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않은 길
가지 않은 길
  • 경남일보
  • 승인 2013.10.2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차진환 (경남은행 남진주지점장)
‘노란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꺾이어 바라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걸어야 될 길이라고 생각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을 남겨두었습니다. 길은 길과 맞닿아 끝이 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갈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고등학교 3학년 국어 교과서에서 처음 접한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란 시(詩)다. 그때는 교과서에 실려 있는 여러 시 중의 하나, 어쩌면 시험에 나올 수 있을지도 모르는 시 정도로만 받아들였던 거 같다. 그러나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면서부터 참으로 가슴에 와 닿고 생각하며 되뇌게 된다.

내게 ‘가지 않은 길’이란 선택의 문제로 다가온다. 선택은 살면서 호흡하는 것만큼이나 우리에게 밀접해 있다. 그렇다면 왜 선택이 이렇게 삶에 밀접해 있을까. 아마도 시간, 재화, 공간 등의 한계성 때문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시간의 한계성에 의한 선택의 순간이 가장 많지 않을까 한다. 선택은 누구에게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또 다른 누구에게는 성공에 대한 기회로 받아들여지곤 할 것이다. 그래서 선택은 갈등과 후회, 기쁨을 필연적으로 수반하며, 나이가 젊을수록 모험과 도전이 가득한 선택을 선호할 것이다. 실패하더라도 기회가 있을 것이고 더 나은 선택의 방법도 체득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실패에 대해 너무나 가혹하고 선택의 기회마저도 빼앗아버리는 경우를 자주 보인다.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자신의 미래를 꿈꾸고 설계할 선택권을 빼앗겨 버린다. 유치원을 다닐 때부터 학원을 정하고 시간을 관리하기 시작해 대학과 전공을 정하니 아이는 본인 스스로 선택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더 나아가 학사관리는 물론이요 대학졸업 후 취업상담까지도 부모가 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이러한 결과 아이는 성인이 돼도 독립해 주체적 삶을 살지 못하고 부모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늘어 ‘캥거루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오늘 하루도 수많은 길들이 내게 펼쳐질 것이고, 그 수많은 길 중 한 길을 걸어야 할 것이다, 시에서 나오는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꺾이어 바라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처럼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과 회한도 갖지 못할 정도로 숨가쁘게 선택하고 또 선택하면서 하루를 보내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먼 훗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가 아닌 모든 것이 좋아졌다고가 되는 길을 걸어야겠다.

차진환 (경남은행 남진주지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