.

강진성·정희성기자

금샘마을도서관2
금샘마을 도서관은 주민 스스로 운영하는 작은 도서관이다. 금정여고 학생들이 아이들이 함께 읽기에는 작은 그림책을 크게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강진성기자
※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금샘마을공동체 김명옥 사무국장
“아이들이 신나면 마을은 행복해져”

금샘마을공동체 김명옥(41) 사무국장을 만나기 위해 지난 12일 오후 3시 영화가 있는 놀이터와 가족벼룩시장이 열리고 있는 남산동 꽃님 놀이터를 찾았다. 놀이터가 가까워지자 아이들의 목소리가 더욱더 생생하게 들려왔다.

놀이터에는 아이들과 부모들로 가득차 있었다. 돗자리에 앉아 학용품과 장난감을 파는 아이들, “너무 비싸다”며 입이 삐죽 나온 꼬마. 텐트속에서 영화를 보다 영화속에 나온 멧돼지가 너무 무섭다며 울음을 터뜨린 아이,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오랜만에 만난 이웃과 담소를 나누는 어른들. 각양각색의 풍경이 펼쳐졌다.

김 사무국장을 만났다. 그는 잠시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곤 놀이터를 누비고 다녔다. 얼마가 지났을까 다시 나타난 그는 놀이터 옆 금샘마을공동체 부설기관인 지역아동센터로 안내했다.

지역아동센터 간판에 적힌 ‘신나는 아이들 행복한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김 사무국장은 “도서관이 생기니 아이들이 찾아왔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학부모들도 서로 친해졌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 놀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며 “남산동에서 놀이터가 많다. 놀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행사를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영화가 있는 놀이터다. 8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 행사는 마을의 축제로 자리 잡았다. 금샘마을공동체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힘과 후원자들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만큼 자부심도 강하다.

김 사무국장은 “관이 아닌 민이 주도를 해야 마을이 발전한다”며 “지역사회의 주민 공동체 건설과 주민자치 실현을 위한 풀뿌리지역운동을 더욱 활성화 시킬 것”이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글·사진=강진성·정희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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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샘마을공동체 김명옥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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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마을 놀이터에서 열린 영화가 있는 놀이터 풍경, 텐트속에서 아이들이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 정희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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