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한방엑스포’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산청한방엑스포’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 경남일보
  • 승인 2013.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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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일현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학장)
산청은 지리산을 기반으로 자생하는 한약재의 품질과 효험이 뛰어난 곳이다. 청명한 물이 흘러 나무를 살게 하고, 나무가 다시 물을 품어 뿌리와 잎을 자생약으로 만들어낸다. 그러하니 이곳 산청에서 허준 선생과 류의태 선생이 의술을 자유로이 펼칠 수 있었다. 동의보감의 고장 산청은 그렇게 한국의 자생적 생태철학을 만들어냈다. 자연과 인간이 하나이되 둘이며, 둘이되 하나라는 ‘불일불이(不一不二)’의 철학이 숨쉬는 곳이다.

이런 지리적 환경과 한방 역사의 배경을 가진 산청에서 한방엑스포가 열린 것이다. 이런 축하와 바람 뒤편으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번 시작하고 나서는 뒷청소하고 판을 접어버리는 한국 지역축제의 습관 말이다. 대전엑스포같이 큰 행사의 예를 들어보자. 정부는 당시 엑스포 준비를 위하여 대기업을 섭외했다. 그리하여 자기부상열차를 개발해 전시하게 했다. 자기부상열차에는 수많은 돈과 시간, 노력이 들어간다. 이 엄청난 노고의 산물을 이후 산업이나 경제적 가치로 연계시키지 못하고 엑스포를 위한 한낱 볼거리로 변질시키고 말았다. 행사 후 일반업체에 뒤처리 용역을 주어 방치해 국민의 세금만 낭비했다.

엑스포든 지역행사든 단순히 행사 자체를 위한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행사 이후에도 꾸준히 개발의 성숙도를 더 높일 수 있어야 한다. 연계성 있는 관련투자도 이끌어내야 한다. 이를 위하여 행사에 동원된 컨텐츠를 심층적으로 분석 연구해 지속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이번 엑스포를 주관한 산청군은 잘못된 전철을 밟지 않고 운영의 묘를 어떻게 살릴 수 있는 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필자로서는 두 가지의 실질적인 조언을 주고자 한다.

첫째는 산청한방엑스포 행사장의 활용에 관한 것이다. 디지털기술로 대표되는 현대사회는 스피드를 강조한다. 무제한적으로 달려가는 자본주의 생활속도에 현대인은 겉으로는 적응돼 있음에도 마음속으로는 염증을 느낀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느림, 평온, 치유를 갈망하고 있다. 속도를 강요하는 사회에서 인간은 불안, 인내력 결핍, 집중력 장애 등의 증상을 겪는다. 이런 이유로 치유에 대한 비즈니스 시장이 생겨 커져가고 있다. 고속과 저속이 한 몸으로 돌아가는 이런 패슬로(faslow)문화 속에서 산청한방엑스포장은 탁월한 장소마케팅의 공간이 될 수 있다. 단순한 슬로시티 체험이나 템플스테이 같은 것보다 치료의 개념이 훨씬 강화된 ‘롱 라이프 인스티튜트(long life institute)’ 개념으로 행사장소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일정한 기간 그곳에 머물면서 한의사에게 진찰을 받고 부황이나 침도 맞는 치료과정을 갖는 것이다. 더 나아가 한방차를 마시며 숲속을 걷거나 명상도 하고 황토방이나 찜질방 등을 이용하며 장기적인 치유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일종의 한국형 테라피(therapy) 센터라 할까. 아무튼 치유과정이나 방법은 계속 개발할 수 있으니, 도시에서 지친 심신을 회복하는 공간으로 발전시켜 나아가자는 플랜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

둘째는 산업과 경제적 가치로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이다. 근래 들어 서양의학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삶의 질이 향상되고 건강에 필수적인 예방의약의 수요에 부응하지 못해 의약계는 대체의약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기에 한의약은 동의보감 발간 400년을 맞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등 대체의약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예방의약으로서의 효과를 더욱 널리 인정받고 있으며, 서양의약이 한계에 부딪힌 난치병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는 중이다. 새로운 환경적 패러다임 속에 한방산업은 건강보조식품, 화장품, 생활용품, 음식문화산업 등에 대한 과학화나 산업화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간다면 한방산업과 바이오산업이 융합하는 새로운 길도 모색해야 한다.

엑스포나 축제를 일회성의 행사로 파악해 왔던 습관을 당장 버린다면 아이디어는 계속 탄생할 것이다. 지역 정체성에 근거한 엑스포인 만큼 한방산업을 지역경제 발전의 성장동력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이제 산청한방엑스포는 끝이 아니라 출발점에 서 있다는 것을 관계 공무원들은 명심해야 한다.
 
권일현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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