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명 조식의 지리산 등반
남명 조식의 지리산 등반
  • 경남일보
  • 승인 2013.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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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선 (객원논설위원)
조남명은 나이 쉰여덟 살 때 지리산을 오르고 유람록을 남겼다. 때는 명종 13년(1558년) 4월 10일부터 26일까지 실로 17일 동안이다. 삼가를 출발하여 진주에서 일박한 후 뱃길로 사천, 곤양 앞바다를 지나 섬진강을 거슬러 산을 오르면서 겪은 일들을 자세히 적어 놓고 있다. 등장하는 인물만도 진주목사 김홍, 청주목사 이정, 사천군수 노극수, 호남순변사 남치근 등 수십 명에 이른다.

▶산길에 큰 바위 하나가 있는데 ‘이언경, 홍연’이라는 글자를 새겨 놓았다. 아마도 썩지 않는 돌에 이름을 새겨 억만년토록 전하려 한 것이리라. 대장부의 이름은 마치 푸른 하늘의 밝은 해와 같아서 사관이 책에 기록해 두고 넓은 땅 위에 사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려야 한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구차하게도 원숭이와 너구리가 사는 숲 속 덤불의 돌에 이름을 새겨 영원히 썩지 않기를 바란다. 이는 나는 새의 그림자만도 못하다. 후세 사람들이 날아가 버린 새가 과연 무슨 새인 줄 어찌 알겠는가.

▶신응사에서 승려가 바위에 올라 춤추는 모습을 보고 남명은 시 한 수를 남긴다. ‘물은 이기(伊祈)의 구슬을 토해내고/산은 청제(靑帝)의 낯빛보다 푸르구나./겸손도 과시함도 지나치지 않으니/여러 벗들과 함께 마주하고 바라보네.’ 천하의 남명도 시는 짓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시를 지으려니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호소하고 있다.

▶남명은 시대를 산 명인답게 의미 있는 명언을 남긴다. ‘처음 위로 오를 적에는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기가 힘들더니. 아래로 내려올 때는 단지 발만 들어도 몸이 저절로 쏠려 내려간다. 그러니 어찌 선을 좇는 것이 산을 오르는 것처럼 어렵고 악을 따르는 것이 무너져 내리는 발처럼 쉬운 일이 아니겠는가.’

박동선·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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