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솔잎 맑은 술에 절묘한 신선초 궁합
청정 솔잎 맑은 술에 절묘한 신선초 궁합
  • 임명진
  • 승인 2013.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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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전통酒 이야기> 양산 참송엽주

참송엽주는 15도의 저도 술이다. 지금껏 한 가지 제품만 출시하며 제품의 주질 향상에 공을 들이고 있다.

 

 

 

 

“솔잎향이 생각 나거들랑 언제든지 찾아와유~”
순박한 충청도 말투에 경상도 사투리가 섞이니 더 구수하고 정감이 간다.
구연립(76) 할머니의 고향은 충남 서천. 실상 태어난 곳은 충청도이지만 살아온 인생의 대부분을 통도사의 고장, 양산에서 보냈다. 그러기에 양산은 구 할머니의 제 2고향이다.
이제 팔순을 내다보는 할머니에겐 꿈이 하나 있다. 할머니와 5년 전 작고한 남편의 혼이 담겨 있는 인생 역작, ‘참송엽주’가 제대로 한번 히트 치는 것이다.
양산에는 우리나라 삼보사찰 중 하나인 통도사와 이를 마치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영축산이 유명하다.
통도사야 워낙 유명한 사찰이고, 영축산은 그 산세가 깊고 수려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영축산은 100여 년 이상 형성되어온 아름다운 참소나무(적송, 조선소나무)의 최대군락지로 이곳에서 나오는 청정한 참솔잎과 맑은 물로 전통기법대로 빚은 술이 바로 참송엽주다. 통도 참송엽주라고도 부른다.
좋은 술의 진가는 맛을 본 사람이 먼저 알아 본다고. 참송엽주는 한번 맛을 본 사람들이 그 맛을 못 잊어 다시 찾게 되면서 서서히 유명세를 탔다.
구 할머니는 20여 년 전, 통도사 바로 밑 자락에 제법 큰 도가니탕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당시 도가니탕 맛도 일품이었지만, 이 곳을 찾는 손님들은 도가니탕에 딸려 나오는 작은 술병에 담긴 참송엽주를 더 좋아했다.
요즘은 보기 힘든 정과와 함께 나오는 참송엽주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수출을 권유할 정도로 별미 중의 별미로 입소문이 났다.
양산에 출장을 나온 사람들은 꼭 한번 씩 들러 맛을 보았다는 참송엽주는 날이 갈수록 찾는 이가 늘면서 애주가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할머니의 참송엽주는 쌀과 전통누룩 참솔잎, 신선초를 궁합으로 해서 맑은 물로 빚어 저온발효와 저온숙성을 거쳐, 탄생한 전통 민속주다.
특유의 부드러운 솔잎향이 입안 가득히 맴돌며 코 끝을 자극한다. 목넘김도 부드럽다. 음주 후엔 뒤끝이 깨끗해 어느 회식자리에도 어울려 입맛을 돋운다.
술 특유의 단점인 머리 아픈 증세가 없을 뿐더러 뒷끝이 깨끗한 술이다 보니 맛을 본 사람들 중에는 개인적으로 일부러 공장을 찾아 술을 구매해 가는 단골 손님들이 많다.
사실 송엽주 그 자체는 우리 전통 3대 약주 중의 하나로 불릴 만큼 잘 알려진 술이다. 조선시대 문헌인 산림경제, 양주방 등에도 수록되어 있듯이 오랜 세월 우리 조상들의 사랑을 받은 술이다.
참송엽주는 저온발효를 통해 충분히 발효와 숙성을 거쳐 깊은 맛이 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솔잎에는 비타민군과 엽록소 등 각종 영양소와 인체건강에 필요한 필수아미노산을 포함, 18종의 아미노산 성분이 있어 항노화 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여기에다 건강에 좋기로 소문난 신선초가 첨가된다.
신선초에 함유돼 있는 순 식물성 유기게르마늄 성분은 독성이 없고, 인체 내에 혈액정화와 면역력 강화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차별성으로 참송엽주는 순식물성 유기게르마늄 함유주로 발명 특허를 획득했다.

참송엽주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기존의 가양주로 집에서 빚는 술로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가 됐다.
2001년 주변의 끊임없는 권유에 용기를 얻어 남편과 함께 지금의 부지에다 공장을 건립하고 본격적인 참송엽주사업에 뛰어들었다. 나름대로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사업에 남다른 의욕을 보이던 남편이 5년전 작고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오랜 연구개발을 통해 최신기계를 들여놓고, 전국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던 시기였다. 입소문까지 나면서 인터넷 택배 판매도 인기를 끌기 시작했지만 이내 사업은 정체 돼버렸다.
이 점은 구 할머니 역시 못내 안타까워 하는 부분이다.
남다른 사업감각과 전통주에 대한 열정을 가진 고 박우조 할아버지의 빈자리가 그만큼 컸던 것이다.
“그때는 너무 힘들었어. 술도 빚어야 되고 사업까지 하려니 혼자 다하는 게 너무 힘들더라구요. 막 사업이 뜰려고 하는 무렵에 갑작스럽게 돌아가시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
지금 참송엽주는 오랜 정체기를 지나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경영은 박우조 할아버지의 동생 박상준(60)씨가 맡아 안정감을 되찾고 있다.
최근엔 대형유통업체와 입점계약을 체결해 판로 개척에 뛰어들었다. 박씨는 “참송엽주는 지금이 변화의 시기다. 대형유통업체를 통하면 소비자에게 한발짝 더 다가갈 수 있어 브랜드 경쟁력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께는 해외시장 진출도 타진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 바이어로부터 호평을 받고 샘플 제의 요청을 받은 상태다.
 글·사진=임명진기자 sunpower@gnnews.co.kr

 

구연립 양산 참송엽주 대표
“참송엽주 도약 지켜봐 달라”


나가야 할 목표가 뚜렷해서일까. 일흔 중반을 넘긴 나이지만 구연립(76) 할머니는 나이가 무색할만큼 정정했다. 할머니의 참송엽주에 대한 자부심은 바로 품질에서 나온다.
절대 ‘허투루’ 술을 만들지 않는다는 할머니의 말에서 참송엽주가 명주로서의 진가를 느낄 수 있었다.
-어떻게 참송엽주를 빚게 됐나
▲고향에서 부친이 양조장을 경영하셨다. 그 시절엔 인건비를 줄이려고 가족이 총동원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술을 빚었다. 어머님의 손맛이 특히 좋으셨는데 그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참송엽주가 나오기까지는 많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했다.
-이전해 달라는 제의도 많이 받았다고 들었는데
▲사업을 키워 줄테니 우리 지역에 와서 같이 하자는 제의를 여러차례 받았다. 하지만 둘러보면 알 수 있지만 이곳은 통도사와 영축산 청정솔잎, 암반수 등 참송엽주를 빚을 수 있는 최적의 지리적 위치를 갖고 있다. 양산시에서도 우리 참송엽주 활성화에 많은 도움을 줬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고 모두 거절했다.
-힘든 점은 없나
▲남편이 떠난 이후 모든 게 힘들었다. 지금은 안정을 되찾았지만 남편이 참송엽주가 잘 되는 것을 못 보고 돌아가셔서 지금도 그것이 안타깝다. 그래도 단골 손님들이 잊지 않고 참송엽주를 찾아주실 때는 그간 고생이 헛되지 않은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
-전통주가 많이 어렵다. 애로사항이 있다면
▲전통주는 대부분 영세업체다. 대기업과 경쟁해선 이길 수가 없는 구조다. 그래서 가격경쟁력이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선 주세를 좀 낮췄으면 좋겠다. 약주의 경우 30%이지만 사실 그걸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수익을 남기려면 가격을 또 올려야 하는데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전통주 육성 차원에서라도 정부에서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글·사진=임명진기자 sunpower@gnnews.co.kr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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