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미착공 산업단지 해법은 없나
장기 미착공 산업단지 해법은 없나
  • 박철홍
  • 승인 2013.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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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개축도 보상도 토지거래도 멈춰버린 땅
사천 사다일반산단
사천 사다일반산단 예정부지내 논을 소유하고 있는 예동마을 한 주민이 3년이 넘도록 착공을 못하고 있는 산단부지를 가리키고 있다.
 
 
 
사천시 축동면 사다일반산업단지 조성 예정부지에는 ‘사다일반산업단지 결사반대’라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산단 예정지에 논을 소유하고 있는 예동마을 주민들이 달아놓은 것이다.

경남도가 사천 축동면 사다리 일대 94만㎡를 산업단지 조성 예정지로 고시한 것은 지난 2010년 5월이다. 이때만해도 마을 주민들은 보상 및 개발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사업시행사의 자금조달 차질로 3년이 넘도록 착공도 못하면서 기대감은 분노와 절망감으로 바뀌었다.

마을 주민들은 산단 지정 이후 토지거래 허가 제한을 받고 있다. 땅을 맘대로 사고팔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집을 증·개축하기도 어려워졌다. 장기간 산단 개발계획이 표류되면서 사업시행사인 D산업개발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 지금은 예동마을 50여가구 모두가 산단 조성을 반대하고 있다.

한 마을 주민은 “시행사가 논에 대한 보상가격은 제시도 하지 않은 채 무조건 동의서를 작성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자금이 부족한 시행사가 주민동의서를 담보로 금융권 대출을 받아 자금조달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마을주민은 “사다산단 예정부지가 항공물류단지에 들어가기 때문에 사업시행사는 주민동의서를 얻어낸 후 타 시행사나 시공사에 팔아 먹으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산단 예정부지에서 5년째 고물상을 운영하고 있는 강모(56)씨는 “고물상을 하면서 이 곳에 조립식 집을 짓고 살려고 왔는데 산업단지 부지로 묶이는 바람에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시행사 관계자가 찾아 와 ‘조만간 시공사와의 계약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지만 지금까지의 형태로 봐선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수 년간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고 있는 예동마을 주민들은 오는 12월말까지 시행사가 보상작업에 착수하지 않을 경우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대 현수막
산업단지로 묶이면서 수년 째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아 온 사천 예동마을 주민들이 산단조성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또 다른 장기 미착공 단지인 거제 청포일반산업단지. 사등면 청곡리 일대에 120만㎡(육지 87만㎡, 해면 33만㎡)규모로 추진되고 있다. 조선 및 해양기자재 업체 유치를 위해 사업시행사인 S중공업이 지난 2009년 6월 경남도로부터 산업단지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 이 곳엔 ‘산업단지 예정지’라는 푯말 하나 찾아 볼 수 없다. ‘청포일반산단대책위원회’라는 간판이 달린 사무실은 텅 비어 있다. 시행사는 장밋빛 꿈을 안고 시작했지만 조선 경기침체와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자금난으로 한 곳의 기업도 유치하지 못했다.

2009년 산단 지정을 받았을 때 마을 주민들은 찬반으로 절반씩 나눠졌다. 시행사는 찬성을 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지장물 조사를 실시했다. 계약금 명목으로 보상가의 10% 정도를 받은 주민들도 있었지만 대다수 주민들은 보상가가 턱없이 낮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박모(61)씨는 “10~20년 어업권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면 수용을 해 줄 수 있다는 입장인데 사업시행사가 돈이 없는 것 같다”며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포기하면서까지 산업단지 조성에 협조해줬는데 시일을 너무 끄는 것 아니냐”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그는 “시행사는 4년전 산단 승인을 받을 때 자금조달 계획을 철저히 세워 산단 조성을 2년내 마무리했어야 했다”며 “큰 사업을 하는 사람들(사업시행사)이 철저한 자금조달 계획도 없이 한방에 대박을 터뜨리려는 욕심에 하다 보니 이 지경이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민은 “집 보수를 제대로 하지 못해 생활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돈 들여서 고쳐놔봤자 나중에 보상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고 했다.

4년이 넘게 보상 절차도 들어가지 못하면서 산단 예정부지내 청포마을 주민들은 산단 조성이 결국에는 안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번번히 약속을 어긴 시행사는 주민들 사이에서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한 할머니는 “산업단지에 반대한다. 이 나이에 어디 가끼고. 죽을때까지 여기서 살아야제”라고 했다.

고성 상리면 자은리 일대 75만㎡ 규모로 추진중인 상리일반산업단지도 산단 승인을 받은 지 4년이 지났지만 첫 삽도 못뜨고 있다. 사업시행사가 자금을 확보 못해 두차례나 사업기간이 연장됐다. 산단 예정부지는 주로 논이며 현재 20여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시행사는 지난 2009년 지주들로부터 부지사용승낙서를 받으며 계약금 일부를 지급했다. 당시 농지 시가가 3만5000원이었지만 10만원선에서 매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약금외에 중도금을 받은 주민들도 있다.

주민들은 산단 승인 이후 1년안에 산단 조성이 될 것으로 믿었다. 일자리가 생기고 땅값이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수 년간 착공조차 못하면서 마을 주민들은 실망감과 회의감에 차 있다.

부포마을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이 지역은 조선 및 항공 관련 업체들이 입주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어 산단 지정이후 수많은 시공업체에서 문의가 왔다”며 “지금은 넥센타이어가 창녕에 신공장을 건설했지만 이 곳도 한 때 관심을 보였다”고 했다.

그는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는 시행사가 시공업체와의 협상에서 돈을 더 받기 위해 욕심을 내고 있다”며 “입주업체를 구하는 것이 시행사가 해야 할 최우선 과제이다”고 말했다.

산단 예정부지내 거주하고 있는 이모(51)씨는 “산단 조성을 계기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했지만 오랫동안 산업단지 조성이 안되다 보니 답답하다”고 했다. 편의점 가게 주인은 “올해 초 사업시행사 대표가 주민들을 만난 자리에서 ‘올해는 산업단지 조성을 시작할테니 논에 모내기를 안하셔도 된다’는 말을 했지만 벌써 한 해가 다 가고 있다”며 “산업단지 조성이 이뤄질 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철홍기자 bigpen@gnnews.co.kr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청포
거제 청포산업단지 예정부지내 청포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대책위원회 사무실. 시행사의 자금난으로 4년이 넘도록 착공조차 못하면서 주민들은 회의감에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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