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 토닥' 두드리니 깨가 쏟아진다
'토닥 토닥' 두드리니 깨가 쏟아진다
  • 경남일보
  • 승인 2013.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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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들깨털기·대봉따기
▲초보농사꾼이 대봉을 따고 있다.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이 엊그제 지나갔다. 농촌에서는 상강 무렵인 지금이 한창 바쁠 때다. 큰 추위가 닥치기 전에 미처 끝내지 못한 가을걷이를 서둘러 마쳐야 한다. 들깨를 꺾어 털고, 고구마도 캐고, 콩 타작에 잡곡을 걷어 들이고 잘 익은 호박도 따 갈무리해야 하는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쁠 때다. 예전 같으면 추수가 끝난 논밭에 보리갈이를 서두르고 마늘과 양파 파종도 늦추지 않아야 할 시기다.
농촌일손이 바쁜 시기는 놀러 다니기 좋은 때이기도 하다. 늦가을 추수기는 화려한 단풍철이고, 봄철 농번기는 봄꽃과 신록이 눈부실 때다. 남들은 아름다움을 찾아 전국을 누비고 다니느라 교통체증까지 일으킨다고 야단이지만 일손에 쫓긴 농부는 가을 들녘이 황금빛으로 물든 아름다움도 보지 못하고 오늘을 보냈다. 더 추워지기 전에 수확도 끝내고 파종을 마쳐야 하는 농사일은 늘 시간에 쫒기 듯 여유가 없는 삶이다. 허리 펴고 푸르디푸른 가을 하늘 한 번 올려다 볼 겨를 없이 사는 고달픈 농사일이다.
지난주에 꺾어 두었던 들깨를 털었다. 잎이 누렇게 변하는 것을 보고 걱정을 하자 아버지께서 꺾는 것을 도와 주셨다. 맑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자 일주일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새까맣게 말라 있었다. 들깨를 꺾어 밭에 눕혀 두었다가 그 자리에서 터는 것이다. 밭에 늘린 들깨를 운반하지 않고 비닐포대를 옮겨가며 막대기로 때려가며 털기로 했다. 참깨를 털 때와 마찬가지로 한 번에 꼬투리 속에 든 씨앗을 모두 털어내는 것은 무리였다. 욕심에 한 번에 털어 버리겠다고 무리하게 치니 들깨대가 부러지며 동강이 났다. 오늘은 대를 거꾸로 세워 두어 번 막대기로 두드려 터는 것으로 마쳤다.
털어 온 들깨를 모아 이물질을 제거해야 했다. 먼저 마른 잎과 부러진 줄기 등 비교적 큰 이물질은 손으로 걷어냈다. 막 털어 온 들깨에는 작은 벌레가 수없이 들어있다. 벌레와 함께 작은 이물질과 흙은 키질로 여러 번에 걸쳐 어머니와 아내가 손질을 마쳤다.
우여곡절 끝에 수확한 들깨가 한 말은 되겠다고 어머니께서 좋아하셨다. 예전에는 들기름을 즐기지 않았는데 최근에 참기름보다 더 많이 먹는다며 사먹지 않아도 되겠다며 손으로 수확한 들깨를 만지작거렸다.
올해 감농사가 시원찮아 대봉농사를 포기하듯이 방치해왔는데 시간이 지나자 빛깔이 나며 드러나기 시작했다. 양은 작지만 나무마다 한 두 개씩 달린 것이 크게 자라있었다. 관심을 갖고 다가가보니 노린재가 찔러 피해가 심했다. 감이 적게 열렸다고 노린재 방재를 하지 않은 것이 탈이었다. 노린재가 날아다니며 피해를 키우고 있는 것이 보였다.
더 두면 대봉 한 개도 수확할 수 없을 것 같아 서둘러 따기로 했다. 아무 것이나 딸 수 없어 빛깔이 붉게 바뀐 것부터 골라 땄다. 감은 덜 익은 푸른 것을 따면 오래 두어도 홍시가 되지 않고 수분이 빠지며 쪼그라든다. 감은 어느 정도 익어야 홍시가 제대로 된다. 수확시기를 늦추면 맛은 있겠지만 따기도 전에 홍시로 변해버려 보관과 판매가 어렵다. 대봉같이 떫은 감은 수확 시기를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얼마 되지 않을 것 같았던 대봉을 따서 모으니 수량이 어느 정도는 되었다. 선별기를 돌려 크기 별로 분류 포장하여 농협공판장에 출하했다. 판매 가격은 오늘 보내면 내일 상장하여 경락이 되어야 알 수 있다. 내가 사는 곳은 감 주산지라 매일 수송해주는 차량이 있어 집하장까지만 운반해주면 나머지는 일괄 처리하여 통장에 입금해 준다.
나무가 자라면 해마다 수량이 늘어 날 것으로 생각했던 대봉 생산량이 지난해에 비해 많이 줄었다. 지난해 불었던 태풍으로 잎이 떨어지면서 수세에 좋지 못한 영향을 입혔고, 지난 봄 잎이 날 무렵 닥친 추위로 냉해를 입어 꽃눈이 얼어 죽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행이 올해는 태풍 피해가 없었으니 내년에는 많은 수확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본다. 
남들이 마늘과 양파 심는 것을 보고 아내가 안달을 했다. 재배하는 방법도 모르면서 심어 보자고 했다. 사먹는 것이 싸다며 그냥 두자고 했으나 막무가내였다. 양파는 모를 구해야 하니 그만두고 재배 경험이 있는 마늘이나 심어 보자고 설득했다. 마늘 종구를 따로 사지 않고 집에 양념용으로 보관해둔 마늘을 까 밭으로 가져갔다. 어머니와 아내는 그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마른 땅을 골라 두둑을 만들고 마늘을 심었다. 풋마늘이라도 빼어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낮은 기대를 하며 흙을 덮었다.        
/정찬효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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