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박람회의 ‘불편한 진실’ <1>성과용·치적용 전락
채용박람회의 ‘불편한 진실’ <1>성과용·치적용 전락
  • 정희성
  • 승인 2013.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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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만 요란한 그들만의 취업잔치
지자체들이 해마다 추진하고 있는 채용박람회가 ‘소리만 요란한 박람회’로 전락하고 있다. 실제 채용계획도 없는 업체가 지자체의 참가요구에 억지로 부스를 채우는가 하면 박람회 후 발표되는 채용숫자도 부풀리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바늘구멍을 뚫어보자는 심정으로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은 이같은 ‘불편한 진실’에 허탈감과 상실감마저 들고 있다. 이에 본보는 채용박람회가 지자체의 성과용 혹은 치적용으로 운용되기보다는 구직자들에게 ‘희망’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3편에 걸쳐 기획기사를 게재한다./편집자 주


‘권역별 채용박람회 연이은 대박 행진’(경상남도 10월 16일자 보도자료), ‘중부권 채용박람회 성황’(창원시 9월 25일자 보도자료), ‘서부권 채용박람회 지역인재 등용의 장 마련’(진주시 10월 23일자 보도자료)

경남도와 도내 18개 시·군이 지난 9월 25일부터 경남을 4개 권역(중부, 남부, 동부, 서부)으로 나눠 실시한 채용박람회가 23일 서부권을 마지막으로 마무리된 가운데 채용박람회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 구직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경남도와 각 지자체들은 행사 당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박’, ‘성황’ 등의 요란한 문구를 써가며 수백명의 구직자들이 경기불황에도 박람회를 통해 좁은 취업의 문을 뚫었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자료를 종합해 권역별로 살펴보면 중부권(창원·창녕·함안·의령)의 경우 115개의 기업이 (직·간접) 참가해 265명을 채용했으며 동부권(김해·양산·밀양)은 80개의 기업이 참가해 364명을 고용했다.

남부권(통영·거제·고성·남해·하동)은 107개의 업체가 참가해 143명을, 서부권(진주·사천·산청·함양·거창·합천)은 175개 기업이 517명을 채용했다.

하지만 취재결과 이 같은 수치는 허수에 불과했다.

경남도와 각 지자체는 마치 그날 현장에서 바로 채용이 된 것처럼 ‘일자리를 구했다’고 홍보했지만 현장채용은 거의 없었다. 2차 면접 예정자로 분류된 구직자를 취업자 수에 포함시켰으며 면접 예정자 수도 주먹구구식으로 계산됐다.

서부권의 경우 10명을 채용할 계획인 업체에 면접을 보러 온 구직자 수가 채용인원 수를 넘으면 선발예상 인원인 10명을 2차 면접 예정자로 분류하고 취업자로 포함시켰다. 문제는 2차 면접 예정자수도 뻥튀기 됐다는 것이다.

실제 A업체에 문의한 결과 2차 면접 예정자는 3명에 불과했으며 채용계획도 불명확했다.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 상당수 기업의 취업자 수가 이런 식으로 계산됐다. 또 지자체들은 간접 참가업체의 경우 이력서를 대신 접수받았는데 이력서 숫자를 취업자 수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중부권은 간접 참가업체에 이력서를 낸 51명을 2차 면접 예정자로 잡고 취업자로 분류했다. 서부권도 마찬가지다. 간접채용 업체에 이력서를 넣은 127명 중 85명을 업체에 확인도 없이 2차 면접 예정자로 분류, 취업자 수에 넣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자체들이 치적 홍보를 위해 취업자를 마구잡이식으로 부풀려 구직자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도내 알짜기업과 공공기관들도 참가해 구직자들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홍보했지만 정작 이들 기관의 상당수는 채용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권과 남부권 박람회도 보도자료를 통해 참가한다고 홍보한 업체들 중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은 대부분 채용을 하지 않았다. 또 동부권과 남부권도 단순 2차 면접 예정자를 취업자에 포함시켰다.

해당 지역 지자체 관계자는 “2차 면접 예정자들은 거의 채용이 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범죄전력 등 부자격자들이 나오면 일부는 합격이 안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지자체 입장에서는 조선소 등 대기업들이 참석하면 도움이 많이 된다. 박람회의 주목적은 꼭 채용이 아니더라도 구직자와 기업을 소개시켜 주는 것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구직자들이 몰린 대기업의 경우 ‘채용이 아닌 단순 설명회’라는 문구가 없어 이 사실을 뒤늦게 안 구직자들의 실망감이 컸다는 후문이다. 또 동부권과 남부권은 각 기업별 2차 면접 예정자 수를 밝히기를 거부했다.

한 지자체의 관계자는 “전국에서 실시하는 모든 박람회에서 이런 식으로 취업자를 잡는다”고 해명했으며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지금 생각해 보니 2차 면접 예정자를 취업자로 분류한 것은 잘못된 표현인 것 같다. 내년부터는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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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지자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채용박람회'가 지자체의 성과용 혹은 치적용으로 전락하고 잇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자체가 실시한 채용박람회 현장. 경남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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