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기반사회, 사회적 경제 그리고 창고대학
지식기반사회, 사회적 경제 그리고 창고대학
  • 경남일보
  • 승인 2013.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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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부용 (경남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한국지역경제학회 회장)
노동과 자본이라는 전통적 생산요소가 배경이 되는 산업사회와 달리 21세기는 지식과 정보가 기저인 지식기반사회다. 오랜 봉건사회에서 탈피하여 자본주의를 탄생시켰던 산업화는 지구촌 경제성장의 기폭제가 되었으며 무한한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20세기를 지나면서 300년 간의 산업화 시대는 종말을 고하고 지식이 기반이 되는 사회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산업사회처럼 지식기반사회도 지식에 의한 첨단 신기술의 개발과 혁신이 사회발전을 영위한다는 점에서는 얼핏 흡사하다. 그렇지만 신기술을 개발하는 지식이 과거의 형식적인 것과 달리 암묵적이면서 내재된 지식에 기초한다는 점에서 많은 차이를 나타낸다.

지금의 첨단 신기술은 비록 이론적이고 논리 정연한 형식적 지식에 기초하는 것은 맞지만 마음에 내재되고 아주 복잡하게 개발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1930년대에 단순한 연산을 위해 집채만큼 큰 컴퓨터를 만든 이후 50여년이 지난 1980년대 초에야 비로소 책상 앞에서도 이용 가능한 개인 컴퓨터(PC)가 탄생하였다. 그것까지는 산업화 시대의 기술력이었다.

그런 연후에 휴대용 노트북을 만들었고 언젠가부터 손바닥만한 휴대전화에 그 큰 집채 크기의 컴퓨터를 탑재해 올려 놓더니 이젠 없는 기능이 없을 정도다. 사진기, 캠코더, 녹음기, 전축, MP플레이어, VTR, 계산기, 탐색기 등 수많은 기능을 포함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개발되기까지는 10여년 정도에 불과하였다. 짧은 기간 동안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지식기반사회의 특징인 인간의 마음속에 내재된 상상력과도 같은 암묵적 지식 때문이다.

암묵적 지식으로 개발된 첨단 신기술은 천문학적 개발비용의 소요, 짧은 기술의 생애주기(life cycle), 고용창출 기여율 저조, 전통업종과 수익률 격차 심화 및 시장개척과 투자에 대한 위험(risk)이 매우 높은 특징들을 갖는다.

휴대전화가 대표적인 예다.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특정기술의 개발비용이 수천억 내지 조 단위를 넘는다고 해도 실제 고용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몇 개월 내지 1~2년 이후면 바로 다른 기술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이전의 기술은 사장(死藏)될 뿐이다. 고용을 비교적 많이 하고 있는 전통 업종은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이 매우 저조한데도 휴대전화 생산기업의 실적은 가히 천문학적이다.

지식기반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고용 없는 성장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서 고용증대를 가장 큰 국정과제로 삼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고용을 창출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민간, 즉 기업의 영역이다. 하지만 과거와 같이 민간기업이 일자리를 늘려 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정부가 예산을 투입하여 사회적 기업이나 마을기업 등과 같은 사회적 경제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경제는 일자리 나눔을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관심이 증폭되고 있지만 ‘정부예산 따먹기 사업’이라는 오명을 자주 듣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아직 시행초기여서 이해부족, 사업영역과 아이디어 빈약, 사회경제 입안과 기획능력 미흡 및 기업가 정신의 결여 등으로 많은 단점이 노출되고 있지만 일자리 창출과 나눔이라는 본래적 기능을 제고하도록 개선과 보완책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

사회적 경제와 함께 무료의 직업훈련과 기술교육도 시행되고 있다. 교육과 훈련의 종류와 담당하는 기관이 많고 식대나 교통비까지 지불하다 보니 교육훈련 후 일자리를 찾으려는 노력 대신 교육프로그램을 몇 년씩 전전하는 경우도 흔하다. 서구에는 소위 창고(倉庫)대학(warehouse univ.)이라는 말이 있다. 일자리 부족으로 다수의 실업자가 생기면 실업수당 등 복지예산을 대폭 늘려야 하는데, 각종 직업교육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어 60세가 되도록 교육을 받게 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으로도 가능함을 빗댄 것이다.

지식기반사회다. 일자리를 늘리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것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 또한 중요하다. 수혜 내지 수요자들의 의식전환과 함께 사회적 경제나 교육훈련 프로그램의 단점을 초기부터 보완해 가지 않으면 중장기적으로 중앙이나 지방정부는 물론 국민에게 더 큰 부담으로 남게 될 것이다.
송부용 (경남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한국지역경제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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