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참여해야 마을이 산다<6·끝>
주민이 참여해야 마을이 산다<6·끝>
  • 강진성
  • 승인 2013.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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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하게 하라
마을만들기 주체는 주민이어야 한다는 것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자체에서 아무리 많은 지원을 해도 주민이 의지가 없으면 지속가능한 사업이 되기 어렵다는 이유다.

주민 스스로 모여서 마을에 대해 논의하고 결정하고 실천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마을에 대한 고민을 하는 사람을 찾는 것 자체가 힘든 지역도 있다. 특히 돈이 들어가는 사업은 잘못했다간 주민간 시비만 벌어지게 한다.

전문가들은 주민참여가 아직 활발하지 않은 국내 여건상 무리한 사업에 무리한 욕심을 내지 말고 일단 실천 가능한 작은 것부터 시도할 것을 권유한다. 비록 실천과정에서 실패하더라도 크게 낙담할 필요가 없다고 밝힌다. 의견을 나누고 결정하는 민주적 절차를 몸으로 익혀가기 때문이다. 전문가를 통해 주민참여가 이뤄지기 위한 조건들을 들어봤다.



“주민참여라는 소프트웨어 강화해야 도시재생 성공”
■안재락 경상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안재락 경상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도시재생은 건설위주의 하드웨어보다 주민참여라는 소프트웨어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강진성기자

“도시재생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하다.” 안재락 경상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공사판 위주의 개발보다 주민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자체가 지금껏 해 온 행정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산만 집행하고 결과를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일회성 지원에 그치는 사업들이 많았다”며 “주민 역량을 키우고 필요할 때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마을만들기 사업을 자문했던 안 교수는 지역에도 역량있고 관심있는 주민이 많다고 전했다. “학식이 높거나 잘사는 동네라고 해서 역량이 꼭 높은 것 많은 아닌 것 같다. 마을마다 애착을 가지고 발전시키고 하는 주민들이 많다. 행정기관이 이런 주민역량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안 교수는 지자체가 주민역량을 키우는데 지원을 하면 실질적인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을을 발전시키는 주체는 외부인이 아니라 주민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전문가 못지 않는 지식을 지닌 신뢰있는 마을리더를 키워야 한다. 외부 전문가에게 의존하게 되면 처음엔 잘 될 수 있겠지만 그사람이 일을 그만두게 되면 그동안 추진했던 사업도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도시재생법에 대해서는 “일단 지원만 받고보자는 식은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주민참여라는 토양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법이 시행돼 부작용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고 밝혔다.

그는 도시재생법 시행여부를 떠나 제대로 된 도시재생이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무언가 짓기만 하는 기존의 하드웨어적 도시재생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지자체가 예산집행방식에서 무언가를 짓는 하드웨어적 습관을 못버리고 있다. 제대로 된 도시재생은 주민참여라는 소프트웨어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결과물에 집착하지 말고 저변확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주민참여는 시작은 있지만 끝은 언제가 될 지 모르는 사업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행정기관은 정책에 반대하는 주민 목소리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제점에서 출발한 사람들의 모임이 결국 도시전체를 고민하고 마을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며 “주민 스스로 자기문제를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 만들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행정기관의 지원시점을 ‘주민 스스로 조직력을 갖췄을때’로 보고 있다. 조직이 덜 갖춰진 상태에서 지원만 해나가면 역량강화는 어려워지고 오히려 주민간 불협화음이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마을만들기는 주민이 참여할때 예상하지 못했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출 경우 주민간 균열을 가져올 수 있어 성공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는 “정치인도 지역의 표를 의식한 선심성 지원보다 마을의 가치를 높이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고 전했다.





“주민이 스스로 하면 지자체가 할 수 없는 힘 발휘”
■박상혁 경남과학기술대 아름다운마을연구소장


박상혁소장2
박상혁 경남과기대 아름다운마을연구소장이 생각을 표현하고 교환하는 절차를 설명하고 있다. 박 소장은 “주민참여는 민주적 절차가 중요하며 이를 통해 나온 결정은 지자체가 할 수 없는 큰 힘을 가진다”고 말했다. 강진성기자
“주민들이 모여 의논하고 결정하면 지자체가 감히 할 수 없는 일도 해낼 수 있다.” 박상혁 경남과학기술대 아름다운마을연구소장은 주민참여의 힘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 이상이라고 말한다.

박 소장은 “아무리 주민에게 도움되고 옳은 정책이라고 해도 주민을 설득하지 못하면 제대로 추진할 수 없다”며 “민주적 의사절차를 거친다면 반대하는 주민에게서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주민 스스로 의사결정하고 추진하는 연습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 과정을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NGO단체들이 마을마다 특성에 맞게 도우미 역할을 하는 방법도 있다. 지역마다 특성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는 여러 단체가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소장은 지자체는 예산집행형으로 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관이 주도해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는 “지역의 다양한 기관이 협력적 관계를 만들어 주민이 스스로 참여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을만들기 사업을 설정할때 주민 결정과 지자체 결정이 같더라도 차이는 크다고 밝혔다. “마을만들기 사업은 합리적 절차를 거치는 결정이 중요하다. 주민 스스로 마을에 뭐가 필요한 지 고민하고 토론하고 설득해서 나온 결정은 ‘주민동의’라는 큰 소득을 낳는다. 이런 절차적 프로세스를 거치게 되면 주민참여가 훨씬 높아진다.”

이어 주민 결정사항에는 외부인의 참가가 배제돼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 하더라고 실행하는 사람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으면 실천이 어렵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자발적인 주민 조직이 갖춰지는데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참여의 성공 키워드는 주민소통으로 봤다. 박 소장은 “오랜기간 형성된 사람의 가치관은 잘 바뀌지 않는다. 주민참여가 이뤄져도 가치관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서로의 가치관을 인정하고 남의 목소리에 경청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타인의 의견을 듣다보면 차이는 있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주민소통은 경청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록 추진했던 주민사업이 실패하더라도 크게 낙담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10여년 전 진주시 상봉동에 상봉레츠화폐라는 지역화폐운동이 있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주민이 스스로 시도했던 의미있는 운동이었다. 다른 주민사업도 추진과정에서 실패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주민 화합을 이끌었다면 큰 소득을 얻은 것이다. 그 힘을 바탕으로 다음 사업은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진성기자 news24@gnnews.co.kr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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